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전설'이 된 나의 인생곡⑥] '남자라는 이유로' 조항조, "애절함이 관건"

남자라는 이유로는 조항조가 리듬과 가창 스타일을 완전히 뒤바꿔 자신만의 스타일로 탄생시켰다.오랜 무명시절을 겪은 조항조에게 음악 인생의 전환점이 돼 준 노래다. /이선화 기자

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로트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설운도 최진희 '퇴짜'-박우철 '불발', 조항조가 불러 '인생곡' 빅히트

[더팩트|강일홍 기자] '남자라는 이유로'(1997년)는 사회 경제적으로 힘들 때마다 더 빛을 발하는 구성지고 애절한 남자들의 한풀이 노래다. IMF 직후 히트곡으로 일약 부상한 이 곡은 오랜 무명시절을 겪은 원곡가수 조항조에게도 음악 인생의 전환점이 돼 준 노래다.

이 노래가 히트하기 전까지 조항조는 '단지 노래 잘하는 언더가수'에 불과했다. 록밴드 시절부터 팝과 록, 펑키, 펑키솔,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며 음악적 깊이를 더했지만, 아주 오랫동안 그는 대중적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생곡이란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사실 그 이전까지 록밴드 활동에 익숙했기 때문에 트로트로 전향한다는 게 쉽진 않았어요. 물론 발라드풍 분위기가 강해 완전 트로트곡은 아니에요. 그동안 해온 음악에 R&B를 믹스해 저만의 스타일을 찾은 셈이죠."

히트곡의 주인공은 늘 따로 있게 마련이다. 이 곡은 설운도 최진희 등 여러 가수들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박우철에 갔다. 하지만 음반만 내고 활동을 하지 않아 사장될 뻔한 상황에서 조항조가 리듬과 가창 스타일을 완전히 뒤바꿔 자신만의 스타일로 탄생시켰다.

"밴드시절 R&B 악기 사운드를 접목해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거죠. 밴드활동 당시부터 음악적 교감이 있던 작곡가 송태호씨한테 편곡을 맡기면서 트로트 느낌을 빼달라고 주문을 했어요. 의도했던 건 아닌데 당시 IMF라는 국가적 위기와 맞물려 더 주목을 받았어요."

실제로 이 곡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구조조정을 겪는 직장인들은 물론 명퇴 후 일터를 떠난이들 사이에 '남자를 위로하는 곡'으로 통했다. 가사에서 풍기는 현실적 어려움과 삶의 고단함이 애절하고 구성진 그의 목소리에 실려 중장년 남성팬들의 애창곡으로 불리며 깊이 각인된다.

조항조는 남자라는 이유로의 음악적 색깔에 대해 녹음을 할 당시부터 사랑 때문이든 경제적 이유이든 힘든 남자의 절절함을 노래의 중간 곳곳에 의도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우리엔터테인먼트

'누구나 웃으면서 세상을 살면서도 말못할 사연 숨기고 살아도/ 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 당신 앞에 멍하니 서있네/ 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내어 소리내어 울어 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

조항조는 고개숙인 가장들의 심정을 애틋한 사랑과 이별에 실어 심금을 울리는 곡으로 이끌어냈다. 음악적 색깔에 대해 그는 "녹음을 할 당시부터 사랑 때문이든 경제적 이유이든 힘든 남자의 절절함을 노래의 중간 곳곳에 의도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트로트는 소위 '뽕짝'이라고 말하는 4분의 2박자입니다. 요즘엔 약간 빠른 댄스를 가미해 세미 트로트란 변형된 장르로 많이 바뀌었지만 기본 흐름은 변함이 없어요. 저는 트로트와 발라드의 중간 지대에서 새로운 형태의 변형 장르가 빛을 본 것이죠."

'남자라는 이유로' 이후 조항조는 '사나이 눈물' '만약에' '거짓말' '고맙소' '옹이'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세계를 구축한다. 그의 노래는 확실히 기존 '완뽕'(정통트로트)과는 다르다. 록 발라드 리듬을 가미한 애절하고 사연 깊은 서정적 노래를 많이 부른 탓이다.

그가 드라마 OST '사랑찾아 인생찾아'를 처음 선보였을 때 시청자들은 어디선가 들은 듯한 친숙한 멜로디와 함께 그의 미성(美聲) 음색에 깊이 매료됐다. 슬로우 비트 발라드와 트로트를 섞어놓은 듯한 음악 덕분이다. 기존 트로트와 비교되는 그만의 경쟁력이자 동력인 셈이다.

조항조는 자신의 이런 노래 스타일을 좋아하는 마니아 층이 폭넓게 확산되면서 대중적 인기가수로 거듭났다. 데뷔 전부터 미8군 나이트클럽과 하우스밴드 등 다양한 언더활동 경험들은 '조항조표 음악세계'를 일구는 토대가 됐다. 훗날 가요계가 인정하는 라이브 콘서트의 강자로 우뚝 선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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