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의혹' 속, 세 여배우 향한 엇갈린 시선
[더팩트ㅣ유지훈 이한림 기자]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김정현이 일주일 여 만에 입을 열었다. 김정현은 지난 14일 홍보대행사를 통해 사과문으로 자신의 과거 행동을 후회했고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사과했다. 말미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건강한 배우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정현 논란'에 등장하는 3명의 서 씨 여배우들이 지속적으로 입방아에 오르는 사이 김정현이 침묵하며 논란을 키운 데 이어 뒤늦은 입장 발표에서도 이들에 대한 언급과 해명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은 지난 8일 김정현과 서지혜의 열애설부터 시작된다. 김정현이 지난해 종영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서지혜와 집을 오가는 데이트를 했다는 현장 사진이 보도된 직후다.
다만 대중은 열애설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도 전에 김정현이 현 소속사와 분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정현이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마치고 서지혜 소속사 문화창고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려는 과정에서 계약 관련 분쟁을 겪고 있다는 의혹이다.
곧이어 김정현이 태도 논란을 겪었던 2018년 MBC 멜로드라마 '시간' 사건이 소환됐다. 서주현(소녀시대 서현)과 함께 각각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김정현은 제작발표회에서 시종일관 무성의한 태도로 구설수에 올랐던 사건이다. 당시 남자주인공 김정현은 12부 만에 하차했으며, 32부작 '시간'은 사라진 남자 주인공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하기만 하는 여자 주인공의 가슴 아픈 짝사랑 이야기로 변한 채 종영했다. 당시 김정현은 하차 이유를 건강 상의 문제라고만 밝혔으며 이후 11개월 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김정현의 '시간' 논란의 배후에 서예지가 있었다는 12일 디스패치 보도가 이어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서예지가 김정현에게 여배우와 스킨십을 하지 말라는 등 지시를 했고, 김정현은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의혹'이다.
논란이 커지자 모든 화살은 서예지를 향했다. 서예지는 가스라이팅 논란을 시작으로 학교폭력, 학력 위조, 갑질, 다른 배우와 제작진과 불화나 염문설 등이 재조명됐고 광고주 '손절', 차기작 퇴출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명확한 해명 없이는 연예계에 발을 붙이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13일 주연을 맡은 영화 '내일의 기억' 시사회에 불참하면서 대중의 질타를 피하기 위한 자세를 취한 것도 화근이 됐다.
결과적으로 김정현이 불러일으킨 나비 효과는 더이상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됐다. 이번 논란에 언급된 김정현과 서예지, 김정현과 서지혜의 관계, 그리고 서현의 입장도 모호하다. 한 명의 남자배우와 3명의 서씨 여배우, 이들은 어떤 사이였을까. 단순히 전 연인 관계였을 뿐인가, 아니면 일방적 피해자인가. 김정현 논란에 언급된 3명의 여배우들을 향한 각각의 엇갈린 시선을 짚어봤다.
√FACT체크1=김정현과 서예지는 연인이었나
서예지의 김정현 가스라이팅 의혹이 제기된 보도에 따르면 서예지는 김정현을 '김딱딱'으로 칭한다. 상대 여배우와 스킨십을 하지 말거나 여자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지 말고 딱딱한 태도를 유지하라는 의미다. 이에 정황상 당시 둘의 사이가 연인 사이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았다.
김정현과 서예지는 1990년생 동갑내기다. 둘은 2018년 3월 개봉한 러닝타임 38분의 가상현실(VR) 영화 '기억을 만나다'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김정현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시간은 같은 해 7월에 방영됐다. 연인 사이였다면 만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쪽도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둘 사이가 연인을 넘어 갑을 관계가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의구심은 곧바로 풀렸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서예지 소속사 골든메달리스트는 13일 서예지의 '내일의 기억' 시사회 불참 선언 이후 입장문을 통해 김정현과 논란은 "연인 사이에 흔한 애정 싸움"이라며 둘의 관계를 공식화했다. 둘은 2018년 사귀는 연인 사이였던 셈이다.
이어 서예지 측은 "모든 배우들은 연인 간의 애정 다툼과 별개로 촬영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며 김정현의 '시간' 논란은 서예지와 관계가 없다는 식의 대답을 내놓았다. 연인 끼리 애정 싸움은 있을 수 있지만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배우로서 프로 의식은 결여될 리는 없다는 설명이다. 전 여인인 건 인정하지만 논란에 엮이는 건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FACT체크2=김정현은 서지혜와 연인이었나
서지혜는 이번 '김정현 논란'의 시작을 함께 했지만 현재는 언급되지 않는 분위기다. 열애설 이후 다른 인물과 사건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진실에 대한 의문들이 덮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지혜 소속사의 빠른 대응도 한 몫했다. 서지혜 소속사 문화창고는 8일 열애설 직후 "두 사람은 친한 누나 동생 사이"라며 "김정현이 소속사 계약 만료를 앞두고 개인적으로 상담하기 위해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이 가까이 살고 있기도 하다"고 열애설을 극구 부인했다.
실제로 김정현과 서지혜는 정황 상 연인 사이라고 보기도 무리가 있다. 김정현은 서지혜와 '사랑의 불시착'에서 호흡을 처음 맞췄으며 소속사의 입장 외에는 실제로 접점을 찾기도 어렵다.
다만 김정현의 사과문에는 서지혜 소속사 문화창고가 불미스럽게 언급된 회사로 등장하며 사과의 대상이 됐지만, 서지혜에 대한 언급은 없다. 설령 당사자들끼리 애틋한 감정이 있었더라도 연인이란 근거는 확인 불가다.
√FACT체크3=서현은 '이유없는 의문의' 피해자인가
김정현은 이번 입장문에서 4개의 집단과 1명의 사람을 직접 언급하며 사과했다. 드라마 '시간'의 배우들과 제작진, 분쟁 중인 현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 서지혜 소속사 문화창고가 집단이며, 유일하게 한 사람 서현을 언급했다.
서현은 2018년 드라마 '시간'에서 주인공 설지현 역을 맡아 32부 내내 열연했지만 단 한번도 5%를 넘기지 못한 시청률 탓에 대중의 기억에는 크게 남아 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남자 주인공이 12회 만에 하차한 '이상한 드라마'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모든 배우들이 작품을 소중히 여기고 큰 기회로 생각하지만 서현에게 '시간'은 특별한 작품으로 기록된다. 국민적 사랑을 받은 걸그룹 소녀시대의 막내이자 가수로 정점을 찍었지만, 연기자로서는 필모그래피를 알차게 쌓고 남들보다 더욱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신예 배우 축에 속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보면 서현은 이유도 모른 채 불이익을 받은 셈이고 확실히 피해자였다.
특히 '시간'은 서현이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드라마 주연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2013년 '열애' 2016년 '달의 연인'에서는 극중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이었으며, 첫 주연을 맡은 2017년 '도둑놈, 도둑님'은 50부작으로 여러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고 호흡이 긴 주말드라마였다.
이러한 이유로 서현을 향한 대중들의 시선은 안타까움을 넘어 응원을 받는 듯하다. 서현은 서예지의 가스라이팅 의혹이 보도된 12일 자신의 SNS에 묘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내 사랑 내 사람들 늘 고맙고 사랑해"라는 글을 남겼다. 해당 글의 좋아요는 60만 개가 넘었으며 이는 서현의 SNS 게시글 중 단연 가장 높은 하트 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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