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추석 성수기 안착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친숙한 배우들과 코미디 액션을 한데 버무렸다. 검증된 재료들로 만들어진 요리라 구미가 당긴다. 기대를 안고 첫술을 떴는데 그 맛이 참 복잡미묘하다.
영화 '국제수사'(감독 김봉한)는 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촌구석 형사 병수(곽도원 분)의 고군분투기를 담는다. 곽도원과 김대명 김희원 김상호가 주연을 맡았다. 당초 올해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수 차례 일정을 변경한 끝에 지난달 29일 공개됐다.
병수는 복싱 챔피언 출신이지만 현재는 이렇다 할 사건도 없는 대천 경찰서 강력팀 형사로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동고동락한 친구 용배(김상호 분)에게 사기를 당해 집은 은행에 넘어갈 위기다. 아내(신동미 분)와 딸(이한서 분)은 그의 속도 모르고 생애 첫 해외여행을 재촉한다. 우여곡절 끝에 가족들과 필리핀에 도착한 병수지만 모든 게 지루해 연신 하품이다.
이때 고향 동생 민철(김대명 분)을 발견한다. 그의 도움으로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용배를 만나게 된다. 용배는 조심스레 필리핀의 한 섬에 숨겨진 금괴 이야기를 꺼내고 병수는 일확천금을 꿈꾼다. 하지만 금괴를 찾고자 하는 사람은 병수뿐만이 아니다. 같은 목표를 가진 무자비한 킬러 패트릭(김희원 분)은 점점 추격해오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어느덧 그는 수배령이 내려진 살인범이 돼 있다.
전체적으로 유쾌한 톤이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니 주고받는 대화의 리듬이 좋다. "나 형사여" "나 복싱 챔피언이여"를 외치는 병수의 '짠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배신을 꿈꾸는 민철 캐릭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두 사람의 보디가드로 등장하는 두 명의 현지 캐릭터들도 재기발랄한 연출과 설정으로 무장해 분위기를 연신 띄운다.
이렇게 분위기는 무르익었는데 웃음까지 향하는 게 쉽지가 않다. 사회적 이슈인 글로벌 셋업범죄(타깃을 정해놓고 죄를 뒤집어씌우는 식의 범죄)를 소재로 하니 그 공포감이 웃음을 막아선다. 80%에 달하는 필리핀 현지 로케이션 촬영분도 이국적인 풍광이 주는 특별한 감상보다 범죄의 음침한 분위기를 살리는 데 유효하다. 후반부 펼쳐지는 바다는 청량감을 안기지만 이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금괴 탈환극이 밋밋해 감흥을 잃는다.
기대했던 캐릭터들의 케미도 다소 부족하다. 병수와 민철은 '톰과 제리'를 넘어 과할 정도로 서로에 비수를 꽂는다. 그래서인지 후반부 둘의 의기투합도 이해가 쉽지 않다. 초기부터 쌓아 올리는 병수와 용배의 두터운 우정도 감정 전달 없이 극적으로만 이용된다. 그나마 기대게 되는 패트릭의 냉혈한 면모도 너무 쉽게 무너져 김이 빠진다.
'아저씨' 속 악역을 답습하지 않으려 고민했을 김희원, 익살스러운 연기에 무게를 둔 곽도원 김대명, 현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스태프 등 '국제수사' 팀의 노력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래서 나쁘지 않은 영화가 됐지만 그만큼이나 아쉬움도 크다. 15세 이상 관람가고 러닝타임은 106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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