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시절 따돌림 받는 지체장애 친구 따뜻이 감싼 착한 본성
[더팩트|강일홍 기자] "수년 전에 '스타킹'이란 프로그램이 있었잖아요. '네순 도르마'는 성악가들도 어렵다는 곡인데, 김호중이 고등학생 때 쉽게 불러 너무 놀랐거든요. 우연히 그 장면을 시청하게 됐는데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테너 김동규 씨와 유명 연예인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모습이 지금도 선해요. 김호중이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한국의 폴 포츠처럼 유명해졌을지도 모르죠."
30여 년간 클래식 담당 기자로 활약한 문화평론가 이화순은 가수 김호중의 열성팬이다. 그는 "수많은 대중문화계 유명 스타들을 만나 봤지만 김호중만큼 매력 넘치는 친구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업상 특정 취재원을 향해 지금껏 드러내놓고 팬심을 밝힌 적이 한번도 없는데 김호중이라면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김호중의 첫 번째 매력은 천부적으로 타고 난 독창적 기량이다.
김호중은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을 통해 이전까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중적 팬심을 이끌어냈다. 최종 경연 결과는 임영웅 영탁 이찬원에 이은 4위였지만 인기는 선두를 달렸다. 비결은 다름 아닌 완벽한 차별화다. 그는 참가자 중 유일하게 성악과 트로트를 접목해 자신만의 퓨전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전까지 익숙하게 듣던 평범한 트로트가 아니라 이른바 '트바로티'의 색깔을 입혔다.
◆ 아이돌급 인기 속 앨범 판매고 하프밀리언 셀러-팬미팅 무비 돌풍
김호중은 군 대체복무를 시작하며 사실상 가수활동을 중단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무대를 떠난 뒤 열기는 더 뜨겁게 달궈지는 분위기다. 김호중의 피지컬 앨범 '우리家'는 이달 초 발매 첫 날부터 이슈몰이를 했다. 선주문만 37만 장을 돌파한데 이어 최근까지 53만 장을 넘는 하프밀리언셀러 판매고로 아이돌급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더블 타이틀 '만개'와 '우산이 없어요'는 각종 음원차트를 석권하며 파괴력을 입증했다.
그의 빈자리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 때문일까. 29일 선보인 생애 첫 팬미팅 무비 '그대, 고맙소' 역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주 예매 시작 불과 4시간 만에 2만 객석을 돌파하며 열기를 내뿜었다. 애초 기획단계부터 스크린X 개봉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그대, 고맙소'는 지난 8월 개최된 김호중 팬미팅 현장을 담은 작품으로 전국 CGV 90개관(스크린X 51개관, 2D 일반상영관 39개관)에서 동시 개봉됐다.
◆ 어려운 성장과정-빗나간 청소년기 딛고 일군 인생역전 주인공
김호중을 향한 팬심의 본질은 무엇일까. 일부 팬들은 그의 본성에 내재된 순수한 인간미를 꼽는다. 김호중의 유년 시절은 불우했다. 이혼한 부모 대신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에 지체장애 친구가 있었는데 아무도 짝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김호중이 감싸안았다. 등하교 땐 가방을 대신 메기도 했다. 이 사실은 당시 실제 인물이었던 친구의 증언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김호중은 한때 부모님에 대한 원망으로 엇나간 적이 있다. 김호중을 잘 아는 주변사람들은 그가 비행소년으로 깊이 빠져들지 않은 데는 이처럼 본성이 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악과의 인연은 우연히 음반매장을 찾았다가 '네순 도르마'의 웅장함에 매료되면서다. 숨은 재능을 발견한 그는 마음을 다잡고 성악에 매진한다. 이후 미스터 트롯'을 거쳐 폴 포츠가 부럽지 않은 대중 스타로 우뚝 섰다.
팬들이 김호중에 열광하는 이유는 또 있다. 스스로 일군 인생역전의 스토리다. 그는 젊은이의 꿈과 용기,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한때 그는 결혼식, 돌잔치 같은 행사에 내몰리고도 휴대폰 비용도 못낼 만큼 궁핍한 생활에 시달렸다. 하지만 결코 웃음을 잃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문화평론가 이화순은 이렇게 평가한다.
"단지 사랑에 목말랐을 뿐 김호중은 매우 밝고 쾌활한 데다 정도 많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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