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신년사에서 '소프트파워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며 문화·예술과 스포츠를 대표적인 'K-콘텐츠'로 내세웠습니다. 특별히 BTS와 블랙핑크, 그리고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기도 했죠. K-콘텐츠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여러모로 힘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행복을 주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도 합니다.
<더팩트>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한류를 이끄는 '한류 콘텐츠 메이커'를 직접 만나 K-콘텐츠의 성공과 가능성,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와 해결법을 살펴보는 기획시리즈 '한류 인사이드'를 통해 글로벌 한류의 현주소를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더앤트 신상원 이사 "좋은 작품 만들기 위해 출발…오래 회자될 작품 만들고 싶어"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국에서 만든 웹툰이 해외 8개 국에 수출된다. 드라마, 영화 등 분야에선 흔한 일이지만 웹툰의 수출은 역사의 페이지를 쓰는 중이다. 반응도 좋다. 미국, 일본,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자신의 플랫폼에 한국산 웹툰을 업로드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다.
학창시절 품었던 꿈같은 일을 실현하며 날개를 펴기 시작한 젊은 회사가 있다. 웹툰 제작사에서 종합 콘텐츠 회사로 발돋움 하고 있는 더앤트의 공동 창업자 신상원 제작이사를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더앤트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웹툰을 제작하는 회사이지만 종합 콘텐츠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올해 설립 4년 째로 50~60여 명의 직원이 체계적으로 팀을 구성해 분할 업무를 한다. 그림 그리는 팀, 배경 담당 팀, 컬러를 넣는 팀, 스토리를 짜는 팀 등이 있다. 편집부에서는 그것들을 묶는 역할을 한다. 영화로 치면 전반적인 감독 역할이다. 컬러는 하는 곳은 미술 감독, 그림을 그리는 곳은 배우라고 보면 된다.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 '던전리셋' '더라이브' 등이 더앤트가 제작한 대표작이다.
소설이나 웹소설을 웹툰화하는 '노블코믹스'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웹툰을 베이스로 한 OSMU(One Sourse Multi-Use)를 통해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웹툰 이상의 영역을 시도하고 싶어서 사명도 앤트스튜디오에서 더앤트로 바꿨다.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 유럽 등 8개 국에 웹툰을 수출하고 있고 현지에서 연재할 수 있도록 계약이 돼 있다. 세세한 조건은 다르지만 일본의 픽코마, 중국의 콰이콴과 빌리빌리 등 웹툰사와 연재 계약을 통해 진행하고 한다.
-웹툰 제작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저도 원래 웹툰 작가였다. 대학 시절 구상했던 작품을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했고 꽤 괜찮은 반응도 얻었다. 연재가 끝나고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을 때 혼자서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이서 하다보면 노동의 강도가 높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성찰이나 공부의 시간 등도 필요했지만 개인적으로 모자람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집단으로 웹툰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 창업자인 이용찬 대표이사와 뜻이 통했다. 10대 때부터 같은 미술학원을 다녔다. 미대 입시를 꿈꾸던 학생이었지만 만화 작가라는 꿈이 있었다. 결국 같은 학교(세종대 애니메이션과)에 들어가게 됐고 학업 활동을 하면서 함께 플랫폼 사업을 시도하기도 한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컬러 작업 같은 것을 함께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가 주도적으로 시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방대한 결과물을 정해놓고 그 것을 위해 한다기보다 우리가 정성스레 함께 만든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길 바랐고, 일련의 활동들에 흥미를 느꼈다. 이용찬 대표가 아이디어 좋다. 출판 시장이 전자책 시장으로 옮겨간 것 처럼 웹소설을 웹툰화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많은 사람들을 더 모아 현재의 더앤트가 됐다.
-시장이 크지 않았던 만큼 걱정도 많았을 것 같다.
웹툰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다만 작가 개인이 혼자서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한계가 있다. 체계적으로 분업화된 스튜디오로 경험치를 축적한다면 제작 노하우가 쌓일 것이며, 이 때쯤이면 글로벌 콘텐츠제작사로서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다만 작년에는 확실히 혼잡했다. 커지는 시장에 따라가려다보니 내부 시스템이나 구조화, 노하우의 축적화 등에 더욱 노력을 했고 올해는 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K-웹툰'이 해외에서 얼마나 인기를 얻는가?
웹툰은 지역간 또는 국가간에 정서를 어느정도 통용될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와 음악, 아이돌 등 문화 콘텐츠 등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가 해외에서 소비가 잘 되고 있다. 웹툰 또한 전세계적으로 넓게 퍼지고 있다. 웹툰의 호흡이나 소비하는 대상 등이 기존 만화와 문법이 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해외 업체에서 먼저 연락이 올 때도 있고, 우리가 먼저 요청해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로 화상 미팅을 주로 하는데 미팅을 해보면 우리나라 웹툰이 해외에서 잘 소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나라 웹툰이 세계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비결이 무엇인가?
웹툰의 기반은 만화다. 만화를 보는 목적은 재미다. 재미가 있으면 콘텐츠가 소비된다. 웹툰 역시 재미가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 만화는 판타지다. 판타지는 그 지역이나 국가가 가지고 있는 특색을 타지 않는다. 정서가 달라도 소비가 가능한 콘텐츠다. 시장이 커지고 작품들의 경쟁도 많아지다보니 퀄리티 또한 좋아지고 있다.
또한 더앤트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콘텐츠인 노블코믹스의 특수성도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의 웹소설을 웹툰화 시키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시나리오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때 자체 회의를 통해 작품을 선정하고 웹툰화 작업에 돌입한다. 게임사에서 게임 IP를 웹툰으로 만들어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방향으로 콘텐츠가 소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방향성이 있다면.
웹툰은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호흡이 짧다. 짧은 호흡이다보니 오히려 중심을 잡기가 더 나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다만 즉각적인 피드백을 위해 자극적이어야하고 심플하게 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에 좀 더 명작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 10~20년 전에 나왔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들이 회자되는 것처럼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내재화된 메시지나 정교화된 스토리를 갖추는 것도 방안이다.
콘텐츠는 곧 이야기다. 소비자들이 시장에 접근하는데 장벽이 낮은 만큼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기도 용이하다. 저절로 따라오는 다양한 사업도 기대해볼 수 있다. 게임이나 캐릭터 산업, IP 사업으로도 갈 수 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현재 하고 있는 작업들에 대해 큰 우려는 없다. 다만 작품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더앤트에서 일하는 50~60여 명의 멤버가 개개인마다 다양한 성향들을 가진 작가들이었다. 스릴러나 서스펜스 장르, 전통적인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판타지, 멜로 등 대중적인 장르에 특화된 직원도 있다. 이윤을 남겨야 하는 사업체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따라가야하는 것도 맞지만 여기 모인 이 여러 작가들이 각 자 개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분명히 있다.
이에 서로 협업이 잘 돼야 한다. 한 명의 스토리 직원이 한 작품만 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손길이 가면서 다듬고 더하고 하는 작업을 해야 완성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러한 것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기 위해서는 창작자가 주체가 돼야 한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세계 시장의 많은 독자들에게 어필이 되는지 입증하고 있다. 우려보다는 기대에 더 에너지를 쏟고 싶다.
-웹툰이라는 콘텐츠가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
트렌드는 바뀌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나이를 먹는다. 동시에 콘텐츠는 빠르게 소비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웹툰은 적합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또 웹툰은 그림이 베이스인 콘텐츠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받아들이는 허들이 낮다는 게 매력이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또한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많은 도전을 하겠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다만 시행착오와 실패 경험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더앤트 내부에서도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고 있다. 아직은 내공이 많이 쌓여야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영역을 늘려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디즈니 픽사의 '월-E'나 '업', 극장판 애니메이션 등을 좋아한다. 10년~20년 회자될 수 있는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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