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하세요?-박지헌] "지금 일곱 명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다둥이 아빠 가수 박지헌은 요즘 가족들과 함께 매주 캠핑을 떠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더팩트 DB

코로나19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 활동이 줄어든 연예인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고 최근엔 부업이 아니라 마지막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연예인들도 많다. 한때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활동이 뜸해지면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기도 한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더팩트>는 이들의 근황과 특별한 사연을 소개하는 영상인터뷰 '요즘 뭐하세요'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공백', 가족들과 매주 캠핑 '더 애틋한 시간'

[더팩트ㅣ이승우 기자] "기자님, 제가 요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가급적 집 근처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가수 박지헌, 그는 아이들을 돌보다가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와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다름아닌 인터뷰를 하기 위한 장소였는데요. 전화기 너머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은근히 걱정이 됐죠.

처음 인터뷰 얘기가 오고간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어렵게 인터뷰 날짜가 픽스됐는데요. 용인 기흥에 위치한 집 앞에서 만나 게 된 박지헌은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행복하다 보니 웬만하면 외부 스케줄을 잡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님도 사랑을 해보셨죠? 사랑에 빠지면 주변 친구들이 아무리 나오라고 해도 나가지 않게 되잖아요. 제가 늘 그래요. 아내와 그리고 여섯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 보니 가급적이면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만들지 않죠."

'다둥이 아빠'와 '가수'. 박지헌을 아는 대중은 두 가지 이미지로 함께 기억합니다. 그가 2004년 노래한 히트곡 '눈을 보고 내게 말해요'는 최근 방송한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명곡으로 들려줄 만큼 지금도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박지헌은 도시에서 여섯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과거 시골에선 다둥이 가정이 흔한 편이었지만 요즘 여섯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드는 돈도 만만치 않고, 자녀 여럿을 키우느라 고생했던 부모 세대를 보면서 차라리 한 명만 낳아서 잘 키우자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예인들 가운데 이른바 ‘다둥이 스타’로 꼽히면 그 자체만으로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박지헌 외에도 개그우먼 김지선이 4명의 자녀를 두고 있고, 배우 신현준과 양동근 윤상현 이요원 소유진 그리고 개그우먼 정주리가 각각 3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여섯 아이를 낳은 박지헌은 연예인 사이에서 으뜸 ‘다둥이 스타’가 됐습니다.

지난 2019년 그룹 V.O.S의 같은 멤버 김경록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박지헌과 아내 서명선 씨 슬하의 육남매가 참석해 다정하게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더팩트DB

- 여섯 아이를 키우는데 경제적 어려움은 없는지요

이미 결혼식 축가나 행사로 열심히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죠. 일이 많을 때는 연간 (행사를) 몇 백번도 하니까요. 50만원, 30만원 이런 행사들까지 모두 했어요. 반응이 좋다 보니 전국의 일을 잡아주는 에이전시에게 좋은 상품이 된 거죠. 지금도 꾸준하게 일을 하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은 크게 없어요.

대전 지역의 택시 운전기사의 아들로 태어난 박지헌은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낙천적이어서 학창 시절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뭐든 배우고 해보자는 게 당시 박지헌이 매일 되뇌던 생각이었다고 한다. 대전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살면서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박지헌은 눈 앞에 찾아온 뜻밖의 기회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가수 제안을 받고 덜컥 데뷔까지 하게 됐다.

- 결혼 사실을 숨기면서까지 활동을 꼭 하고 싶었나요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모두 다 비밀로 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어쩌면 우리 부모님이 한 번도 누려보지 않았던 부와 명예가 올 수도 있다는 상상을 했죠. 그리고 단 한번도 좋은 집에서 살아보지 못했던 저희에게는 꿈같은 일이었어요. 그만큼 좋고 기대감이 크다보니까 온 가족이 (결혼 사실을) 숨기게 됐죠. 결혼이 마이너스 이미지로 박힐까봐서요.

- 결국엔 최고의 전성기 때 결혼 사실을 고백하지 않았나?

사실 가족 모두 조마조마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세상에 알려지고 나니까 그때서야 '걱정을 왜 했지?'란 느낌이 오더라고요. 내 마음만 그런 게 아니라 온 식구들의 기분까지 정말 좋아서 만장일치로 마트 가자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식구들과 함께 마트도 한 번 못 간 거예요. 특히 우리 엄마의 경우는 팬들이 알아보니까 손자를 안고 밖에 나간다는 건 절대 말이 안됐던 상황이었던 거죠.

2004년 그룹 V.O.S로 데뷔해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최근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뭐하니를 통해 그의 히트곡인 눈을 보고 내게 말해요가 재조명되면서 차트 역주행을 하기도 했다. /더팩트 DB

- 첫 째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겠네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제일 짠해요. 4년 만에 첫 가족 외출이 다름 아닌 마트였어요. 제가 (첫 째 아이를) 목마 태우고 마트에 갔죠. 그 때 진짜 저를 많이 알아볼 때인데, 아이와의 외출을 너무 즐기고 싶어서 그리고 너무 누리고 싶었어요. 지금은 중3인데 키가 180이에요. 멋있게 성장했고, 정말 듬직해요."

박지헌은 자녀가 많아서 가장 좋은 점으로 ‘인성교육’을 꼽았다. 형제끼리 자매끼리 서로 나누는 게 습관처럼 몸에 배다보니 나눔과 배려가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고,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에서 책임감을 익힌다고 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걸 뿌듯해한다. 박지헌의 삶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극명히 나뉜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생활의 변화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자주 갖는다.

- 박지헌에게 코로나19는 어떤 의미인가요

'코로나였기 때문에 일이 없었어'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바쁘지 못했어' 그런데 일도 없었고 바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해낸 게 없으면 진짜 한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한 거예요. 그 모습을 아이들이 하도 보니까 자기들도 그런 마인드가 생기게 된 셈이죠.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가족들과 함께 매주 캠핑을 즐기게 됐죠.

- 캠핑을 자주 가면 힘들지 않나요

캠핑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캠핑을 하면서 생긴 슬로건이 있는데 '캠핑은 육아다'예요. 육아도 마음이 없으면 힘들고, 캠핑도 마음이 없으면 이만한 노동이 없어요. 제일 싫어하는 선생님과 해외여행을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무슨 여행이겠어요, 지옥이지요, 하하.

- 그래도 매번 캠핑을 즐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진짜 노가다입니다. 갖다 와서 바로 나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다녀오는 길에 아내와 이야기해요. "야, 우리가 진짜 미쳤나보다. 이 노동이 좋은 거 보니까 진짜 뜨거운가 보네." 아내는 집에 돌아오는 길인데 또 가고 싶데요. 캠핑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가요. 인간에겐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을 느끼게 하는 기능이 있나 봐요. 그래서 군생활이 엄청 지루했나 봐요(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는 박지헌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곱게 화장한 티가 났습니다. 저는 그를 만나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인물이 인문학 교수가 아닌 연예인이란 사실을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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