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베스티 이후 5년 만에 솔로 출격, "보여줄 일만 남았다"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볼륨감 있는 몸매와 무대에서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많은 남성들을 '심쿵'하게 만든 걸그룹 베스티 출신 가수 다혜. 반면 무대를 준비하기까지의 고민과 과정, 평소의 언행을 보면 '수수하다'는 표현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다는 의미다.
다혜는 8년 차 가수다. 2013년 7월 걸그룹 베스티 멤버로 데뷔했고 2014년 'Thank U Very Much(땡큐 베리 머치)', 2015년 'Excuse Me(익스큐즈 미)'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게 마지막 활동이 돼버렸다. 그리고 5년이 흘러 이젠 솔로 가수 다혜로 2막을 시작했다.
기간에 비해 활동 곡이 적은 편이고 예능 출연도 거의 없었던 터라 다혜에 대한 이미지는 저 두 곡의 무대가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여리여리한 걸그룹들 사이에서 볼륨감과 건강미 있는 몸매로 펼치는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는 단연 눈에 띄었고 한 번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cuse Me' 활동 직전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활동이 끝난 후 요가 책을 내기도 했지만 이후는 별다른 활동이 없어 아쉬웠다. 지난 3월 월드스타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그의 솔로 무대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설렜다.
이후 7개월이 더 흐른 지난 10월 엄정화의 'Poison(포이즌)'을 라틴 풍으로 리메이크 해 공개했고 연이어 11월 5일 싱글 '나쁜 피(Bad Blood)'를 발표했다. 그리고 'Thank U Very Much' 활동 때 인터뷰를 한 지 6년 만에 다시 만났다. 베스티가 아니라 이번엔 솔로 가수 다혜다.
6년 전 인터뷰에서 평범한 모노톤의 의상을 입었던 다혜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엔 봄의 화사함이 있었다면 지금의 다혜는 그보다는 조금은 더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또 예전의 발랄함 대신 차분함 속에 위트가 있었다. 딱 가을을 닮은 느낌이었다.
"전 딱히 바꾸려고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주변에서 기운이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얘기들을 하세요. 제 생각엔 걸그룹 활동 때는 나서서 말을 하는 멤버여서 좀 더 애쓴 것도 있고 지금은 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해서 그러지 않나 생각해요."
다혜는 여러 오해를 받는다고 했다. 외향적일 것 같고 잘 놀러다닐 것 같고 패션과 뷰티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고 한다는 것. 헌데 그와 정반대다. 늘 하던 액세서리만 해서 하나 빠트리면 팬들이 먼저 알 정도고 생각이 많아 표현하기까지 오래 걸린다. 수수하고 보수적인 편이다.
팀 활동을 하다 보면 팀 이미지가 있기에 자기 자신을 감춰야 할 때가 있다. 다혜 역시 어느 정도는 그랬다. 이젠 애써 그럴 필요가 없다. 솔로 활동의 장점이다. "점점 더 내 식으로 하려고 하고 그러려면 나 자체가 괜찮은 사람이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주체성이다.
"모든 과정을 이제 혼자 해내야 해요. 어려우면서도 자유로워요. 베스티 때의 전 멤버들을 따라가는 편이었어요. 이젠 주체적으로 해야 하니까 큰 변화죠. 예전엔 욕심을 안 내고 멤버 중에 누구라도 한 명 잘 되길 바랐다면 이젠 좀 더 뭘 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있어요."
다혜는 스스로를 갈고 닦으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었다. 취미로 시작한 요가로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꾸준히 보컬과 춤 연습을 해왔고 올해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수시 전형으로 입학했다.
활동을 시작하게 돼 한 한기만 다니고 휴학을 했지만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다혜는 또 많은 걸 경험하고 깨달았다. 그게 다 새로운 동력이 됐고 5년 만의 신곡이자 첫 솔로곡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Poison'은 엄정화가 워낙 강렬하게 각인시킨 곡이라 위험 부담도 있었지만 "솔로 데뷔를 정말 존경하는 엄정화 선배님의 곡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는 생각이 더 컸다. 부담감을 기회로 여긴 다혜는 라틴 풍으로 편곡한 이 곡에서 제대로 관능미를 뽐냈다.
그리고 한 달여 뒤 발표한 '나쁜 피'로는 몽환적이고 조금은 다크한 매력을 보여줬다. '나쁜 피'는 하드 트랩 기반의 곡으로 다혜의 허스키하면서도 몽환적인 보컬이 매력적인 곡이다. 곡이 진행함에 따라 점점 감정이 격해지며 마지막 아웃트로에 가서 폭발하는 감정선이 다이내믹하다.
"대중이 생각하는 저의 모습이나 내가 더 잘 어필할 수 있는 거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생각을 했는데 이 노래를 만나자마자 다른 생각 없이 딱 이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곡의 케미가 좋았다고 생각하고 100% 만족은 아니어도 충분했다고 생각해요."
다혜는 공백기 동안 무대에 서는 자신의 모습을 수없이 상상했다. 상상만 한 게 아니라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연습을 하고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며 정체성을 들여다봤다. '나쁜 피'는 생각보다 파격적인 도전이었지만 그간의 노력이 있었기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다혜는 또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지나 온 과정들을 돌아보고 현재를 마주하며 미래를 그리는 다혜에게서 초조함이나 불안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보여줄 일만 남았다"는 차분한 자신감만 느껴졌다.
kafka@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