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영' 이환 감독의 두 번째 문제작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제목부터 줄거리까지 모두 불편하기 그지없다. 10대 소녀의 '유산 프로젝트'라는 구성 요소부터 끔찍하다. 하지만 만약 용기를 내 관람하게 된다면 단 하나만은 얻게 된다. 무대 위에서 매력을 터뜨려왔던 EXID 하니는 작품을 기점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 안희연으로 각인된다.
오는 15일 개봉되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 분)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목받는 신예 이유미와 EXID 출신 하니(배우 활동명 안희연)의 연기 호흡, '박화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환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으로 관심을 모았다.
고등학생 세진은 학교 선생님의 아이를 임신한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것은 결혼이나 지원 약속이 아닌 임신 사실에 관한 '발설 금지' 각서다. 이후 세진은 부모 없이 함께 살던 동생 세정(신햇빛 분)을 집에 내버려 둔 채 홀로 거리를 떠돈다. 이 과정에서 동갑내기 친구 주영을 만나 유산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모든 게 쉽지만은 않다. 도움을 요청한 어른들은 그들을 이용할 궁리만 한다. 이후 세진에게 호감을 느낀 재필(이환 분)과 그의 친구가 패거리로 합류한다. 4인조가 됐음에도 유산 프로젝트는 번번이 수포로 돌아간다. 선한 어른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네 사람은 위태로운 나날들을 보낸다.
이환 감독은 전작 '박화영'에 이어 어른들은 모르는 10대들의 세상을 '어른들은 몰라요'로 그려냈다. 현실적이기보다는 지옥도와 같다. 선의를 가진 어른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캐릭터들을 끊임없이 벼랑 끝으로 떠밀고 극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넘실대는 에너지에 압도당하는 만큼 남는 인상들도 강렬하다.
하지만 강렬한 이미지만 남을 뿐 계속해 곱씹게 되는 물음들은 다소 부족하다. 어린 나이 세상에 달관해 몇 장면을 제외하곤 매사 텅 빈 웃음으로 일관하는 세진의 설정, 극적인 재필의 감정 변화, 채찍질만 있을 뿐 이들을 품어주지 않는 세계관도 이야기가 힘을 잃는 데 한몫을 한다. 독립 영화 특유의 이해 어려운 연출들도 몰입을 방해한다.
다만 이 모든 단점을 극복하고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배우들의 활약만큼은 발군이다. 신비로운 소녀였다가 금세 표정을 바꿔 악랄함을 드러내는 이유미는 '어른들은 몰라요'가 발굴해낸 보석이다. 안희연은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를 모두 씻어냈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던 하니는 없다. 담배를 물고 험한 말을 서슴없이 뱉는 비행 청소년 주영만이 있을 뿐이다. 시사회가 끝난 후 이 감독이 자신했듯 안희연의 연기는 "기분 좋은 배신감"을 안긴다.
'어른들은 몰라요'의 러닝타임은 127분,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