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가짜라고 칭한 사나이들이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과시 중이다. 유튜브를 점령한 데 이어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각종 OTT 플랫폼을 섭렵한 후 스크린 진출도 앞뒀다. 뉴미디어 시대에 탄생한 킬러 콘텐츠는 이제 안팎으로 뜨겁다. 수많은 논란과 곱씹게 되는 질문들도 던져줬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웹 콘텐츠의 방송사 역전 가능성 시사
[더팩트 | 유지훈 기자] 2020년 하반기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미디어를 점령했다.
'가짜사나이'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민간군사기업 무사트(MUSAT)와 함께 제작하는 영상 콘텐츠다. 지난 7월 첫 시즌을 성공리에 마친 데 이어 지난달 29일부터 두 번째 시즌의 에피소드를 차례로 공개 중이다.
친숙한 제목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총 세 시즌으로 나눠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했다. 방송은 론칭 초기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으나 점차 시들해졌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았다. '가짜사나이'는 방송사가 손을 놓은 밀리터리라는 주제를 주저 없이 선택했다.
초기부터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은 아니다. 피지컬갤러리를 이끄는 유튜버 김계란이 공혁준이라는 인터넷 방송인의 다이어트를 돕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공혁준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마다 했던 "특수부대 훈련해 봐야 한다"는 푸념이 발단이 돼 첫 시즌이 만들어졌다.
공혁준을 비롯해 가브리엘 전태규 꽈뚜룹 김재원 등 인기 인터넷 방송인들이 참여를 결정했다. 줄곧 "이게 무슨 군대냐"는 비아냥을 받아왔던 밀리터리 주제의 예능이 유튜브로 옮겨지니 반응은 180도 뒤바뀌었다. 방송이 예능적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면 '가짜사나이'는 해군 특수전전단 훈련을 체험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특수부대 훈련이 기준이기 때문에 그 출발선부터 남다르다. "이렇게까지 해야 돼?" 싶을 정도의 고강도 훈련이 펼쳐진다. 차려입은 군복은 엉망이 되고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려온다. 한 명이 뒤처지면 같은 팀원들이 더욱 혹독한 상황에 처해지는 훈련 구조다.
교관들은 팀워크의 중요성을 연신 강조하고 멤버들의 유대는 시간이 지나며 더욱 단단해진다. 출연진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예능적 재미를, 역경을 이겨내고 하나가 된 모습은 감동은 안기기 충분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7개 에피소드는 평균 87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교관으로 출연했던 이근, 에이전트H 등은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 각종 잡지사 화보촬영과 더불어 방송도 종횡무진했다. 특히 이근 대위는 JTBC '장르만 코미디', MBC '라디오스타', Mnet '아이즈원츄', SBS '집사부일체' 등 주요 예능프로그램의 게스트로도 활약했다.
이 인기에 편승하고자 하는 방송사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tvN은 여성 연예인 6명이 생존 훈련을 하는 '가짜사나이'와 비슷한 포맷의 예능 '나는 살아있다' 론칭을 준비 중이다. 기업들 역시 출연진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정덕현 평론가는 '가짜사나이'의 성공을 웹 콘텐츠의 지상파 역전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유튜브를 통해 나오는 콘텐츠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충분히 높아졌다. 군대라는 주제의 가능성을 웹으로 가감 없이 보여줬다"며 "웹에서 성공하면 방송사에서 따라 하는 형태로 점점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성공으로 두 번째 시즌의 판은 더욱 커졌다. 배우 줄리엔 강,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 전직 축구선수 김병지, 방송인 오현민 등 유명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두 곳뿐이었던 스폰서도 두 번째 시즌을 맞아 20여 업체로 늘어났다.
유튜브 속 그들만의 리그라는 편견에서도 벗어났다. 콘텐츠를 공개하는 플랫폼은 국내 OTT 왓챠와 카카오TV가 추가됐다. 오는 11월에는 전국 CGV 100여 곳에서 4DX로 상영될 예정이다. 두 번째 시즌 네 에피소드는 유튜브에서 평균 9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전작을 넘어서는 대성공이다. 카카오TV, 왓챠 등에서도 공개된 만큼 집계되지 않은 시청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사 PD는 "콘텐츠의 힘이 유튜브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파급력을 느낀 것은 처음이다. '자이언트 펭TV'는 펭수라는 캐릭터의 인기가 먼저였다. 이번에는 프로그램 자체의 화제성으로 인기인이 탄생한 것"이라며 "기획 자체의 승리다. 기존 방송사 예능을 비튼 콘셉트를 유튜브에서 선보이니 시청자들에게 더 강하게 와 닿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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