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부부 예능, '단짠' 조합에 캡사이신 첨가

부부를 주제로 하는 예능 애로부부(왼쪽)와 1호가 될 순 없어가 인기를 과시 중이다. 연이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남다른 화제성도 겸비했다. 달고 짜고 맵기까지 한 스타 부부들의 맹활약이다. /채널A, JTBC 제공

재미·공감 모두 잡았지만 자극성 우려도

[더팩트 | 유지훈 기자] 각양각색 부부들이 예능이라는 순풍을 탔다.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며 품은 불만을 꺼내 대립하다가도 이내 알콩달콩 특유의 호흡을 과시한다. 이제는 민망한 침대 위 이야기까지 꺼내며 뜨거운 관심을 끌어낸다.

채널A는 매주 월요일 오후 예능프로그램 '애로부부'를 방송 중이다. 뜨거운 '에로'는 사라지고 웬수 같은 '애로'만 남은 부부들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다. 화제성이 어마어마하다. 방송 전후 프로그램의 제목과 출연진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한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인터뷰도 끊임없이 쏟아진다.

'애로부부'는 두 가지 코너로 나뉜다. 새로운 것은 없다. '애로드라마'는 KBS2 '사랑과 전쟁'을, '속터뷰'는 JTBC '마녀사냥'을 연상케 한다. 다만 기획단계부터 19세 이상 시청가를 내세운 만큼 주제와 표현에 있어 거침이 없다. '애로드라마'는 사연을 재구성해 단막극 형태로 선보인다. 내연남을 다락방에 숨기고 지낸 여자, 폭력적인 남편, 집으로 찾아오는 내연녀와의 갈등 등 자극적인 사연들로 중무장했다.

조지환 박혜민 부부는 남편이 장소를 불문하고 32시간 마다 관계를 요구한다는 사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애로부부 캡처

'속터뷰'는 연예인 부부가 직접 출연해 성과 관련된 고충을 털어놓는 콘셉트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부부관계가 고민인 조지환·박혜민, 5년째 부부관계가 없다는 최영완·손남목, 늦은 나이에 2세를 원하는 여윤정·홍가람 등의 사연을 다뤘다. 자극적인 이야기가 한데 뒤섞이니 얼얼함을 넘어 맵기까지 한 부부 예능이다.

지난달 31일 '애로부부'의 MC 홍진경은 방송에서 "우리 프로그램이 요즘 '맘카페'에서 엄청 '핫'하다"고 밝혔다. 홍진경의 말은 시청률이 증명한다. 7월 27일 첫 방송 시청률 2.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꾸준히 상승그래프를 그렸고 지난 7일 3.6%라는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시청률이 하락했던 회차는 8월 24일 단 한 번뿐이다.

'애로부부'보다 먼저 론칭한 JTBC의 부부 예능 '1호가 될 수 없어'(이하 '1호가')도 순항 중이다. 5월 20일 첫 회 시청률 3.2%로 시작해 꾸준히 사랑받았고 지난달 30일에는 5.5%까지 치솟았다. '애로부부'가 매운맛이라면 '1호가'는 '단짠'의 조화다. 개그맨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만큼 특유의 재치로 웃음을 안긴다. 연애 10년 결혼 4년 차 강재준·이은형 부부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유치한 장난을 일삼는 등 달달한 케미를 자랑한다.

1호가는 강재준·이은형, 최양락·팽현숙, 박미선·이봉원, 김지혜·박준형(위쪽부터) 등 개그맨 부부의 일상으로 꾸며진다. /1호가 캡처

결혼 30년 차가 넘어선 중년 부부의 일상은 짠내를 풍긴다. 최양락·팽현숙은 쉴 새 없이 티격태격하고 박미선·이봉원은 브라운관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주말부부다. 반면 16년 차를 맞이한 김지혜·박준형은 부부관계 예약제, 3세 계획 수립 등 민망할 수 있는 19금 토크로 맹활약한다.

부부 예능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아이들과 함께 보게 될 때가 있는데 민망하다"는 반응부터 출연자를 향한 인신공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호가'에 게스트로 출연한 김학래의 경우 과거 외도와 도박을 했던 사실을 털어놓은 후 뭇매를 맞았다. 팽현숙 역시 욱하는 마음에 최양락에게 쪽파를 집어 던져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하지만 그 자극적인 요소들로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끌어내는 것이 부부 예능이 가진 힘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타인의 부부생활을 향한 시청자의 관심은 항상 높았다. 2018년 종영한 SBS '자기야'를 비롯해 현재 방송중인 MBN '속풀이쇼 동치미', TV조선 '아내의 맛' 등도 모두 부부 예능이다. 하지만 최근 현실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갔고 부부간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더해져 더 인기가 높아졌다"며 "기혼시청자들에게는 공감을 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흥미의 요인이 된다. 하지만 자극성을 쫓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내면 진정성을 잃기 마련이다. 부부 예능의 가장 큰 강점은 현실성과 공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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