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흥국의 교통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뺑소니'라고 보도됐던 사건은 김흥국의 블랙박스 영상과 녹취록이 공개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뺑소니는 절대 아니다"고 결백을 주장한 김흥국의 입장에 힘이 실리면서다. 그러면 단순 접촉사고로 보이는 해당 사건이 어쩌다 '뺑소니'가 됐을까. <더팩트>는 문제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당시 정황을 파악해 봤다. 그리고 김흥국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쟁점들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오토바이 운전자, 적극적 합의요구 등 이상행동…사건 쟁점되나
[더팩트ㅣ강일홍·유지훈·김샛별 기자] "김흥국을 검색하면 '뺑소니'가 연관 검색어로 뜹니다. 이미 입은 이미지 타격,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난 10일 오후 서울 동부이촌동 한강쇼핑센터 부근 사거리는 예상보다 차량이 붐볐다. 김흥국은 자신의 SUV 차량을 타고 집에서 나와 횡단보도와 맞물린 비보호 좌회전 차선에 진입한 직후 접촉사고가 났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지켜보니 경찰에 제출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 속 장면과 유사한 상황이 끝없이 반복됐다. 실제 김흥국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보면 좌회전하려던 김흥국 차는 멈칫 정지를 한 상태이고, 오토바이는 그대로 해당 차량의 왼쪽 앞 범퍼를 부딪친 뒤 스치고 지나간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6일 오토바이 운전자를 들이받은 뒤 사고를 수습하지 않고 떠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로 김흥국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김흥국은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사거리에서 정지 신호 중 비보호 좌회전을 하려다가 역시 신호를 위반한 채 직진하던 오토바이와 부딪혔다.
김흥국은 황당해했다. 단순한 접촉 뒤 넘어진 적 없이 그대로 사라진 A 씨가 어느 날 갑자기 그를 뺑소니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고 당시 오토바이 운전자가 넘어졌다면 당연히 내려서 상태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말없이 그냥 가길래 '별일 없나 보다'라고 생각해 보험회사에만 신고를 한 채 잊고 지냈다. 그러다 경찰 연락을 받고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흥국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공개했다. 영상에는 그날의 사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김흥국은 비보호 좌회전 차선에서 직방향 빨간 불일 때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을 시도하려 했다. 이내 보행자를 발견하고 차를 멈추려 했고, 그 순간 왼쪽 소차로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신호를 위반한 채 빠른 속도로 다가와 차량 앞 번호판을 스치며 지나갔다.
앞선 신고 내용과는 다소 달랐다. 먼저 김흥국이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이 아니라 오토바이가 부딪친 것으로 판단됐다. 직후 상황에 대해 김흥국은 "오토바이 그분(A 씨)이 내 차를 들이받고 지나간 뒤 혼잣말로 '젊은 사람이 무슨 운전을 그렇게 하느냐'며 별일 아닌가 보다 하고 그냥 갔다"고 했다.
반면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30대 남성 A 씨는 직접 "뺑소니를 당했다"고 언급하며 김흥국을 경찰에 신고했다. 또한 A 씨는 충돌 당시 쓰러졌고 정강이가 찢어져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며 경찰에 병원 진단서를 제출했다. 이에 김흥국은 "블랙박스 영상만 100번 이상 반복해서 봤는데 의심스러운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쟁점1=오토바이의 계획된 접촉 가능성
김흥국은 A 씨의 의도적 접촉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팩트>에 "일반적으로 부딪칠 것 같은 상황이면 속도를 줄이거나 반사적으로 옆으로 피하려고 행동하지 않나. 하지만 A 씨는 반듯이 지나간다. 자세히 보면 오히려 내 차 방향으로 살짝 꺾었다가 앞 범퍼를 치고 미끄러지듯 지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앞에 공간이 넓어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피하지 않고 일부러 와서 살짝 충격을 주고 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장은 좁은 골목길 사거리가 아닌 꽤 널찍한 도로였다. 또한 오토바이 기준 좌측 차들과의 거리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으며, 당시 맞은편 직진 차들도 신호를 받고 정차해 있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김흥국 차량을 발견하고 반대편으로 방향을 꺾었다면 접촉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 가능한 대목이다.
김흥국이 사고 후 아무런 조치 없이 자리를 떠났다는 부분도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대낮의 현장은 오고 가는 차량은 물론이고 주변이 모두 아파트라 인근 주민들도 많았다. 즉 김흥국이 넘어진 A 씨를 돌보지 않고 떠났다면 목격한 이들도 다수였을 터다. 김흥국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저 오토바이가 나쁜 사람이네'라고 말한 행인들이 바로 목격자"라고 말했다. 또한 김흥국이 진입하는 도로는 제한 속도가 '30'으로 명시돼 있는 만큼 빠른 속도로 현장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김흥국은 넘어진 운전자가 없으니 조치를 할 상황이 아니었던 데다 현장에도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난 후 놀란 마음에 그 자리에서 1~2분 정도 서 있었다. 오토바이는 이미 지나간 뒤였다. 그 후에도 차를 옆으로 뺀 뒤 잠시 서 있었다"며 "(A 씨가) 만약 다쳤거나 혹은 다른 데 가지 않고 그곳에 있었다면, 내가 정차해 있는 동안 와야 하지 않나. 그랬다면 서로 잘잘못을 따져서 사건이 어느 정도 수습이 됐을 텐데 그 사람이 오지 않으니 나도 한참 후 자리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쟁점2=지나친 합의 종용은 왜 했나?
갑작스러운 신고처럼 김흥국을 당황하게 만든 A 씨의 행동은 또 있었다. 바로 도가 지나칠 정도로 계속된 합의 요구다. 이는 김흥국이 공개한 녹취록에도 담겼다. A 씨로 보이는 듯한 통화 상대방은 "유사한 전과가 있는 김흥국 선생님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는 어떤 식으로 조사를 받느냐에 따라 적용이 될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과 함께 "(김흥국)선생님이 뺑소니 혐의가 적용됐을 때 들어갈 돈이 최소 3500만 원인데 그 돈을 저에게 달라"고 했다.
또한 <더팩트>가 확보한 녹취록에서도 A 씨는 "나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라서 어렵고 힘들다. 병원에도 안 갈 것"이라며 "어차피 뺑소니를 해결하려면 수천만 원이 들게 돼 있다. 그 돈을 딴 데 쓰느니 (나한테) 주면 되지 않느냐. 제시하는 금액이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3500만 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3500만 원의 합의금 요구가 장기적으로 지속됐다는 점이다. 대개 사고가 발생한 뒤 상황이 불리한 가해자 쪽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청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 A 씨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김흥국을 뺑소니로 신고한 뒤, 오히려 '빨리 합의해 달라'고 종용했다. 김흥국은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신고한 사람이 자꾸 합의를 보자고 하니 당황스럽다. 매일 오는 연락 때문에 결국 경찰에게 연락 안 오게 하는 방법이 없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호소했다.
3500만 원이라는 금액도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김흥국은 "350만 원도 아니고 3500만 원이라는 계산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 부분을 공부했는지 전문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원하는 대로 합의를 해줘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쟁점3=접촉면과 다른, 미심쩍은 상처 부위
김흥국은 이 밖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하나 더 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YTN을 통해 공개한 상처 부위가 이번 사고로 발생했다는 점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진단서에 따르면 A 씨는 인대 염좌 및 우측 하퇴 타박상을 입었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서는 A 씨의 무릎 안쪽에 세로로 길게 나 있는 상처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A 씨의 오른쪽 신체 일부만 김흥국 차량에 스쳐 지나간다.
김흥국이 이상하다고 지적하는 점은 오른쪽 무릎의 상처다. 김흥국은 "오른쪽 다리 바깥쪽이 번호판에 부딪혔다. 그렇다면 오른쪽 다리 바깥쪽이 다쳐야 하지 않나. 그런데 (A 씨는) 무릎 안쪽에 상처가 있는 걸 보니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진단이 3주 나왔다는데, 어느 병원에서 어떻게 진단을 받았는지 궁금하다"고 짚었다.
이처럼 '뺑소니'인 줄 알았던 사건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쟁점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현재 경찰은 사고 관련자 조사를 한 번씩 마쳤으며, 블랙박스 영상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영상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다만 김흥국은 어떤 결론으로 끝이 나도 씁쓸함은 매한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을 왜 이렇게 크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 합의하지 않으니까 이런 식으로 사건을 터트리는 거면 법이 왜 있나. 좋게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이미 '김흥국' 하면 '뺑소니'가 따라붙는다. 이번 일로 입은 이미지 타격은 돌이킬 수 없다. 이 문제는 누가 책임을 질 건가. 지금 여러 가지로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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