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격담, "거울 깨고, 마스크 안 쓰고…평범한 행동 아냐"
[더팩트ㅣ정병근·김샛별 기자] 가수 전인권(67)의 건강에 정말 문제가 생긴 걸까. 단지 소문이 와전된 것일까. 지난해 하반기 처음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일 스트레스 또는 과로에 의한 일시적 증상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소문이 금방 잦아든 데는 이후 외부활동을 중단한 채 주변인들과 일절 접촉이 없었고, 본인이 직접 "아무렇지 않다"고 부인하고 나선 것도 한몫을 했다. 한데 최근 전인권의 건강 문제가 다시 연예가 안팎에 등장하면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전인권의 건강 이상설은 지난해 11월, 그가 출연하던 JTBC 예능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돌연 하차하며 처음 제기됐다. 방송 2주 만에 하차한 데다 1회 녹화조차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우려를 더욱 키웠다. 이에 '싱어게인' 제작진이 직접 나서 '건강이상설'을 부인했다. 관계자는 "전인권은 건강 악화 때문에 하차한 게 아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녹화가 전인권의 생체리듬에 맞지 않아 힘들어했고, 무리가 될 것 같아 상의 하에 하차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전인권의 건강 악화설은 한 차례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인권이 경찰에 입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전인권은 이웃과 시비 끝에 대문에 기왓장을 던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결국 검찰에 송치됐다. 전인권은 "돌을 던진 기억은 있으나 기왓장은 아니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주변사람들 사이에서 일부 이상행동이 감지됐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묻혔던 소문이 수면 위로 재등장했다.
<더팩트>가 관련 제보를 받은 것도 이 무렵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5번 게이트에서 종종 목격되는 전인권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내용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인천공항을 돌아다닌다'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 멍하니 있곤 한다' '말을 걸어 보면 발리나 자카르타에 간다고 하는데 언급한 비행기가 없거나 실제로 비행기를 타지도 않는다' '배우를 기다린다더라' 등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더팩트> 취재진이 소문의 진원을 확인하기 위해 전인권의 이상 행동이 목격됐다는 곳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지난 16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여러 명의 목격자들은 전인권에 대한 당시 모습을 생생히 들려줬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 모두 전인권의 상태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는 괜찮다. 하지만 행동을 보고 있으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공항 직원 A씨는 "올해는 보지 못했지만, 지난해 12월까지 많이 왔었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서 몰라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주로 5번 게이트 쪽에서 거닐다 간다. 통기타를 항상 갖고 다니는데 가끔은 옆에 두고 우두커니 앉아있기도 한다. 음악을 크게 켠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빤히 쳐다보곤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온다. 최근에는 본 적 없다. 공항 로비에 나타날 때면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5~6개 사서 옆에 두곤 한다"고 떠올렸다. 특히 B씨는 전인권의 이상 행동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인권이 항상 갖고 다니는 작은 거울이 있다. 하루는 그 거울을 유리문에 집어 던지더라. 박살이 나면서 파편이 꽤 많이 튀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밖에 나가서 한참 있다가 돌아왔다. 들어와서는 땅바닥만 보고 가만히 서 있더라. 그 모습이 이상해서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를 목격한 또 다른 공항 근무자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 우리가 쓰라고 하면서 마스크를 건넨 적도 있다" "가끔은 의자에 누워서 잘 때도 있다. 몇 번은 아예 자고 간 건지 다음날 오면 그 모습 그대로 있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더팩트>가 인천국제공항 편의점이나 상가,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 확인한 전인권의 목격담은 그의 '건강 이상설' 의혹에 일정 부분 힘을 실었다. 그를 기억하는 대부분의 목격자들은 "평범한 모습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 취재 결과 전인권의 이상 행동은 여러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그렇다면 처음 건강 악화설이 제기됐던 '싱어게인' 하차 당시에도 제작진의 원론적인 입장과 달리 실제로는 전인권의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의문이 생겼다.
당시 녹화 현장에 함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봤다. 방송 스태프 중 한명은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워낙 긴 시간 녹화를 진행하다 보니 힘들 만했다. 혼잣말로 툴툴거리는 건 있었지만 '왜 이렇게 (녹화가) 길어'라고 말했다는 건 아무도 못들었다"고 했다.
돌발 상황이 벌어진 뒤 전인권의 일을 봐주던 측근이 어떻게든 그의 컨디션을 회복시켜서 계속 진행하려고 했지만 결국 녹화를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인권은 첫날 녹화를 다 마치지 못한 채로 자리를 떴고, 제작진의 양해 하에 도중 하차로 최종 마무리됐다.
하지만 전인권은 건강과 관련해 전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주말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불편하거나 그런 거 없다"고 밝혔다. 공항에 자주 머물렀던 이유에 관련해서는 "그때는 사연이 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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