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의 '미나리', 모두의 아메리칸 드림

미나리가 오는 3월 3일 국내 개봉한다. 작품은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에 자리를 잡은 한인가정의 이야기를 담는다. /판씨네마 제공

[TF씨네리뷰] 할리우드 작품 속 韓 배우들의 열연

[더팩트 | 유지훈 기자] 할리우드가 만든 무대 위에서 한국 배우들이 호연을 펼친다. 바다건너 타국에서 펼쳐지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라 낯설 것만 같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기도 하다.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도 그들과 한마음이 되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게 되는 묘한 힘을 지닌 '미나리'다.

오는 3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에 자리를 잡은 한인가정의 이야기를 담는다.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B가 제작을, '룸' '더 랍스터' 등 수차례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북미의 A24가 배급을 맡았다.

이야기는 제이콥(스티븐 연 분) 모니카(한예리 분) 부부가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 분),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 분)과 함께 아칸소의 외딴 농장으로 이사를 오며 시작된다. 제이콥은 농장을 일구며 인생의 성공을 꿈꾸고 모니카는 "가족을 위해서"라며 은행 빚을 불리는 남편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둘의 고성이 오갈 때면 철든 큰딸 앤은 동생 데이빗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숨을 죽인다.

한예리와 스티븐 연은 아메리칸 드림을 쫓는 한인 부부 역을 맡는다. /판씨네마 제공

농장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 부부는 병아리 감별사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처지다. 홀로 집에 있을 아이들 걱정에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 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순자는 고춧가루, 멸치, 데이빗에 먹일 한약 그리고 미나리 씨앗을 가지고 부부의 집에 도착한다. 남편은 인생의 성공을, 아내는 가족의 안정을 꿈꾸는 사이 순자와 앤 그리고 데이빗은 불협화음을 내며 점차 가족이 되어간다.

1978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태어난 정이삭 감독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칸소 시골 마을의 농장에서 자랐다. 그리고 그는 당시 기억들을 토대로 '미나리'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하지만 자기 연민이나 미화는 없다. 영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생명력이 넘치다 못해 때로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특유의 솔직한 화법이 영화를 줄곧 끌고 가니 압도감마저 느껴진다.

해외 평론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윤여정의 연기는 특별하지 않다. 대중이 기억해왔던 조금의 빈틈도 없는 연기력의 중견 배우 윤여정 그대로다. '미나리'의 상징적인 캐릭터를 맡아 이를 완벽하게 해냈으니 찬사가 뒤따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익숙함에 속아 지금까지 그의 연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관객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든다.

윤여정은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중견 배우로서 맹활약을 펼친다. /판씨네마 제공

찬사를 받아야 할 것은 윤여정뿐만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한예리와 스티븐 연, 때때로 무거워지는 영화의 쉼표부터 관객의 감정 이입을 돕는 순수한 관찰자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는 앨런 김의 활약도 손색이 없다. 아름답게 빛나다가도 때로는 무서운 재앙으로 변하는 초원의 풍광도 연신 눈을 즐겁게 한다.

'미나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 영화 시장의 근간을 뒤흔든 시기 탄생됐다. 제목인 미나리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적응해내는 모양이다. 지난해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을 기점으로 전 세계 영화협회 및 시상식에서 61관왕 144개 후보의 쾌거를 이뤄내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남은 것은 미국 아카데미 수상이다. 이 기세를 이어받아 제93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고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미나리'는 12세 이상 관람가이고 러닝타임은 115분이다. '미나리'의 선전에 기대가 모이는 아카데미상의 주요 부문 후보 발표는 3월 15일, 시상식은 4월 25일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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