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Blues ③] "공연하면 DM으로 욕설"…언택트의 비난들

대중음악계가 오프라인 대신 언택트 공연을 선보이며 팬과 소통 중이다. 일부 뮤지션들의 성공 사례가 쌓이고 있지만 다수는 온라인 공연은 시기상조라며 아우성이다.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뉴시스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가 생겨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섰다. 그 우울감을 해소할 음악을 만들던 사람들마저 "생존"을 외치다 지쳐 하나둘씩 떠나간다. 어느덧 음악이 멈추고 한산해진 홍대. <더팩트>는 이제 막 그곳을 떠났거나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위기에 처한 대중음악계의 현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언택트 시대, 대중음악을 향한 냉대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코로나19로 외부 활동 제약이 생겼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만들었다. 오프라인에서 팬들과 만남이 어려워진 대중음악계는 온라인을 통한 공연을 준비했다.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언택트 공연의 탄생, 누군가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환호했지만 누군가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김천성 롤링홀 대표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몇 차례 언택트 공연을 준비했다. 기존 공연 준비 과정과는 조금 달랐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수많은 장비를 동원해야 했고 실시간 중계를 담당할 스태프도 필요했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갔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티켓 판매는 기대치를 밑돌았고 심혈을 기울인 음향과 조명도 관객들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결국 희망 대신 "과연 이 공연은 돈을 내고 볼 가치가 있을까"라는 의문만 남았다.

"현실적으로 썩 좋지 않았어요. 정말 냉철하게 판단했을 때 '언택트는 과연 만족스러운 공연인가'에 대해 '그렇다'고 답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기존에 공연을 보러 오던 관객들이 왜 언택트는 보지 않을까. 라이브 소극장은 현장감이 중요한데 언택트로는 충족을 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언택트 공연의 성공 사례는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죠. 티켓을 구매할 글로벌 팬덤이 있고, 커다란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해온 경우만 언택트 공연이 성공할 수 있어요."

공연 기획사 관계자들의 의견도 김 대표의 입장과 같다. 기획, 스태프, 장비 비용이 추가로 더 들어가는데 결국 티켓이 팔리지 않으니 적자를 피할 수 없다. 과거 팬덤을 쌓는 데 도움을 준 수많은 '직캠'이지만 이제는 언택트 공연을 향한 흥미를 잃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클릭 몇 번이면 볼 수 있는 무대를 따로 값을 지불할 팬은 드물다. 그래서 현재로서 언택트 공연은 상위 1% 뮤지션의 전유물이다.

10CM의 Hotel Room 1010는 온라인 콘서트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아이돌이 아닌 경우에는 10CM만 성공 사례죠. 작년에 'Hotel Room 1010'이라는 공연을 했는데 2000명 정도 봤대요. 그런데 이건 일반적인 언택트 공연과는 달라요. 세트도 따로 제작했고 원테이크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하고요. 그런데 10CM는 전국민이 알 정도의 대중성과 팬덤을 가지고 있어요. 이 정도가 돼야 이렇게 큰 기획을 할 수 있는 거죠. 엄청난 투자와 기획이 필요한 일인데 상위 1%가 아니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공연 기획자 B씨)

결국 다시 도돌이표다. 일부 뮤지션이 아니라면 오프라인 공연을 해야만 한다. 대중음악계는 정부와 오랜 대화 끝에 99인 규모의 오프라인 공연을 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공연 역시 명확한 해법이 되지 못한다. 공연장에 올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고 만석을 채운다고 해도 대부분의 공연이 적자다.

"공연을 할 수 있고 하긴 하죠. 그런데 수익이 날 수 있는 공연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요. 제 레이블은 작년 초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공연을 하면서 흐름을 이어갔으면 좋았을 텐데요. 공연을 다들 좋아하는데 생계를 유지하기 바빠요. 건설 현장도 가고 배달도 다니고, 레슨하고 그렇죠 뭐. 당장의 생활이 어려운데 십시일반 모아서 공연을 여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다들 똑같죠. 인디 신 전체가 완전 주저앉은 느낌이에요."(인디 뮤지션 C씨)

"공연 말고 음원 수익이 있으니 괜찮다고들 하는데 이쪽 분야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에요. 인디 뮤지션들의 음원 수익은 공연, 페스티벌 시즌에 크게 늘어요. 오프라인에서 실연을 하면 관객이 듣고 그 사람들이 주변에 들려주며 입소문을 타는 거죠. 지금은 공연도 페스티벌도 없어요. 정부 기관에서 주는 작업이나 행사도 없죠. 이제는 이름만 대면 알 뮤지션들까지 다들 허리띠 졸라매고 있어요."(가요 기획사 관계자 D씨)

네버마인드는 전시관이자 실내 농구장, 펍인 동시에 공연장을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네버마인드 제공

어렵사리 공연을 결심해도 또 다른 문턱을 넘어야 한다. 바로 대중의 냉대다. 아이삭 스쿼브는 홍대 인근에서 네버마인드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 중이다. 네버마인드는 전시관이자 실내 농구장, 펍인 동시에 공연장이다. 일반적인 가수들의 무대는 물론, 비보이 싸이퍼, 스탠드업 코미디 등 특별한 공연들도 펼쳐왔다. 3차 대유행 이후 발길이 뜸해진 이곳을 지켜오던 아이삭 스쿼브는 근처 연남동 거리를 걷다가 묘한 불쾌감을 느꼈다.

"맛집들 참 많잖아요. 보면 길게 줄 서고, 마스크 벗고 이야기 나누며 밥을 먹어요. 제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어요. 이건 엄연한 대중문화를 향한 차별이에요. 네버마인드 지하는 공연과 전시, 1층은 펍이에요. 층계 하나를 두고 음료 섭취 가능 유무가 갈려요. 공연장에서는 음료수 하나도 못 마시죠. 저는 문화가 유흥으로 묶이는 게 정말 싫어요. 엄연히 공연자와 소비자가 존재하는 곳이에요."

특히 아이삭 스쿼브는 대중음악 및 공연업계가 제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대중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뮤지션이 고심 끝에 공연을 준비해도 대중에게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며 SNS 계정으로 욕설 메시지를 보내온다"는 게 그가 말하는 현실이다. 또 여러 위기를 넘기며 이어져 오던 홍대 문화의 존폐 위기에서 그는 물론 동료 뮤지션들도 모두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클럽, 파티 공연은 언더그라운드의 큰 축이에요. DJ들과 수많은 신예들이 조명받을 수 있는 자리인데 지금은 전무한 거죠. 신인 DJ가 나올 수 없고 대학교 댄스 동아리의 경우에는 신입생을 받아도 연습이 불법이라 아무것도 못 해요. 작년에 스무 살이 된 친구들은 2년 동안 이 문화를 경험하지 못했어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저도 아티스트들도 다들 어떤 패배감에 젖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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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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