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과 진실' 파헤친 '풍문쇼' MC들, 입장 바뀐 '논란 속 당사자'
[더팩트|강일홍 기자] "60세 돼도 인생은 몰라, 나도 처음 살아보니까."(tvN '꽃보다 누나' 출연 당시)
배우 윤여정이 과거에 이렇게 한 말은 지금도 어록으로 돌아다닐 만큼 의미 심장하게 와닿는데요. 세상 일이란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부침이 심한 연예계 삶은 아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습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승승장구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실수나 구설수에도 추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죠.
보통사람들이라면 별것 아닌 것들도 연예인들한테는 치명적 오류나 걸림돌이 돼 옭아매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에 대중의 관심 속에 스타가 되는 행운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 또한 흔합니다. 사실 이런 일은 워낙 빈번해 일일이 그 사례를 꼽을 수 없을 정도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은 불굴의 의지로 우뚝 선 감동 사연보다는 논란과 구설에 오른 스타들의 비하인드 가십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풍문'은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바람결에 떠도는 소문입니다. 애초 사실보다는 거짓이라는 쪽에 무게를 둔 표현이다보니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루머나 유언비어로 비칠 때가 더 많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연예가에 떠도는 소문이나 풍문이 때로는 전혀 사실무근만은 아니라는 건데요. 소위 증권가 지라시로 불리는 '미확인 정보'는 대중의 궁금증 때문에 오히려 살이 붙어 생명력을 키우는지도 모릅니다.
◆ 대중은 논란과 구설에 오른 스타의 비하인드 '가십'에 더 관심
지난해 9월 막을 내린 채널A '풍문쇼'(풍문으로 들었쇼)는 바로 이런 대중의 호기심에 기반한 프로그램이었는데요. 풍문으로 들리는 각종 소문의 진실을 확인해본다는 의도로 기획돼 비교적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종편 채널의 특성을 살린 도발적 시도에 초기엔 신선하다는 평가도 있었죠. 다만 차츰 소재가 고갈되고 논란 속 주인공들의 얘기만을 단순 나열하는 데에 그쳐 '식상함'이란 아쉬움의 뒤끝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은 2015년 10월 첫방 이후 자그마치 5년간이나 방영됐습니다. 필자도 처음 기획단계부터 합류해 2년 가량(총 100회) 고정 패널로 출연을 한 프로그램이기도 한데요. 이제와서 얘기지만 제작진이 처음 출연을 제안해올 때만 해도 오랜 취재 현장을 지킨 현직 기자로 연예계 '소문과 진실'의 실체를 두드려본다는 점에서 확실한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제작진과 직접 이슈 현장을 취재하기도 했고요.
◆ '풍문쇼' MC들과 패널로 2년 여 함께 호흡한 필자도 만감 교차
필자가 지금은 폐지된 프로그램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된 건 진행을 맡은 MC들의 어제와 오늘이 극명하게 비교됐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박수홍은 친형을 상대로 횡령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친형 박진홍 씨는 박수홍이 데뷔한 이후 30여년간 매니지먼트 일을 하며 바늘과 실처럼 한몸으로 움직였는데요. 연예계에서도 부러움을 산 돈독했던 형제애가 재산을 둘러싸고 금이 간 셈이 됐습니다.
항상 깨끗하고 반듯했던 박수홍의 이미지는 이 일로 크게 얼룩이 졌는데요. 본인의 잘못이나 실수가 아닌 일방 피해자 입장임에도 그 상대가 가족이라는 점 때문에 그 배경에 더욱 의혹을 키웠습니다. 자신이 직접 진행을 맡았던 '풍문쇼'가 지금도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세상은 돌고 돈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풍문쇼' MC를 했던 주인공들이 대부분 불미스런 사건과 구설에 휘말렸네요.
가수로 MC로, 승승장구하던 홍진영이 석박사 논문 표절논란에 좌초했고, 배우 신현준은 전 매니저와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1년 가까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방송인 이상민도 사기혐의 피소 및 명예훼손 등에 연루됐고, 공형진은 공황장애와 가정사 우환을 겪었습니다. '풍문쇼' MC였던 이들과 패널로 함께 호흡한 필자로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대목입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참 기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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