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발휘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예술적 감각을 뽐내는 연예인 작가를 두고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라는 명칭도 생겼다. 이들은 단순한 취미 생활에서 미술 활동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거나 수상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다만 논쟁의 주제로도 끊임없이 소환됐다. 연예인 작가가 기존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들의 작품과 활동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아트테이너에 대한 미술계 안팎의 다양한 시선을 세 차례로 나눠 정리한다. <편집자 주>
아트테이너 향한 비판, 박기웅 "긍정과 부정 같이 존재하는 법"
[더팩트ㅣ원세나·김샛별 기자] 연예인 화가 중에는 과거 자신의 전공을 살려 데뷔한 케이스도 있다. 바로 17년 차 배우 박기웅이다. 연기보다 그림을 먼저 시작했던 박기웅은 현재 조영남 하정우 구준엽 솔비 구혜선 등과 함께 아트테이너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그렇다면 아트테이너는 자신들을 둘러싼 논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박기웅은 미술 역시 '대중예술'이라며 모든 판단을 보는 이들의 몫으로 돌렸다.
<더팩트>는 서울 강남구 라마다호텔 별관 명품브랜드숍 력셔리판다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는 박기웅을 만나 아트테이너와 대중예술, 그리고 그 중심에 선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기웅은 학창 시절 미술로 진학한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입시 미술을 가르친 경력을 갖고 있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미술학도였다. 연예계에 데뷔하며 잠시 그림에 대한 꿈을 접어뒀던 그는 지난 3월 제21회 '한국 회화의 위상전'을 통해 작품 '에고(Ego)'를 선보이며 화가로 데뷔했다. 동시에 전시회 특별상인 K아트상까지 받으며 화가 등단 후 최단기간 내 수상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에 힘입은 박기웅은 곧바로 개인전을 열었다. 해당 전시회에서 수상작 '에고'를 비롯해 박기웅이 그동안 그려둔 다양한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박기웅은 100%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라며 겸연쩍어했다. 그는 "전시를 염두에 두고 그린 그림이 아니다 보니 완벽보다는 연습 같은 그림도 많다. 전시를 생각하고 그렸다면 한 가지 주제를 잡았을 텐데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내 "부끄러운 그림도 많지만, 그러면서도 안 부끄러운 게 지금 내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신인배우 때였다면 절대 못 냈을 그림이에요. 20대 초반 때는 연기든 뭐든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힘이 많이 들어갔었어요. 그런데 20년 가까이 지나고 보니 지금도 내 연기는 만족스럽지가 않더라고요. 결국은 과정이었던 셈이죠.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만족스럽지 않다는 건 오히려 고무적인 현상이에요. 그만큼 시야가 넓어졌다는 의미니까요."
대학 진학 후에도 소묘 강사로 일할 정도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능력까지 인정받던 박기웅이지만 데뷔 후에는 마음껏 그릴 수 없었다. 신인 때부터 다작을 했던 데다 당시 제작 환경은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박기웅은 "그래도 그림 특히 소묘를 너무 좋아하니까 틈이 날 때면 드로잉을 계속했다. 손도 굳었다가 풀었다의 반복이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유화를 그리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도 안 됐다. 전시회로 선보인 다수의 작품 유화라는 점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였다. 박기웅은 "군대를 다녀오고 2019년도쯤부터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많은데, 그중 두 명의 작업실에 자주 가서 그림을 그렸다. 어느 날 친구들이 유화가 내 그림 스타일에 잘 맞을 것 같다며 추천을 하더라. 그렇게 본격적으로 장비도 구매하며 시작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기웅의 지인 중에는 스타 작가부터 업계 관련 종사자까지 대단한 친구들이 많았다. 박기웅은 "저희 학교가 그림으로 유명한 학교였다. 그만큼 잘하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내 그림은 성에 안 찰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런 친구들이 박기웅을 보고 엄지를 치켜든 점도 있다. 바로 작업량이다. 박기웅은 "친구들이 내 작업량을 보고 많이 놀라긴 한다. 한 친구는 그림만 그려도 먹고 살 수 있는 친구인데, 그 친구가 말하길 기성작가보다 작업량이 많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기웅처럼 미술에 열정을 불태우는 스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연예계다. 또한 이를 둘러싼 다양한 평가가 존재하며 때로는 맹렬한 지적도 쏟아지는 등 공론의 장이 만들어졌다. 이를 바라보는 박기웅은 입장은 어떨까. 그는 "모든 부분은 긍정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긍정이 있으면 부정도 있는 것이 아니겠냐"며 대중의 반응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이어 "당연히 기성작가들만큼 잘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포함될 정도로 잘사는 나라이지 않나. 그런데도 한국 회화 시장은 정말 작다. 많은 분들이 그림에 훨씬 가깝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박기웅은 미술을 '대중예술'이라고 정의하며 "대중예술은 즐기는 사람의 것이다. 연기도 음악도 화가도 마찬가지로 대중이 보고 들었을 때 별로면 별로인 작품이고, 좋으면 좋은 작품인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많은 분들이 그림과 관련해 이야기할 때면 '잘 모른다'고 말하는데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냥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내 느낌 그대로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예요. 내가 시간을 할애하고 돈을 내서 전시회와 영화관에 가는 거잖아요. 즐기기 위해 간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눈치를 안 봤으면 좋겠어요. 물론 표준치나 어느 정도 기준치는 있겠지만, 대중예술은 즐기는 분들의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대중예술을 즐기는 분들이 제 그림과 연기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좋은 거면 좋은 작품인 거예요."
대중예술을 하는 박기웅은 연기도 그림도 '갇히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그는 "예술은 학문이 아닌데, 갇힐수록 안 좋은 것 같다. '원래'라는 말도 안 좋아하게 됐다"며 "연기도 그림도 그렇다. 안 될 수도 있지만, 꼭 되는 것만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안 돼도 하는 것이 대중예술가로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박기웅은 그림도 연기도 가능한 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작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원대한 꿈이 있진 않아요. 그림도 미술도 대단한 획을 긋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저 제 연기를 좋아해 주는 분들과 관계자분들을 위해 좋은 연기를 하고, 제 그림 좋아해 주는 분들에게 더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저 또한 좋아하는 것들을 재밌게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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