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발휘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예술적 감각을 뽐내는 연예인 작가를 두고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라는 명칭도 생겼다. 이들은 단순한 취미 생활에서 미술 활동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거나 수상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다만 논쟁의 주제로도 끊임없이 소환됐다. 연예인 작가가 기존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들의 작품과 활동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아트테이너에 대한 미술계 안팎의 다양한 시선을 세 차례로 나눠 정리한다. <편집자 주>
연예인 작가 둘러싼 설왕설래…정작 미술계는 "별 생각 없어"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1세대 조영남을 시작으로 하정우 구준엽 구혜선 송민호 솔비 이준영 등이 아트테이너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하지원이 하정우 구준엽과 함께 소를 주제로 한 전시회 '우행전'을 통해 화가로 데뷔했다. 박기웅은 제21회 '한국 회화의 위상전'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해당 전시회에서 특별상인 K아트상을 받으며 '화가 데뷔 후 최단기간 내 수상'이라는 특별한 기록도 세웠다. 박기웅은 이후 소속사 마운틴무브먼트와 화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 뒤, 브랜드 매장을 통해 여러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처럼 자신의 재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아트테이너들은 매해 다양한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갤러리를 비롯한 미술 업계가 직접 나서 연예인들을 내세운 전시를 기획하는 움직임도 늘어났다.
아트테이너의 활동이 확대되자 이를 둘러싼 논쟁 또한 과열되는 양상이다. 최근 홍대 이작가로 활동 중인 이규원은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연예인 작가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구혜선에 대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미술은 그냥 즐기고 배우나 했으면 좋겠다"고, 솔비에 관해서는 "미대에 가고 싶은 중, 고등학생 수준이다. 지금은 홍대 미대가 아닌 그냥 미대 21학번 정도"라고 평가절하했다.
비단 이작가만이 연예인 작가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중은 아트테이너가 연예인이라는 유명세로 비교적 손쉽게 작가로 데뷔하고 명성을 얻는다며 기존 작가들에게 소외감과 박탈감을 안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이 미술 시장에서 의미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파이가 좁아진다고 바라봤다. 미술 전공자가 아닌 연예인의 작품일 경우, 미숙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과대평가 받는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대중예술의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연예인들이 진입장벽이 높은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는 등 미술계의 대중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기에는 이로 인해 일반 대중이 많이 유입된다면 미술 시장 역시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미술을 전업으로 하는 종사자들의 시선은 어떨까. <더팩트>가 만난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긍정적일 것도 부정적일 것도 없다" "정작 그림 그리는 작가들은 연예인 작가들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양화가 최승윤 작가는 긍정과 부정 어떤 관점으로도 평가하기 난감하다고 했다.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이나 작가로 데뷔하는 것을 법으로 규제한 것도 아니지 않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데 다른 사람이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미술 작가 데뷔를 방송과 유튜브의 차이로 비유했다. 그는 "방송은 어느 정도의 기준과 심사 등을 거쳐야만 송출이 된다. 반면 유튜브는 아무나 시작할 수 있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아무나 그릴 수 있으며 전시 또한 어떤 자격이 필요한 게 아니다. 구독자가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영상을 올려도 유튜버로 데뷔했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작가도 본인이 그림을 그리면서 작가라고 하면 작가인 것"이라며 "다만 데뷔 후 100만 유튜버가 있고, 100명도 안 되는 유튜버가 있듯이 잘나가는 작가가 있고 아닌 작가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소과를 졸업한 후 입시미술 강사로 활동 중인 A 씨는 "미대를 나왔다고 해서 비전공자보다 꼭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연예인이라고 해서 그림을 다 못 그리는 것도 아니다"며 "직업이라는 딱지를 떼고 그림만 봐야 한다. 결국은 실력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곳이 미술계다. 이제 막 데뷔한 연예인 작가들이 10~2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도리어 미술계의 입장 혹은 평가라며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을 내뱉는 몇몇을 꼬집으며 반박했다. 아트테이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어그로(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악의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는 것)'를 끌기 위한 소재로 사용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최승윤 작가는 "예술하는 사람들이 연예인 작가를 혐오하는 이유라고 글이 올라왔길래 정작 작가들은 별생각이 없다고 답을 달았다. 그랬더니 내게도 비난이 돌아왔다. 그분이 정말 업계 종사자였다면 알 것이다. 미술계에서는 '연예인 작가를 인정한다, 안 한다'에 대한 의견이랄 게 없다. 다들 따로 놀기 때문에 모여서 이 문제를 의논할 일도 없다. 물론 나도 미술계에서 인정받은 적이 없지만, 지금 활동하는 작가 중 미술계에 인정받은 작가들이 몇이나 되겠나. 애당초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기에 작가인지 아닌지를 정해주는 사람도 없다"고 전했다.
연예인 작가들을 불편하게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종사자들이 느끼는 약간의 아쉬운 점은 있었다. 미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B 씨는 연예인들의 전시회와 관련해 성급한 전시보다 준비된 전시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연예인 화가들이 스스로 프로의 단계라 느껴졌을 때 전시를 해도 좋을 것 같다"며 "예를 들어 가수들의 앨범을 들었을 때 어느 곡이 타이틀인지 모를 만큼 여러 곡이 좋으면 우린 그걸 명반이라고 한다. 미술 작품도 한두 점 좋은 작품이 있어서 하는 전시보다는 전체적으로 좋은 작품이 갖춰졌을 때 선보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승윤 작가 역시 이런 입장들과 크게다르지 않다. 그는 전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예인 작가들이 모여 특별전을 진행하는 것은 좋지만, 단순히 연예인들의 작품을 모았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미와 주제를 지닌 전시가 된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물론 좋았던 특별전들도 많다. 반면 연예인 작가들에게도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 같은 전시도 있었다. 아트 페어의 경우 돈이 오가는 전시인 만큼 가치 있는 전시를 해야 한다. 더군다나 해외 관광객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보러왔는데, 준비가 덜 된 상태이면 미술계보다도 본인들에게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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