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의 추락한 명예, 본인 아닌 남 탓이었나 [TF초첨]

배우 김정현이 전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로 인해 명예가 실추됐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명예를 바로잡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더팩트 DB

이미지 타격·실추된 명예, 본인만 모르는 명확한 원인?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김정현 배우의 추락된 명예와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

배우 김정현이 전 소속사와의 갈등을 표면화한 입장문을 통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일련의 논란으로 실추된 이미지가 전 소속사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연 본인의 잘못과 책임은 없겠느냐"고 반문하는 게 현실이다.

김정현의 개인 홍보를 맡고 있는 홍보사 스토리라임은 12일 "이날을 기점으로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이하 오앤엔터)와 김정현의 계약이 만료됐다"며 "계약 기간 관련 의견 차이가 발생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억울한 사정이 있었지만,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피하고자 '매니지먼트에 대한' 모든 일을 원만히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간 협의를 위해 접촉도 했었지만, 소속사 측의 진정성과 성실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 지속됐다"고 전했다.

이 입장문을 통해 김정현은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홍보사는 김정현이 지금껏 침묵했었던 이유에 대해 "드라마 '시간' 하차로 배우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일련의 모든 일에 대한 사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또한 도의적인 미안함이 있었던 소속사에 대한 배려였다"고 설명했다.

김정현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오앤엔터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쳤고, 결국 잘못된 내용들이 일파만파 퍼졌다는 게 김정현 측 주장이다.

'시간' 제작발표회 당시 불거진 태도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홍보사는 "김정현은 '시간' 캐스팅 전부터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했고 실제로 제작발표회 당일 구토를 하는 등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소속사는 이를 무시한 채 스케줄을 강행하고 소속 배우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폐업 절차를 밟는 과정이었던 오앤엔터가 김정현의 계약 만료 이슈만 언론에 제기했다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김정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앞으로 "김정현의 계약 기간에 관한 이의 제기, 명예훼손,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퍼트리는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김정현 측은 이번 입장문을 통해 계속 '명예'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김정현은 앞선 논란들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타격을 입었고, 여론 또한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번 논란은 김정현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때문에 "스스로 체면을 깎아 놓고서는 '추락된 명예를 바로잡겠다' '소속사가 명예를 실추시켰다' 등 다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입장문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배우 김정현의 이미지 타격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 때문인데, 잘 모르는 모양이다. /더팩트 DB

김정현과 관련된 논란은 지난 4월 그가 서지혜와 열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른바 '김정현 게이트'가 열렸다. 먼저 열애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김정현의 계약 기간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소속사였던 오앤엔터는 소속사 이적을 준비 중인 김정현에 대해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소속사 이적은 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시간'에서 하차한 후 가진 휴식 기간을 언급했다. 이후 김정현의 '시간' 제작발표회 태도 논란이 재조명됐으며, 서예지와의 열애설부터 조종설까지 제기됐다.

많은 이들이 실망한 건 과거 연인이었던 김정현 서예지의 만행이었다. 당시 '시간'에 출연 중이었던 김정현은 서예지의 요구대로 상대 배우와의 신체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했고, 제작진에게 대본 수정까지 요구했다. 이는 두 사람의 문자 내용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공개된 문자에서 서예지는 '스킨십 다 빼고 행동 딱딱하게 잘 해라. 대본 수정해라'고 어처구니없는 내용을 요구했고, 김정현은 '(감독에게) 멜로, 로맨스 싹 지워달라고 했다'고 착실히 답했다. 이는 3년 전 김정현의 제작발표회 태도 논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는 스태프들을 무시하는 듯한 내용의 메시지도 오고 갔다.

김정현의 발목을 잡은 건 자신의 3년 전 과오였다고 볼 수 있다. 애당초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는 김정현의 이미지 타격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부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계약 만료 이슈의 시발점 역시 소속사가 아닌 김정현의 열애설이었다. 즉 소속사가 김정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는 셈이다.

입장문의 불편한 대목은 이뿐만이 아니란 목소리도 있다. 김정현 측은 '시간' 제작발표회 때를 굳이 언급하며 당시 김정현의 건강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를 재차 강조했다. 요지는 소속사가 김정현의 상태를 무시한 채 스케줄을 강행하는 등 소속 배우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놀랍게도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배우의 의무'를 무시했던 김정현의 입장이다.

정작 제일 중요한 해명에 대해서는 최근 자필 사과문을 발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을 아꼈다.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으로 피해를 줬는지, 왜 그랬었는지, 의혹처럼 공과 사를 구분하지 행동이었는지에 관한 입장은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제의 명백한 원인이 따로 있는데, 정작 필요한 해명은 뒤로한 채 애꿎은 계약 문제만 언급하며 추락한 명예를 운운한다"고 꼬집었다.

유독 김정현의 입장문에는 부가 설명이 많이 붙는다는 해석도 있다. 자필 사과문 때는 '좋지 못한 건강 상태임에도 잘못과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려는 의지로 용기를 내어 쓴 사과문'이라는 설명이, 이번에는 '배우의 꿈만 바라보고 달려온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는 무언의 압박이 함께였다. 분명 배우의 과오로 인해 벌어진 논란인데,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문장이 구구절절 덧붙으니 아이러니한 입장문이 완성됐다는 지적이다.

김정현이 배우로서 준수한 재능을 가진 배우라는 건 많은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연기 잘하는 배우 한 명으로 완성되는 작품이 아니다. 김정현만큼이나 뛰어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한데 모여 시간을 투자하고 재능을 발휘하는 곳이다. 꿈만 보고 달려온 건 김정현뿐만 아니라 '시간'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자신의 꿈은 소중하면서 남의 꿈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일각에서 김정현을 비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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