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잠자는 공주', 2년 공백후 신곡 내고 본격 활동 재개
[더팩트|강일홍 기자] 신유(39 본명 신동룡)는 귀공자 이미지와 특유의 미성 보이스 매력을 가진 실력파 가수다. 그의 음악적 토대는 트로트다. '잠자는 공주' '시계바늘' '꽃물' '일소일소 일노일노' '나쁜 남자' 등 신유가 부른 히트곡들은 모두 색깔이 분명하다. 열성팬이 유독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원래 발라드 가수가 꿈이었다. 청운의 뜻을 품고 가요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SBS 드라마 '승부사'의 OST를 불렀지만 아쉽게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소속사의 도움은커녕 5년간 아무런 희망 없이 허송세월을 보냈다. 데뷔 당시 이름(신지)조차 코요태 신지에 묻혀 포기해야했다.
"젊은 사람이 트로트를 하면 내려다보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아버지가 트로트 가수여서 트로트 장르는 어려서부터 익숙했지만 의도적으로 발라드 쪽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군 전역 후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아버지의 권유로 방향을 틀어 음반을 냈는데 막상 해보니 트로트가 좋더라고요."
신유는 젊은 가수들이 주로 선호하는 세미트로트 대신 슬로 템포를 고수했다. 이 때문에 데뷔곡 '잠자는 공주'는 당시 20대 나이인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는 "가요계 트렌드를 거슬러 선택한 것 같았는데 지나고나니 이런 역발상이 결국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고 했다.
'미스터 트롯'을 통해 트로트 스타로 떠오른 임영웅이 신유를 롤 모델로 삼은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 역시 장윤정 박현빈을 보면서 가수 꿈을 키우고 성장했다. 그가 데뷔 곡으로 부른 '시계바늘'과 '잠자는 공주'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만 200만 장 이상 팔릴 만큼 자발적 '팬심'의 토대를 마련했다.
신유는 콘서트 흥행 가수로도 자리매김했다. 웬만큼 히트곡이 많아도 매년 꾸준히 콘서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은 일, 코로나 이전인 지난해까지 그의 릴레이 콘서트는 방송활동과 무관하게 늘 열기가 뜨거웠다. 신유는 송가인 박현빈 박구윤 등과 함께 오는 11월 KBS '트롯 전국체전' 코치로 합류한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그를 직접 만났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됐다.
-트로트 열기가 강하게 불면서 올가을엔 오디션 프로그램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11월 방영 예정인 KBS '트롯 전국체전'에 합류하기로 돼 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네, 쟁쟁한 대선배님들과 함께하는 무대라 벌써부터 긴장이 돼요. 같은 서바이벌이라도 시도 대항 대결구도여서 더 스릴이 넘칠 것 같은 기대감도 있어요. 사실 전국의 실력 있는 도전자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행복합니다. 이미 수만명의 지원자가 도전장을 냈다고 들었어요. 엄청난 호응과 관심에 걸맞게 저만의 방식으로 그들과 교감하고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어낼 각오예요. 무엇보다 신인시절 경험한 '팬심을 향한 필살 노하우'를 적절히 전수하려고 해요.
신유는 신개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인 '트롯 전국체전' 아마추어 도전자들의 코치로 나선다. '트롯 전국체전'은 전국 팔도의 대표 가수부터 글로벌 K-트로트의 새로운 주역이 될 얼굴을 찾기 위한 KBS의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다. 남진(전라)을 비롯한 설운도(경상) 김수희(경기) 조항조(충청) 김연자(글로벌) 등이 감독으로 내정돼 있고, 박구윤 홍경민 조정민 송가인 박현빈 등이 코치로 물망에 올라 있다. 신유는 주현미(감독) 허경환(응원단장)과 함께 서울 팀 코치로 활약한다.
-'미스터 트롯' 이후 트로트 킹으로 떠오른 임영웅과는 이전부터 돈독한 선후배로 알려졌다. 임영웅의 롤 모델이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트로트 킹으로 우뚝 선 실력파 후배 가수가 저를 롤 모델로 삼았다는 사실만으로 기분 좋은 일이죠. 누구나 신인시절은 있게 마련이잖아요. 저 역시 무명시절 선배들의 멋진 무대를 보며 꿈을 키웠어요. (임)영웅이는 워낙 착하고 심성이 고운 친구여서 저 아닌 다른 선배들과도 좋은 관계였어요. 얼마 전 함께 방송에 출연했는데 상황이 달라졌어도 여전히 겸손한 자세를 보여 오히려 제가 놀랐어요. 제 노래 중 '나쁜 남자'는 평소 저도 애정이 깊은 곡인데 영웅이가 좋아한다고 해서 기쁘면서도 가슴이 찡했어요.
신유는 지난 2일 방송된 TV CHOSUN 예능프로그램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에 박구윤 등과 함께 현역7으로 출연했다. 1대1 대결에서 임영웅과 접전 끝에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신유는 등장부터 좌중을 압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끼는 후배와 한 자리에서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면서 "승패보다는 대결을 펼쳐 좋은 무대를 꾸민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 사정으로 거의 2년 만에 방송에서 무대를 가졌는데 솔직히 긴장도 됐고,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다"고 덧붙였다.
-본의 아니게 방송을 오래 쉬었는데 활동을 중단한 기간에도 콘서트는 꾸준히 해왔다. 올해는 코로나로 공연마저 못해 팬들의 아쉬움이 컸다.
방송은 2년 가까이 쉬었는데 팬들도 저도 힘든 시기였어요. 팬들의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충분히 헤아렸기 때문에 제가 더 아팠어요. 희한하게도 지나고보니 그 시간들이 정말 보약처럼 약이 됐어요. 스케줄이 없으면 죽는 줄 알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잖아요. 일부러 의도한 공백은 아니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자기성찰의 기회였어요. 덕분에 콘서트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것도 나름 의미를 더했던 것같아요. 매일 마시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것처럼 잠시나마 떠나보니 방송의 절심함도 알겠더라고요.
-본격적인 방송 활동에 맞춰 오랜만에 신곡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기존 스타일과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어떤 곡인지 설명해달라
미디움 템포의 '밥 한번 먹어요'와 슬로 곡 '남남으로' 두 곡이에요. 밥을 함께 먹으면 식구라는 말이 있잖아요. '밥 한번 먹어요'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분들께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노래입니다. 요즘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건데 말 그대로 상큼하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요. 유명 작곡가이신 정경천 선생님과 제가 공동 작업한 곡이기도 하죠. '남남으로'는 사랑과 이별 노래로, 그동안 제가 불러온 곡들과 느낌이 비슷해요. 두 곡 모두 평소 제 스타일의 정통 트롯이어서 금방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신유는 2008년 1집 '럭셔리 트로트 오브 신유'(Luxury Trot Of Shin Yu)로 데뷔했다. 대표곡인 '시계바늘' '잠자는 공주'를 비롯해 '꽃물' '일소일소 일노일노' 등을 히트시키며 가요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직접 곡 작업에도 참여한 이번 신곡 발표는 1년 6개월 만이다. 싱어송 라이터를 꿈꾸는 그는 꾸준히 작곡 공부를 해왔다. 그동안 '오르락 내리락' '인생역' 등의 곡을 썼고, 공동 작곡자로 이름을 올린 신곡 '밥 한번 먹어요'는 자신이 직접 부르는 첫 곡이다.
-지난해 가요계 대선배인 나훈아가 특별 초대한 식사 자리에도 가지 않았나. 정통 트로트 장르를 잇는 '젊은 후배' 가수로 각오가 있다면.
나훈아 선배님은 모든 후배들한테 영원한 롤 모델이죠. 데뷔 이후 늘 전설로만 알고 듣던 나훈아 대선배님을 가까이서 뵙는 것만으로 영광이었어요. 진한 후배 사랑을 담은 말씀마다 공감이 갔고, 표정 하나에도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함께한 시간이 저한테는 매 순간 떨림이었습니다. 평소 저는 방송에서도 선배님 노래를 많이 불렀어요. 신인 때부터 정통 트로트 스타일을 고수해서인지 '가요무대' 같은 데선 선배님 노래 선곡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선배님처럼 트로트의 깊은 맛을 알고 부르고 싶죠. 다행스럽게 요즘엔 그 느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신유는 지난해 2월 장윤정, 금잔디, 진성, 박상철 등 선후배 가수들과 함께 나훈아의 식사초대(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를 받았다. 당시 나훈아는 가요계 후배들의 고충을 들으며 덕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유는 "나훈아 선배님을 만나뵙고 온 이후로 가수로서 뭔가 더 진중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가요무대'에서 '홍시' '해변의 여인' 같은 나훈아 히트곡을 많이 부른 그는 '나훈아 콘서트'에도 가장 먼저 티켓을 구해 달려갈 만큼 열성파다. 그는 "선배님 공연을 보면서 '대중스타의 쇼란 바로 이런 것'이란 걸 새삼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귀공자 타입의 외모와 달리 평소 땀을 많이 흘리는 격렬한 운동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마지막으로 성격이나 스타일, 취향이 궁금하다.
짐작하셨겠지만 좀 내성적일 만큼 조용한 편이에요. 까칠할 정도는 아닌데 낯도 좀 가려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게 단점인데 대신 한번 속 마음을 트면 깊숙이 빠져드는 스타일이죠. 상대방 말을 주로 듣는 쪽이지만 제 의사에 반해 끌려가는 쪽은 아니에요. 할 말은 분명히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보기와 달리 축구나 권투 같은 역동적인 운동을 좋아해요. 구슬땀 뒤에 맛보는 상쾌함을 즐겨요. 무대 위에서 다소곳이 노래하는 모습과 금방 매칭이 안 되겠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체력관리를 많이 해요.
신유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축구를 했다. 세계적인 선수를 꿈꾸며 학창시절을 줄곧 축구와 함께한 그가 돌연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버지 영향이 크다. 그의 아버지는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며 누구보다 가요계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반대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신유는 결국 노래를 선택했다. 그는 "나중엔 오히려 적극 지지해주셨는데 아마도 저를 통해 못다하신 한을 풀고 싶으셨을 것"이라면서 "축구를 포기한 건 아쉽지만 트로트야말로 새로운 삶의 빛이 됐다"고 말했다.
신유는 가요계 '트로트 프린스(왕자) 원조'로 불린다. 빠른 리듬의 세미 곡보다 정통 트로트에 최적화된 미성 보이스가 매력이다. 전국을 커버하는 단독콘서트의 역량도 그의 존재감을 더욱 빛나게 한다. 그는 "콘서트장을 가득 메우는 이모, 엄마팬들을 볼 때마다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고 말했다.
그는 트로트 가수들이 중시하는 이른바 '트로트 맛'을 낼 줄 아는 가수다. 이는 곧 무대 위의 스타성으로 이어지고 충성도 높은 팬심과도 직결돼 있다. 콘서트 흥행 교두보로 티켓 파워에 강점을 갖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당장 콘서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쉽지만, 재충전의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의 본명은 신동룡이다. 발라드 가수로 출발할 당시 신지란 이름으로 활동하다 트로트로 변신하며 신유란 예명으로 이미지까지 바꿨다. 그는 "사실은 어머니도 70년대 가수로 활동했다"면서 "부모님이 직접 지어준 새 이름은 종교적 의미인 '마음을 치유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시계바늘처럼 돌고 돌다가 가는 길을 잃은 사람아/ 미련따윈 없는 거야 후회도 없는 거야'. 신유의 대표 히트곡인 '시계바늘'은 10여년 전 부친이자 가수 신웅의 고향인 경북 칠곡에 노래비로 세워져 있다. 신유는 "젊은 나이에 더없는 영광이지만, 이런 감사함을 보답하기 위해 더 사랑받는 국민가수로 성장해 가겠다"고 말했다.
신유는 최근 TV CHOSUN '사랑의 콜센타'에 출연해 트롯맨들과 환상의 '명불허전' 궁합을 보여줬다. 방송 직후 그는 "후배들의 멋진 활약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면서 "가슴 속 샘 솟는 트로트 열정을 더욱 강렬히 느꼈다"고 속내를 밝혔다. 어느덧 데뷔 20년을 맞은 신유, 그의 마지막 다짐이 궁금했다. "팬심을 가진 대중스타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함만이 최상의 경쟁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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