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상남자인 나훈아의 카리스마
[더팩트 | 정병근 기자] "19년 전 연습실과 무대에서 봤던 열정 카리스마가 여전히 그대로라 놀라웠다"
2020년 9월 30일 전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추석 특집 KBS2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19년 전인 2001년 9월 30일에는 MBC 추석 특집 '대한민국 소리꾼 나훈아'가 있었다. 당시 3000석 규모의 올림픽 공원 내 지구촌공원 야외 무대에서의 공연이 시청자들을 찾았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메탈 밴드 메써드의 연주에 맞춰 '사내'를 부르며 장르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나훈아는 이미 19년 전 '대한민국 소리꾼 나훈아'에서도 메탈 밴드 디아블로와 '찻집의 고독'을 협업했다.
2001년 나훈아와 함께 무대에 섰고 이번엔 시청자로 나훈아의 공연을 본 디아블로 드러머 추명교는 <더팩트>에 "이번에 나훈아 선생님의 언택트 공연을 방송으로 보면서 무대는 물론이고 열정과 카리스마가 19년 전 그대로라 놀라웠다"고 감상을 전했다.
이어 "협업을 앞두고 사실 장르가 너무 다를 거라는 선입견이 조금은 있었고 걱정도 됐다"며 "처음 뵙고 연습을 하는데 카리스마가 엄청났고 진짜 멋있으셨다. 우리보다 더 열정적이셨다. 우리가 볼 땐 록커셨다. 조금 있던 선입견도 금세 사라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당시 나훈아가 조언했던 말,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고 했다.
추명교는 "우리는 보이지도 않는 후배인데 정말 잘 챙겨주셨다. 연습 끝나면 꼭 밥도 사주시면서 음악 얘기를 많이 해 주셨다"며 "'음악은 장르를 떠나 다 하나니까 편견을 갖고 음악을 들으면 안 된다. 잊지 말라'는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나훈아는 '음악은 장르를 떠나 하나'라는 자신의 말을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몸소 펼쳐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트로트 공연에 한정되지 않고 장년 층을 넘어 젊은 세대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나훈아의 공연은 옛날부터 버라이어티 했다"고 돌아봤다. 최 평론가는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빽판의 전성시대' 등을 집필했고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자문위원회 위원장 겸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다.
최 평론가는 "나훈아는 장소와 공연 콘셉트에 따라서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구성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무대 연출부터 의상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준비한다. 공통점은 항상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이번엔 현 사회상과 맞물려 더 큰 감동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이전과 삶 자체가 다르고 헛헛하고 결핍이 심한 때다. 바로 그때 무대로 위안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 결핍을 채워줬다. 특히 노 개런티라고 하니 그 진정성이 더 사람들에게 닿지 않았나 한다. 시의적절했다"고 덧붙였다.
그 모든 걸 하나로 아우르는 건 그 무엇보다 세월을 거스른 실력과 에너지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으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들이다.
성시권 음악평론가는 "일단 나훈아 콘서트 그 자체만으로도 희소성이 있었다"며 "나이가 들수록 보컬과 퍼포먼스가 떨어지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워낙 관리를 잘 하셨고 굉장히 카리스마 넘쳤다. 언택트인데도 관객을 쥐락펴락 하더라"고 감상평을 말했다.
이어 "잘 포장한 퍼포먼스가 아닌 찐 가수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연출만으로는 할 수 없는 무림 고수 같은 에너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규성 평론가는 "보통 원로 가수가 나올 때 젊음을 잃어 노쇠한 모습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훈아는 70대가 됐는데 아직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최상의 기량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여전히 상남자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나훈아의 이번 언택트 공연은 정치인들까지 움직일 만큼 파급력이 컸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요계에 묵직한 의미를 남겼다.
최 평론가는 "트로트를 우리가 아는 클래식한 그런 것에서 한 단계 성장하고 발전한 형태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본다"며 "새 장을 연 측면도 있다. 앞으로 상당히 묵직한 대형 가수들의 이런 형태의 공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가황의 품격①] 나훈아, 언택트 한계 극복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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