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삼토반', 95년 을지로에서 배우는 女 연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오는 21일 스크린에 걸린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해 레트로 감성을 살렸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해 쉴틈 없이 볼거리를 선사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아성·이솜·박혜수, 맹렬한 연기 시너지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세상은 세 사람을 그저 고졸 여직원으로만 대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편견마저 품는다. 90년대라는 낭만적 향취에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뒷받침하는 세 여자 캐릭터의 특별한 연대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은 1995년 을지로를 배경으로 입사 8년 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인 세 친구 이자영(고아성 분) 정유나(이솜 분) 심보람(박혜수 분)이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는다.

이자영은 회사 후배 최동수(조현철 분)와 지방의 공장으로 외근을 간다. 그는 공장이 무단으로 폐수를 흘려보내고 이로 인해 발생한 물고기 집단 폐사 현장을 발견한다. 최동수의 도움으로 회사는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동네 주민들과 합의하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 직전이다.

최동수(왼쪽)와 외근을 나간 이자영이 공장이 무단으로 폐수를 흘려보내는 것을 목격하며 영화는 급물살을 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이자영의 눈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들어온다. 보고서는 조작돼 있고 공장 주변 사람들은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린다. 이자영은 함께 영어토익 수업을 들으며 대리 진급을 꿈꾸던 정유나 심보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셋은 의기투합한다. 그저 커피 담배 심부름만 하던 그들은 어느덧 회사를 송두리째 뒤흔들 태풍의 중심에 서 있다.

주인공이 여자 셋인 영화다. 회사를 주 배경으로 설정해 '여성 노동자들이 세상의 편견과 맞선다'는 주제로 뼈대를 세웠다. 하지만 그 골격을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로 촘촘하게 감쌌다. 토익 수업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세 사람으로 오프닝을 꾸며 시작부터 시선을 끌어당긴다.

90년대라는 영화의 배경 또한 무늬만 레트로가 아니다. 복고 스타일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비주얼을 보는 재미부터 도트 그래픽으로 꾸민 엔딩 크레딧까지 매 순간 새로움을 안긴다. 가장 큰 볼거리는 세 주연 배우의 열연이다. 유쾌하고 용감한 고아성, 까칠하고 당찬 이솜, 맹해 보이는 겉모습 속 천재적인 두뇌의 박혜수 등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자신만의 연기로 소화한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왼쪽부터) 세 사람의 연기 호흡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 요소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캐릭터들이 한 장면에 담길 때 발생하는 시너지도 어마어마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졸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을로 살아왔던 세 사람은 우정을 넘어 특별한 연대까지 느껴지게 한다. 그 과정을 비장함 대신 유쾌함으로 풀어내 울림이 더 크다.

다만 후반부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경쾌한 에너지로 밀고 나가는 진실 게임은 볼만하지만 반전이 거듭되니 '대체 언제 끝나나'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부분들 역시 허용 범위 안이지만 코믹한 분위기를 한 꺼풀 꺾이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내 집중하게 만드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저력이다. 21일 개봉하고 12세 이상 관람가다. 러닝 타임은 11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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