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질문도 재치 있게…'韓 대표 배우' 윤여정의 말말말

윤여정이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전 세계인 앞에서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서의 입담을 과시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소신 발언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트로피를 품에 안은 그의 말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자신감과 위트가 넘쳤다.

윤여정은 25일(한국시간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온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랏2' 마리아 바칼로바, '더 파더' 올리비아 콜먼,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스를 꺾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윤여정은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오스카상 역사상 두 번째로 연기상을 받는 아시아 배우가 됐다.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의 기록이다. 그는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감독 정이삭)에서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이와 같은 성적을 거뒀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을 시작하면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미나리'의 제작사 플랜 B의 수장인 브래드 피트를 향해 "미스터 브래드 피트, 드디어 만나서 반갑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어 "우리가 영화를 찍을 동안 어디에 있었냐"는 말로 영화 제작자와 출연 배우로 맺은 인연을 재치 있게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왼쪽)은 시상식 후 미나리의 제작자 브래드 피트와 기념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모든 배우들이 그렇듯 윤여정은 이번 수상의 공을 모두에게 돌렸다. 이와 함께 결국 경쟁 구도로 이어지는 영화 시상식의 관행도 들춰냈다. "나는 경쟁은 믿지 않는다"며 "내가 어릴 때부터 많이 보고 훌륭한 연기를 봤던 글렌 클로즈를 이길 수 있겠는가. 각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각자가 승자다. 경쟁이라 할 수 없고, 운이 좋았던 것 같고, 한국 배우에게 호의 표해준 미국인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람들을 향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함께 고생한 '미나리'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비롯해 정이삭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자신이 출연한 첫 번째 영화 '화녀'의 감독 김기영을 향해 "천재 감독이셨다. 살아계셨다면 행복해하셨을 것"이라며 거듭 존경심을 내비쳤다.

무대에서 내려온 후에도 윤여정의 입담은 계속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브래드 피트에게서 어떤 냄새가 났냐"고 묻자 "나는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라고 재빠르게 응수했다. 윤여정 특유의 직설 화법과 재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어 오스카 트로피를 쥔 채 기념촬영을 하며 브래드 피트와 나눈 대화와 관련해서는 "다음 영화에는 돈 좀 더 써달라고 했다. 그러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더 쓰겠다'며 슬며시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또 브래드 피트를 한국으로 초청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여정은 우리는 그저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한 사람이라며 인종 갈등이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이날 윤여정의 수상은 단순히 한국 배우로서 최초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아시아 여성 배우 윤여정에게 건네진 트로피는 그동안 '백인 남성 중심의 시상식'이라는 비난을 계속해 받아왔던 아카데미의 쇄신 과정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윤여정은 "무지개도 일곱 가지 색깔이 있다.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사람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또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구분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저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한 사람이다"라고 소신을 내비쳤다.

한편, '미나리'는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분)를 돕기 위해 미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할머니 순자 역을 연기했다. 유쾌한 통찰력을 지닌 전형적이지 않은 할머니의 면면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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