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 캐릭터 위해 15kg 증량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유아인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유아인은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작품은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는다. 유아인은 창복(유재명 분)과 함께 범죄조직의 청소부로 살고 있는 태인 캐릭터를 맡았다.
영화 속 그의 비주얼은 다소 생경하다. 캐릭터를 위해 15kg을 증량해서다. 불룩 나온 배와 펑퍼짐한 뒤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존 뼈대에 유아인의 아이디어를 더해 완성된 태인이다. 초기 시나리오 속 태인은 호리호리한 소년의 이미지였다.
유아인은 육체노동을 하는 태인을 생각해 몸집을 키워 홍의정 감독과 미팅을 했다. 감독의 요청에 유아인은 다시 체중을 감량했지만 모두가 머리를 맞댄 끝에 커다란 덩치의 태인으로 최종 결정했다. 여기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말도 하지 않는다는 설정도 첨가됐다.
외형과 설정이 독특하니 태인이 펼치는 매 순간이 새롭다. 말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저 몸짓과 디테일한 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유아인은 배우로서 가진 능력으로 모든 걸 해낸다. 공백 가득한 대본에 그는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유아인은 복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태인 캐릭터 연기와 관련해 "동물적이고 순수한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태인은 말이 없고 행동도 따뜻하지 않다. 하지만 그 내면의 선함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유아인이 연기로 살려낸 캐릭터의 순수성이다.
올해 유아인이 선보인 파격적인 비주얼은 '소리도 없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빛났다. 노란 탈색 까까머리의 준우 역으로 스크린에서 활약했다. 좀비물인 만큼 유아인은 다양한 표정 연기를 준비했다. 홀로 고립된 아파트에서 오열하고 예상치 못한 좀비들의 등장에 비명도 지른다.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 독특한 비주얼로 무장한 배우 유아인의 새로운 매력이다.
두 작품의 의미는 유아인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다는 데만 머무르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코로나19가 극장가를 덮친 상황에서 개봉해 190만 관객(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했다. 같은 달 개봉한 '침입자'(감독 손원평), '결백'(감독 박상현)이 각각 53만·89만 관객에 그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적이다. 더욱이 지난 9월 넷플릭스 전 세계 영화차트 1위에 오르는 이례적인 성공까지 거뒀다.
'소리도 없이'는 추석 성수기 개봉해 1위 자리를 지켜온 '담보'를 제쳤다. 이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에 1위를 내줬고 최근 누적 관객 수 35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성적은 다소 아쉬움을 남기지만 영화를 지탱하는 것은 평단의 지지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면에서 평론가 평점 7점대를 유지 중이다. 관람객들의 평가 역시 한마디 없이 영화를 끌어간 유아인의 연기를 향한 호평이 주를 이룬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두 작품을 통해 연달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2020년 돋보이는 행보다. 유아인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지옥의 사자들을 맞닥뜨리게 된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으며 겪게 되는 초자연 현상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감독 연상호) 촬영을 앞두고 있다. 출연을 고심 중인 스크린 차기작은 조훈현 9단과 그의 제자였던 이창호 9단의 반상 승부를 그린 '승부'(감독 윤상빈)다. 디스토피아 판타지에 바둑 주제 영화라니 이마저도 파격적이다.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