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청춘기록'→'스타트업', TV는 청춘물 '홀릭'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청춘기록 18 어게인 경우의 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등 청춘 드라마가 순항 중이다. 특별할 것 없는 뻔한 전개가 주는 보장된 재미에 시청자들은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다. /SBS, tvN, JTBC 제공

뻔한 전개가 주는 특별한 재미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청춘들의 이야기가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자극한다. 어떻게 받아들이건 엔딩 후 남는 것은 따뜻한 위로다.

최근 SBS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 연출 조영민), tvN은 '청춘기록'(극본 하명희, 연출 안길호), JTBC는 '18 어게인'(극본 김도연 안은빈 최이륜, 연출 하병훈)과 '경우의 수'(극본 조승희, 연출 최성범)라는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모두 청춘이라는 키워드로 무장한 작품이다.

먼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20대의 아홉수에 서 있는 음악학도 채송아(박은빈 분) 박준영(김민재 분)의 로맨스다. 클래식 선율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거들뿐 초점은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에 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위로 가득한 대화는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반면 '청춘기록'은 20대라면 느껴봤을 좌절과 불안, 성공을 향한 뜨거운 열망을 원동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 사혜준(박보검 분)은 가족의 애물단지인 배우 지망생이다. 배우라는 꿈을 위해 매번 고군분투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서러워 눈물도 흘린다. 여자 주인공 안정하(박소담 분) 역시 동료들의 시기 질투를 이겨내며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꿈을 좇는다.

박은빈 김민재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박보검 박소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은 청춘기록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동시에 러브라인도 그리고 있다. /SBS, tvN 제공

'청춘기록'의 초반부는 이들의 처절한 현실에 초점을 뒀지만 최근 짜릿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혜준은 슈퍼스타가 됐고 안정하는 개인 샵 개점을 앞두고 있다. 고난 끝 행복이라는 뻔한 전개임에도 청춘물이라는 드라마의 정체성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JTBC의 두 드라마는 청춘과 사랑이라는 의미를 다시금 짚어낸다. '경우의 수'는 오랜 친구였던 이수(옹성우 분) 경우연(신예은 분)라는 두 20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밀도 깊게 그리고 있다. 경쾌한 리듬과 함께하는 풋풋한 청춘들의 로맨틱 코미디다.

'18 어게인'은 반쪽짜리 청춘물이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다. 아내 정다정(김하늘 분)과 이혼 직전 위기 상황에 놓인 홍대영(윤상현 분)이 10대 시절의 몸(이도현 분)으로 돌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드라마의 기초는 이혼부부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10대 홍대영의 학교생활이다. 김하늘 윤상현의 열연보다 이도현이 활약하는 장면과 관련된 시청자들의 반응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올해 방송사 청춘 드라마 가운데 성공작은 JTBC '이태원 클라쓰'뿐이다. 10%대 시청률을 웃돌며 사랑받은 드라마는 부부 치정극 JTBC '부부의 세계', 메디컬 휴먼 드라마 SBS '낭만닥터 김사부2'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장르물 SBS '아무도 모른다' '하이에나' 등이다. 청춘물인 SBS '편의점 샛별이'는 10%의 벽을 넘지 못했고 JTBC '야식남녀', KBS2 '계약우정' 등은 모두 2%대를 오가다 종영했다.

배수지(왼쪽) 남주혁 주연의 스타트업도 청춘물 열풍에 가세한다. /tvN 제공

반면 앞서 언급한 최근 방영 중인 청춘물들은 모두 썩 괜찮은 성적이다. '청춘기록'은 첫 회 6.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해 꾸준히 신기록을 경신했고 지난 7일 8.2%라는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5%대, '18 어게인'은 1.8%로 시작해 지난 5일 3.2%까지 올랐다. '경우의 수'는 1%대 중반이지만 이제 막 초반부를 선보인 만큼 반등 가능성은 열려있다.

여기에 또 다른 청춘물 tvN '스타트업'(극본 박혜련, 연출 오충환)도 오는 17일 가세한다. 배수지 남주혁이 주연을 맡았다.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과 성장을 담는다. 고군분투 끝 꿈의 쟁취 혹은 사랑의 완성이라는 특별할 것 없는 전개가 예상되지만 드라마 팬들이 기다리는 기대작 중 하나다.

한 방송사 PD는 "한동안 장르물을 비롯해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인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힘든 시기가 찾아왔고 드라마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청춘물은 평범한 기승전결이지만 그만큼의 재미도 보장된다"며 "청춘을 주제로 하는 만큼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이미 팬덤이 있거나 잠재력을 가진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시청자 유입도 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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