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배우 강하늘, '비당신' 영호와의 교집합 [TF인터뷰]

강하늘이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그는 목표도 꿈도 없이 삼수 생활을 하는 영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잔잔한 감성 영화에 대한 갈증 있었죠"

[더팩트|박지윤 인턴기자] 배우 강하늘은 매번 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바짝 깎은 머리와 동글한 안경을 쓰고 이론에만 충실한 경찰대생(청년 경찰), 시인이 되고 싶었던 꿈 많은 청년(동주), 지고지순한 사랑꾼 용식(동백꽃 필 무렵) 등 매번 다른 사람이 되어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이번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영호는 친근하고 익숙하다. 우리가 아는 강하늘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이하 '비당신', 감독 조진모)는 목표도 꿈도 없이 삼수 생활을 하던 영호(강하늘 분)가 문득 떠오른 첫사랑 소연(천우희 분)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된다. 극 중 강하늘은 미래에 관한 고민과 고집 그리고 가족과의 충돌까지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문제를 통해 성장통을 겪는다. 영화 '기억의 밤'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강하늘은 '비당신'의 주 배경이 되는 2003년 풋풋했던 그 시절 자신을 소환한다.

"영호는 겉으로 표현하기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가져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동주'랑 조금 비슷해요. 그렇지만 이전 작품들은 그 역할처럼 보이려고 했다면 영호는 강하늘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어렸을 때 하늘이가 이랬지'를 많이 떠올리며 표현했어요. 그러다보니 더 편안한 호흡이나 반응이 생기더라고요."

영호에게는 탄탄대로 인생을 걷고 있는 엘리트 형이 있다. 영호는 그런 형과 자신을 비교하지도 기죽지도 않는다. 또 문득 떠오른 첫사랑 소연에게 편지를 보내며 설렘을 느낀다. 강하늘은 이렇게 평범한 듯 특별한 청춘을 보내는 영호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민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중 자신을 가장 많이 담는 것을 해법으로 택했다.

극 중 강하늘은 첫사랑 소연에게 편지를 보내며 평범한 일상 속 설렘을 얻는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호가 삼수를 준비하다가 과감히 그만둘 때 저랑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약간 고집을 넘어선 아집이 있거든요. 내가 즐겁고 맞다고 생각하는 거를 해야 되는 성격이죠."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면 영호는 안쪽으로 들어가는 인물이고, 저는 겉으로 드러나는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저는 20대 초반에 연극을 하면서 하루하루 시험에 오르는 기분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공연을 시작한 만큼 실수를 하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많은 분들이 나를 믿고 써주시니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다고 이 부분이 스트레스로 온 건 아니에요.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비당신'은 편지를 매개체로 마음을 주고받는 하는 여느 로맨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편지가 맺어주는 사랑이 아닌 편지로 인해 변해가는 영호와 소희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춘다. 편지가 설렘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영호가 품은 미래를 향한 불안감이 지워지지 않는다.

"가족 관계나 미래에 관한 고민 그리고 학업 스트레스가 작품에 다 담겨 있어요. 이로 인해 영호가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는 좋아하지 않고 이런 딱딱 끊어지는 감정을 담지 않았어요.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나? 왜 생각이 나지?' 이런 톤으로 맞췄어요. 가족과의 관계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인한 영호의 성장이 그 감정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수진과 소희와의 감정도 마찬가지고요."

강하늘은 편지 속 천우희를 상상하며 연기를 했지만 오히려 더 깊은 교류를 나눴다고 전했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소희는 영호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그래서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이뤄지기 힘든 약속을 한다. 영호는 이 가능성 낮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년 같은 자리에서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무모한 행동을 한다. 이렇게 두 주인공은 편지로 소통하기 때문에 혼자 연기하는 분량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편지 속 상대와 함께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낸다.

"개인적으로 답답함보다 오히려 더 깊은 교류를 나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상대방이 녹음한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연기를 하다 보니 표정이나 행동을 다 상상했어요. 이런 점들이 저에게는 더 큰 만남이었다고 생각해요."

강하늘은 '비당신'이 가진 이야기의 힘에 매료됐다. 잔잔한 분위기의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작품에서 남다른 흡입력이 느껴져서다. 영화의 결말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강하늘은 다르다. 그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 하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없다고 자신한다.

"시나리오를 펴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그만큼 굉장히 흡입력 있었고 이런 잔잔한 감성의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을 처음 만나고 결말을 바꿀 생각이 있냐고 물었어요. 저는 안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이 결말이 우리 영화 톤에 맞는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강하늘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잊고 지냈던 사람이나 그 때를 한 번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키다리이엔티 제공

강하늘은 '비당신' 개봉을 앞두고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고 한다. 4년 전 '기억의 밤' 개봉을 앞두고 군 입대를 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코로나19로 당연했던 일상이 소중해지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그에게 소소한 행복이었다. 관객들도 '비당신'을 보면서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객분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잊고 지냈던 사람이나 그때를 한 번 떠올리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예전 일들을 많이 잊고 지내기 마련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 기다림이 있던 상대를 한 번씩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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