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는 강'·'모범택시', 위기를 기회로 만든 현명한 결단

KBS2 달이 뜨는 강과 SBS 모범택시가 출연 배우의 부정적 이슈에 대해 배우 교체 및 재촬영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KBS2, SBS 제공

[TF이슈] 지수·이나은 '부정적 이슈' 위기→배우 교체·재촬영 상황 반전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주연 배우 지수와 이나은의 논란으로 곤경에 빠졌던 '달이 뜨는 강'과 '모범택시'가 현명한 대처 방식으로 기사회생했다. 두 작품을 향한 대중의 시선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배우 교체'와 '재촬영'이라는 제작진의 결단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다.

최근 방송가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학교 폭력(학폭)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의혹에 휩싸인 인물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은 방송 연기, VOD 삭제, 인물 편집 등 제각각의 방식으로 대처에 나서야만 했다. 방송사로서는 학폭 논란 연예인들에 대한 대중의 강한 거부감을 무시할 수 없었던 셈이다.

그중에서도 KBS2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극복 한지훈, 연출 윤상호)과 SBS 새 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 연출 박준우)를 향한 시청자들의 항의는 거세게 빗발쳤다. 두 작품 모두 주연급 배우가 논란에 휘말린 데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피해 규모 또한 여느 사건보다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이 뜨는 강'의 경우, KBS 시청자권익 게시판을 통해 지수를 하차시키라는 청원이 등장했으며 짧은 시간 만에 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런 상황 속 두 드라마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상황을 극복했다.

먼저 지난달 15일 첫 방송돼 평균 시청률 9%(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고 있던 '달이 뜨는 강'은 지수가 학폭 의혹을 인정한 지 하루 만에 배우 교체 투입과 재촬영 소식을 전했다. 작품은 사전제작 드라마로, 이미 95% 이상 촬영을 완료했으며 제작비도 200억 원 이상 투입된 상황이었다. 막대한 손해를 무릅써야 할 제작진으로서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달이 뜨는 강' 제작사 빅토리 콘텐츠는 "이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을 논의해 내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후 나인우가 지수를 대신해 온달 역으로 투입됐다.

나인우는 전작 '철인왕후'를 끝내고 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 영화 '그녀의 버킷리스트' 등 일찌감치 차기작을 결정한 후 준비 중이었다.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교체 투입이 확정되자 바로 현장으로 향했고 주말 내내 촬영을 진행했다. 덕분에 드라마는 차질 없이 본방송을 이어갔으며, 당초 9회부터 등장할 예정이었던 나인우의 온달은 7회부터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들의 의리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몫했다. 이지훈 왕빛나 윤주만 기은세 김희정 류의현 등 일부 배우들이 재촬영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좋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제작사와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까지 발 벗고 나선 대목이다.

배우 나인우(왼쪽)와 표예진이 각각 KBS2 달이 뜨는 강과 SBS 모범택시에 대체 투입된다. /빅토리콘텐츠 제공, 더팩트 DB

'모범택시' 또한 그룹 내 왕따 가해부터 학폭, 고영욱 언급 발언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이나은을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 제작사 스튜디오S는 "현 상황에 대한 충분한 여론 수렴과 대체 배역 캐스팅 등으로 인해 입장 발표가 늦어진 점 양해를 구한다"며 "새로운 배우가 투입돼 이나은의 출연 분량을 전부 재촬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범택시'의 경우 '달이 뜨는 강'에 비해서는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4월 첫 방송 예정인 데다 다른 주연 배우 이제훈 이솜에 비해 이나은이 분량은 많지 않다. 대체 배우를 물색할 시간도 비교적 여유로웠다.

그렇지만 '모범택시' 역시 일부 사전제작을 진행해 전체 촬영의 60%를 완료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새로운 배우를 중간에 투입해 편집 없이 모든 장면을 재촬영하는 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해당 결정을 강행해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민폐를 끼치고 하차한 이나은의 자리는 표예진이 채운다. 앞서 드라마 'VIP'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표예진은 신상털이에 탁월한 실력을 지닌 해커로 분해 이제훈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촬영 스케줄도 이미 조율을 마쳤다. SBS 관계자는 "표예진은 13일부터 촬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모든 촬영은 배우와 카메라만 있다고 진행되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연하고 있는 보조출연자들과 다양한 분야의 스태프 등 인력은 물론이며 여러 장비와 각종 소품 등이 투입돼야 겨우 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완성된 촬영분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렇기에 반 이상 진행된 작품의 재촬영을 무릅쓰면서까지 논란에 휘말린 출연진을 바꾼 경우는 지금껏 없었다.

다수의 방송 관계자들은 "두 드라마가 내린 결정은 방송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라며 "그만큼 중대 사안이라 결단도 과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불미스런 사건과 논란에 민감한 네티즌들도 출연 배우의 부정적 이슈에 직면하자마자 살을 깎는 아픔으로 단호한 결정을 내린 두 드라마 제작진에 덩달아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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