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엄영수(67·본명 엄용수)는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한 다혼(多婚) 연예인이다. 배우 김지미 김혜선 이상아 등이 있지만 남자 연예인 중엔 드문 케이스다. 그는 지난 2월 7일 미국 LA 한 교회(Glory church jesus christ)에서 재미교포 의류 사업가인 에스더 씨(한국명 경옥)와 화촉을 밝혔다. 결혼식 후 홀로 귀국한 뒤 서둘러 신부맞이 신혼집 개조에 나섰다. 신부 에스더 씨는 결혼 두 달만인 이번 주말 엄영수가 20여년간 '돌싱남'으로 살던 집에 입주한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신혼 단꿈을 꾸고 있는 엄영수-에스더 부부의 허니문하우스를 미리 찾아가봤다. <편집자 주>
27년 거주 자택, '허니문 하우스'로 개조해 신부맞이
[더팩트|강일홍·이승우 기자] 엄영수는 결혼을 하고도 아내와 두 달째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지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신혼 여행은 커녕 함께 한국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한 번 다녀가면 한 달씩 발이 묶이는 불편함이 둘을 이렇게 갈라놨다.
결혼과 함께 한국에 정착 하기로 한 아내 에스더 씨는 30여년간 거주한 미국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는데 우선 시간이 필요했다. 홀로 귀국한 엄영수 역시 아내를 위한 대대적인 집수리에 나서 이른바 '신부맞이 신혼집 개조'에 심혈을 기울였다. 살던 집 인테리어는 27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엄영수는 지난 10일 엄영수의 서울 대방동 D 아파트를 방문한 취재진에게 "집 수리는 지난주까지 모두 마쳤지만 아직 가구 같은 게 채워지지 않아 조금 어수선하다"면서 "아내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가구들로 알아서 채울 테니 더는 건드리지 말라고 해 부득이 이 상태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관을 들어서니 우선 내부가 밝고 환한 느낌이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아내와 미국 LA 교회서 가진 스몰웨딩 중 찍은 사진들이 거실 입구에 액자로 진열돼 외부 손님들을 가장 먼저 반겼다. 분위기만으로 이미 허니문 하우스 느낌이 물씬 풍겼다.
엄영수는 "명색이 신혼집인데 어두우면 되겠느냐"면서 "벽과 천장, 창틀과 도어 등 화이트 톤 분위기로 바꿔봤는데 아내가 맘에 들지 그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오면 제 보물 1호인 책장 외엔 대부분 교체될 운명"이라고 덧붙였다.
"MC 활동을 하며 전국을 다니다보면 개런티 대신 값 나가는 물품으로 대신 받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받을 당시에는 잘 포장해 넣어놨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혀지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살았어요. 이제와서 보니 버리기는 아깝고 놔두면 짐 되는 물건들이 참 많더라고요. 눈 찔끔 감고 트럭 한 대 분량의 짐들을 버렸는데 아내가 오면 또 버릴 게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다만 그는 "여기저기 물건을 쌓기만 하다가 인테리어를 하려고 베란다와 창고를 정리하면서야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의미있는 물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면서 "저한테는 워낙 소중하고 귀중한 것들이라 마치 로또 맞은 기분을 맛봤다"고 했다.
직접 몇 가지를 소개했다. 연예계 대 선배 가수 조영남이 준 맞춤형 그림들과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등 프로 바둑계 인사들이 선물한 바둑판이었다. 그림이나 바둑판에 담긴 재미난 에피소드는 그의 유창한 언변과 예능감에 버무려져 한층 의미가 더해졌다. 엄영수는 아마 6단의 연예계 바둑 고수다.
◆'새신랑' 엄영수와 주고받은 허니문 하우스 방문 인터뷰
-황혼기에 맞은 세 번째 결혼 아닌가?
긴 시간 돌고돌아 진짜 짝을 만난 것 같다. 솔직히 고백컨대 두 번째 이혼 후 다시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두 번의 상처를 입은 저 같은 사람한테 맞는 인연이 있을까 싶었고, 실제로 여러 명의 여성과 선을 봤지만 일찌감치 포기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반려자로 대하지 않고 뭔가 다른 의도로 접근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표정만 봐도 무척 행복해보인다.
맞다, 지금 아주 행복하다. 사람은 역시 짝이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나이들어갈수록 더 절실해지는 게 참 부부의 사랑 아니겠나. 돈이나 권력, 명예보다도 소중한 게 바로 부부의 정이고 사랑이다. 뒤늦게 저는 참 좋은 분, 착하고 순수한 분을 아내로 맞았다. 이보다 기쁜 일은 없다.
-아내가 3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았는데 한국 생활이 외롭지 않겠나.
아내는 사업가로 살아 다양한 인맥이 많다. 함께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한 분들 중 한국에 정착한 분들도 많다. 저 역시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각오다. 2년 전 아내를 만난 뒤 난생 처음 골프를 배웠다. 연예인으로 활동을 계속하겠지만 일을 대폭 줄이는 대신 아내의 취향에 맞춰 여유롭게 노후를 즐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아내 분이 이번 주 입주한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네, 이번 주말(14일) 서울에 와요. 이미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고 입국하지만 일단 집에서 2주간 격리 기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 기간이 끝나야 아내 스타일에 맞는 새 가구들을 사다 재배치할 테고 그러면 신혼집은 모두 완성되겠죠. 이미 방송출연 제안이 몇 개 들어와 있긴 한데 저는 최대한 외부 활동을 줄여서라도 아내가 한국생활에 적응하는데 단 '1'도 불편함이 없게 배려할 생각이에요.
엄영수는 세 번째 결혼을 앞두고 본명 엄용수 대신 새 이름 '엄영수'(Um Young Soo)로 개명했다. 아내 에스더 씨의 '평생 반려자'가 되기로 약속하면서 결심한 걸 실행에 옮겼다. 이는 아내와 함께하는 인생 3막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겠다는 의지의 발현이기도 하다.
에스더 씨는 재미교포 의류 사업가로 2019년 6월 지인의 소개로 엄영수가 직접 미국을 방문해 첫 인연을 맺은 뒤 2~3차례 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랑을 싹틔웠다. 이후 엄영수의 정식 프러포즈를 에스더 씨가 흔쾌히 받아들였고, 당초 지난해 가을 결혼을 계획했으나 코로나 정국이 길어지면서 지난 2월 미국에서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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