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진출 발표, 강점 확실하지만 진입 장벽 만만치 않아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내년 상반기 한국에 진출한다. 멜론, 지니, 플로 등이 굳건한 국내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을까.
2020년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애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 왔고 지난 18일 2021년 상반기 국내 론칭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식화됐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국내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멜론을 비롯해 지니와 플로 등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스포티파이만의 강점은 분명하지만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의 진입장벽도 높아 우열을 점치기 어렵다.
2008년 스웨덴에서 처음 선보인 스포티파이는 뮤직 리스닝(음원 청취 및 감상의 방식)을 재정의한 세계 최대 오디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6000만 곡 이상의 트랙과 40억 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했다. 92개 국가 3억2000만 명 이상이 스포티파이를 이용하고 있다.
거대 기업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케이팝(K-pop) 시장이 커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 음악 시장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2018년부터 6위를 유지하는 등 산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케이팝의 인기는 전 세계에서 나날이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스포티파이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는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케이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를 처음 선보인 이래 케이팝의 이용자 청취 비중은 2000% 이상 증가했다. 현재까지 케이팝은 1800억 분 이상 스트리밍 됐고 1억 2천만 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케이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들은 전 세계 64개 국에 현지화됐다.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비즈니스 총괄 알렉스 노스트룀(Alex Norström)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한국 음악 산업의 파트너로서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음악이 아시아, 미국, 남미, 유럽, 중동 등 전 세계에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한국 론칭을 통해 더 다양하고 새로운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의 강점은 명확하다. 6000만 곡 이상의 음원과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강력한 '큐레이션'이다. 선호하는 장르, 시간대, 패턴, 청취 환경 등을 고려해 추천하는 인공지능(AI) 등의 기술력과 3억2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들로부터 쌓인 데이터에서 나오는 추천 목록은 경쟁사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이다.
국내 음원 플랫폼이 최근 들어 단순한 톱100 재생에서 벗어나 다양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는 해도 스포티파이의 방대한 음원 수와 데이터에는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스포티파이는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월 14.99달러(약 1만6500원)을 지불하는 가족 계정에 가입하면 최대 6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1인당 금액이 3000원이 채 안 돼 국내 음원 플랫폼 이용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그렇지만 국내 음원 플랫폼의 입지가 꽤 확고해 공략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음원 플랫폼은 카카오 같은 IT기업, KT와 SK텔레콤 같은 대형 통신사가 운영하며 이용자들을 확고하게 붙들고 있다. 자금력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과의 연결을 통한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애플뮤직이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도 국내 음원 플랫폼은 변화를 거듭하며 굳건히 본인들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현재도 큐레이션과 독자 콘텐츠에서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스포티파이와 경쟁에서 충분히 해 볼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은 경쟁을 통해 국내 음원 플랫폼의 성장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K팝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도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티파이는 케이팝 뿐만 아니라 국내 힙합, 인디, OST, R&B 등 다양한 장르 허브를 구축해오며 전 세계 팬들에게 폭넓은 한국의 아티스트와 음악을 소개해왔다. 또 한국의 신인 아티스트와 그들의 음악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RADAR Korea(레이더 코리아)' 플레이리스트를 전 세계 스포티파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스포티파이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에 한국은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국내 론칭을 통해 스포티파이는 한국의 이용자, 음악 팬, 아티스트 및 창작자, 레이블, 유통사 등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고 국내 음악 스트리밍 생태계의 동반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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