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정원창, "30대에 교복 연기 걱정 많았죠"

정원창이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교복을 입고 일진으로 변신해 열연을 펼치면서다. /이동률 기자

악역 신혁우 役으로 시청자 눈도장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매주 주말 시청자들의 뒷골을 잡게 만든 악역이 있다. 그는 시장인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고 학교에서 패거리를 만들어 폭력을 휘둘렀다. 납치와 감금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 문제아의 활약에 모두가 분노했고 그 분노만큼이나 시청률은 수직 상승했다. 그 캐릭터를 열연했던 정원창은 때로는 과몰입한 사람들의 악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를 잘했다는 칭찬 아니겠냐"며 그저 활짝 웃는다.

정원창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극본 여지나, 연출 유선동)에서 중진시의 시장 신명휘의 아들 신혁우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앞서 언급했듯 친구들은 물론 선생들마저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극악무도한 일진이다. 집에서는 기를 펴지만 학교에서는 그저 천덕꾸러기인 캐릭터의 이중성은 정원창의 열연 덕분에 한층 매력적으로 완성됐다.

"참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좋아해 주셨다는 게 느껴져요. 혁우를 연기한 저를 궁금해 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고요. 정원창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촬영 준비는 7~8월에 시작한 것으로 들었고 코로나 때문에 제가 처음 촬영을 시작했던 것은 10월쯤이었어요. 선선한 바람과 함께 시작한 작품이 쌀쌀한 겨울이 돼서 끝났네요. 그저 감사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어요."

극 중 교복을 입고 활약했지만 정원창은 사실 30대다. 1989년생으로 올해 나이 33살,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해도 30줄을 넘었다. 그는 작품을 준비하며 "내가 고등학생 역을 맡아도 될까?"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첫 촬영 현장에서 입어야 할 교복을 마주할 때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모두 기우였다. 신선한 마스크에 안정적인 연기력을 겸비한 활약에 시청자들 모두 그의 나이를 가늠하지 못했다.

정원창은 극 대부분 교복을 입고 활약한다. /OCN 제공

"처음 친구들한테 말했더니 '뭐? 고등학생?'이라는 반응이었어요. 교복에 관해 참 할 말이 많아요(웃음). 제가 이걸 입어도 되나 싶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연기를 해도 그 젊음과 싱그러움까지 다 표현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래도 막상 교복을 입어보니 좋더라고요. 현장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어요. 책상에 있는 낙서, 그 아래 서랍에 비죽 튀어나와 있는 책들, 긴 복도까지. 학교라는 공간에 들어가니 마음가짐이 다르더라고요. 사실, 자기최면이죠(웃음). 조금이라도 더 젊어 보이려고 아이크림도 발라봤는데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염려도 걱정도 참 많았던 역할이었습니다."

"저랑 같이 교복을 입었던 일진 친구들도 화제가 됐죠. 다들 교복을 입을 시기가 지난 것 같다고요(웃음). 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어쩌다 일진이 됐나' 싶더라고요. 너무 밝고 순하고 연기할 때는 누군가를 괴롭히지만 컷 사인이 나면 다 같이 장난치고 웃기 바빴어요. 다들 요즘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요."

사실 그가 처음 '경이로운 소문'에 도전했던 캐릭터는 최강의 악귀가 빙의한 지청신 역이다. 오디션 낙방의 씁쓸함도 잠시 신혁우라는 배역이 다시 그에게 주어졌다. 한 차례 우여곡절이 있었으니 원작 웹툰을 다시 읽으며 더 치열하게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그가 캐치한 것은 속은 유약하지만 겉은 고슴도치 같은 신혁우라는 인물의 이중성이다.

정원창은 원작에서 탈피해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자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오디션을 두 번이나 봤죠. 홍래 배우가 연기하는 지청신을 보면서 나보다 더 잘 맞는 사람에게 갔구나 싶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신혁우 캐릭터를 열심히 연구했어요. 원작에서 탈피해서 나만의 것을 만들고자 하진 않았어요. 웹툰을 좋아했던 분들이 신혁우가 원작과 멀어지는 것을 싫어하실 것 같았거든요. 처음에는 극악무도하지만 사실 내면은 다른 친구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내면을 꺼낼 때의 반전에 임팩트도 줘 봤어요."

정원창은 주인공 소문 역의 조병규와 한 프레임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악행은 늘 조병규가 막아섰고 긴장감을 위해 주먹도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정원창의 일방적인 구타였지만 이후 조병규가 카운터가 돼 신체능력을 얻게 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맞는 것은 늘 정원창이었다. 조병규와 함께한 모든 장면을 되짚어본 그는 "역시 때리는 것보다는 맞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미소를 보였다.

"조병규 배우는 리허설 할 때만 해도 그냥 그 나이 또래 친구 같은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달라져요. 크게 느낀 게 액션 신이었어요. 제가 때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먼저 액션들을 제안해주더라고요. 제가 먼저 나서지 못한다는 걸 아니까 배려했던 거였어요. '참 어른스럽구나' 했는데 또 촬영이 시작되면 고등학생으로 보이고 참 신기한 배우에요."

고등학교 2학년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한 정원창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사에 진학하며 배우로서 꿈을 키워나갔다. JTBC '욱씨남정기' '나의 나라', KBS2 '드라마 스페셜 –닿을 듯 말 듯' '동백꽃 필 무렵',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군함도' '내안의 그놈' '극한직업' 등에서 단역부터 단역까지 비중을 가리지 않고 활약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쌓아온 내실은 비중이 전작들에 비해 큰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빛을 발했다.

정원창은 경이로운 소문 애청자들을 향해 수차례 감사를 표했다. /이동률 기자

"악역으로 얼굴을 알리긴 했는데 다들 아시겠지만 저도 평범한 사람이에요.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게 편하고 잠자는 게 행복하고 맛있는 거 먹을 때 행복해요. 요즘은 산책을 자주 해요. 한강이라는 게 뛰기 참 좋더라고요. 이제 봄이 올 거니까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고 좀 멀리 다녀올까 하고 있어요. 역시 역할과 배우는 다르죠?"

스스로는 역할과 배우를 갈라놓고 싶을지라도 그는 다시 한번 악역으로서 대중을 만난다.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사크'에서 배석찬 역을 맡아 널찍한 스크린에서 열연을 펼친다. 주인공 차우솔(김민석 분)의 숙적으로 등장해 '경이로운 소문'의 신혁우보다 더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결코 같은 악역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결이 있고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그의 신념은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예정이다.

"많은 배우가 꿈을 위해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사크'를 통해 제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제게는 모든 캐릭터가 새로워요. 아무리 환경이 비슷해도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요. '샤크'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경이로운 소문'에서 저를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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