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작 無 MBC·화제성 부족한 KBS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지상파 방송 3사가 연말을 맞아 '연기대상' 준비에 분주하다. 그런데 그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재료가 시원찮으면 아무리 열심히 요리해도 결과는 뻔한 법이다.
MBC는 30일, SBS와 KBS는 31일 드라마의 주역들과 함께하는 '연기대상'을 방송한다. 2020년 시청자를 울고 웃긴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말 드라마 시상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3차 대유행 여파에도 강행되는 큰 행사라 이를 지켜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또한 트로피가 누구의 품에 안길지에 관한 기대감도 다소 부족하다.
4부작 이하의 단편과 일일드라마, 단막극 등을 제외하면 MBC는 '더 게임: 0시를 향하여'(극본 이지효, 연출 장준호 노영섭),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극본 이서윤 이수경, 연출 김경희), '그 남자의 기억법'(극본 김윤주 윤지현, 연출 오현종 이수현) '꼰대인턴'(극본 신소라, 연출 남성우) 등 올해 8 작품을 선보였다.
애석하게도 채 10%의 시청률을 넘은 드라마가 없다.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꼰대인턴'이다. 박해진 김응수의 세대를 초월한 브로멘스가 빛난 오피스극이다. 최고 시청률은 14회 기록한 7.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위는 '그 남자의 기억법'(5.4%), 3위는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5.1%)이다.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들의 경쟁이 돼버린 셈이다.
물론 MBC의 독창적인 시도는 돋보였다.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웨이브와 합작한 SF 옴니버스 시리즈 'SF8',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한 배우들과 함께한 8부작 정통 추리극 '십시일반'(연출 진창규, 기획 김호영)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의미만 남겼을 뿐 'SF8'은 8개 에피소드 모두 3%대 시청률을 넘지 못했고 '십시일반'은 2~3%대를 오가다가 쓸쓸히 종영했다.
KBS는 MBC보다 많은 총 12 작품을 공개했다. '포레스트'(극본 이선영, 연출 오종록), '본 어게인'(극본 김경민 정수미, 연출 진형욱 이현석), '영혼수선공'(극본 이향희, 연출 유현기 나수지), '출사표'(극본 문현경, 연출 황승기 최연수), '한 번 다녀왔습니다'(극본 양희승 안아름, 연출 이재상), '도도솔솔라라솔'(극본 오지영, 연출 김민경) 등이다.
KBS에게는 호성적을 거둔 작품들이 있다. 37%를 기록한 '한번 다녀왔습니다'와 지난해 12월 시작해 올해 1월 11.6%로 종영한 '99억의 여자'(극본 한지훈, 연출 김영조 유관모)다. 하지만 '한번 다녀왔습니다'는 주말드라마 특성상 화제성이 부족하고 '99억의 여자'는 올해 초 종영한 만큼 관심이 다소 식었다. 미니시리즈 히트작인 박해진 조보아 주연의 로맨스 '포레스트'는 최고 시청률 7.4%로 막을 내렸다.
반면 SBS는 재료부터 풍성하다. '낭만닥터 김사부2'(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 이길복), '하이에나'(극본 김루리, 연출 장태유), '아무도 모른다'(극본 김은향, 연출 이정흠), '더 킹 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 연출 백상훈 정지현), '굿캐스팅'(극본 박지하, 연출 최영훈), '앨리스'(극본 김규원 강철규 김가영, 연출 백수찬),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 등 시청률 10%를 넘는 작품만 7개다.
이를 비롯해 좋은 성적을 거둔 '편의점 샛별이'(극본 손근주, 연출 이명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 연출 조영민 김장한), 주연 배성우의 음주운전으로 위기에 빠졌지만 그전까지 순항해온 '날아라 개천용'(극본 박상규, 연출 곽정환) 등 총 10작품을 선보여 드라마 왕국으로서 굳건한 자리를 지켰다. 여기에 최근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시청률 24%를 돌파하며 '연기대상' 주인공을 향한 대중의 기대감도 충만하다.
SBS는 화려한 '연기대상' 준비에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이 성공이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흥행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MBC KBS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을 터다. 유튜브의 등장과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의 국내 진출로 시작된 예견된 위기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플랫폼이 많아지니 시청자는 계속해 분산된다. 지상파의 독점은 깨졌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기대상'도 예전만큼의 관심을 얻지 못한다. 이제 드라마 제작비도 넷플릭스가 더 높다. 지상파 드라마는 자본에서 밀렸고 경쟁력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연예 관계자는 "이 상황이 계속되면 방송 3사가 함께 '연기대상'을 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각자 이해관계가 달라 선뜻 합치긴 어렵지만 조만간 결단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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