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공연계 이중잣대, 코로나19 불평등 '논란'
[더팩트|강일홍 기자] 폴킴은 팬심이 두터운 아티스트다.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3'를 통해 처음 방송에 이름을 알린 그는 싱글 앨범 '커피 한 잔 할래요'(2014년)로 데뷔했다. 멜로망스와 함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뒤 대중적 인지도가 급상승한데 이어 2018년 발표한 '모든 날, 모든 순간' '비' 등 두 곡이 아이돌 가수들 커버송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각종 차트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음원 강자'로 자리매김한다.
공연계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확고하다. 2016년 마리아칼라스홀에서 두 차례 가진 '폴킴 소극장 콘서트'를 시작으로 매년 10여 차례씩 50여 회에 걸쳐 콘서트 흥행을 이어왔다. 코로나 정국이 공연계를 휩쓴 지난해에도 그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 단독콘서트와 올림픽공원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0'를 통해 콘서트 열기를 달궜다. 그의 무대를 향한 팬들의 열망은 코로나 와중에도 식지 않을 만큼 뜨거웠다.
◆ 코로나 정국 장기화 속 "불합리한 콘서트 규제부터 바꿔라"
#장면1, 2021년 3월12일 세종문화회관=폴킴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공연 '선'을 가졌다. 콘서트는 철저한 방역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사흘간 무사히 마무리됐지만 콘서트를 성사시키기까지 관객들이 모르는 공연기획자들의 고충이 뒤늦게 알려지며 형평성 논란으로 번졌다. 세종문화회관 측과 종로구청의 공연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콘서트를 준비해온 주최 측은 공연 바로 직전 문화체육관광부의 불허방침에 아연실색했다.
"공연 티켓이 모두 판매된 상태에서 갑작스런 중단사태를 맞으니 난감했죠. 그 이유가 더 황당했어요.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은 가능한데 콘서트는 일반 행사로 분류돼 있어 안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이런 불평등한 기준이 적용돼 뮤지컬이나 연극은 하는데 대중가수 콘서트는 줄곧 가다서다를 반복했어요. 더구나 이번 폴킴 단독 콘서트는 관할 지자체에서도 '문제가 없다'며 허가를 내준 거잖아요."
대관료를 비롯한 제작비 등 예상되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에다 관객들한테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를 우려한 주최 측은 공연을 성사시켜야한다는 절박함에 색깔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애초 없던 클래식 연주자들을 끼워 크로스오버 형태로 비틀고서야 허락을 받아냈다. 공연관계자들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처럼 형평성 없는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니 편법을 조장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 기준 없는 지자체 탁상 문화행정 빈축
#장면2, 2020년 7월21일 샤롯데 씨어터=박성수 송파구청장이 구청직원 등 관계자 500명을 초대해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관람했다. 하필 이날은 관할 단체장인 박 구청장의 집합금지명령으로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예정돼 있던 '미스터 트롯' 콘서트가 중단된 당일이었다. 트로트 콘서트가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했다면 뮤지컬 등 장시간 관객들이 밀집한 채로 머물러야 하는 모든 공연장을 폐쇄하는 것이 타당하다.
논란이 일자 송파구청 측은 "수천 명이 운집하는 트로트 공연과는 다른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1000여 명 이상 관객을 밀집시킨 뮤지컬은 가능하고 좌석 간 거리두기로 전체 좌석의 1/3 인원만 수용하는 콘서트는 불가하다는 결정 때문이었다. 당시 집합 금지 행정처분은 그 기준점이 모호해 공연업계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공연계는 합당한 지침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뮤지컬의 경우 1.5단계와 2단계 시 75%까지 티켓을 팔 수 있고, 2.5단계시에도 50%까지 가능하다. 반면 일반 콘서트는 아예 불가능하다. 똑같은 장소, 똑같은 관객수가 입장해도 클래식 공연은 되고 대중 가수 콘서트는 안된다? 어떤 차이가 있다는 걸까. 지난해 수차례 중단과 연기를 반복하며 가진 '미스터 트롯' 콘서트는 완벽한 방역수칙을 지켜 단 한 건의 코로나 감염사례도 없었다. 기준 없는 이중잣대에 공연계가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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