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연예계 2차 감염 현실화…"이제 시작일 뿐"

그놈이 그놈이다에 이어 도도솔솔라라솔 18 어게인 사생활 경우의 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연달아 촬영 중단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방송국은 모두 전전긍긍이다. /KBS2, JTBC 제공

드라마·영화 줄줄이 촬영 중단 선언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코로나19가 다시 연예계를 덮쳤다. 처음엔 2월과 비슷한 것 같더니 되레 더 거세다. 배우들의 확진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그들과 한자리에 있던 동료들도 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현장 관계자들은 "모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KBS2는 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의 촬영 중단을 선언했다. 단역으로 출연했던 서성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촬영 중단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KBS2 '도도솔솔라라솔', tvN '스타트업' '낮과 밤' 등이 연달아 스케줄을 취소했다. JTBC는 지난 21일 '18 어게인' '경우의 수' '사생활' '런 온' '라이브온' '지금 우리 학교는' 등 6개 드라마의 촬영을 전면 중단했다. 영화계 역시 같은 날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드림' 등의 촬영 중단을 공식화했다.

촬영 중단을 선언한 모든 작품에 서성종이 출연한 것은 아니다. 서성종과 연극 '짬뽕'을 함께 준비했던 허동원 김원해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두 사람이 KBS2 '도도솔솔라라솔'과 tvN '스타트업'에 출연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동료들은 다른 작품을 촬영 중이었다. 혹시 모를 확산 우려에 제작진은 촬영 중단이라는 결정했고 몇몇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한 작품 집단 감염에 준비 중이던 드라마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진 셈이다.

김원해(왼쪽) 허동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예계 내 2차 감염이 현실화 됐고 여기저기서 촬영 중단 소식이 들려온다. /더팩트 DB, 에이스팩토리

현장 스태프 A씨는 연예계에 들이닥친 일련의 사태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흉흉한 소식들이 계속해 들려온다. 영화 드라마 예능을 떠나 계속 보게 되는 팀이 있다. 렌트 업체 촬영 무술 분장 미술 운전 살수 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 작품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각자 현장에 투입되고 퇴근 후 회사로 돌아간다. 투입되는 사람이 변경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솔직히 당장 무슨 일이 터져도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연예계 촬영 환경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현장에 기본적으로 40여 명이 투입되고 출연진이 늘면 스태프도 함께 증가해 100명도 쉽게 넘어선다. 지방 촬영 상황이라면 모텔에서 다 같이 숙박까지 한다. "제작진이 모텔 방역을 해주긴 하지만 솔직히 같이 자는 게 두렵다. 하지만 하루 종일 육체노동을 하면 너무 피곤해 자게 된다"는 게 A씨가 이야기하는 현실이다.

촬영 스태프 B씨는 MBC 차량 운전사의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것을 예로 들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운전사가 MBC뿐만 타 방송사 스태프들의 차량 운행을 맡았을 경우다. 밀폐된 차 안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하고 현장에서 숙식까지 했다면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을 터다. B씨는 "보통 이런 운전사는 여러 현장을 오가며 일을 한다. 이런 사람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방송가 셧다운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스크 착용으로 감염을 막는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착용 여부가 촬영 현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능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C씨는 "방송국 스튜디오와 대관 장소에서는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를 제외하면 모두 잘 지키는 편이다. 방송국 직원들과 대관 업체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외는 솔직히 이래도 되나 싶다. 더우면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다들 그냥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트롯(위쪽)와 히든싱어6의 방송 장면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방청객이 운집해있다. /히든싱어6 보이스트롯 캡처

드라마는 연달아 촬영 중단 소식이 들려오지만 예능프로그램은 침묵하고 있다. 음악을 주제로 하는 JTBC '히든싱어6'와 MBN '보이스트롯'은 100여 명에 가까운 일반인 방청객을 초대해 녹화를 강행해왔다. 무관중으로 진행하고 있는 타 음악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C씨는 "당장 드라마에서만 확진자가 나와 경각심이 부족한 것 같다. 확진자가 나오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할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당연시되던 예능프로그램 내 출연진의 마스크 미착용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국 내 2차 감염이 현실이 되면서다. 지난 17일 EBS1 'K-POP 한국어 안녕하세요 커레야'에서 외주 PD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출연자 3명도 연달아 확진 소식을 전해왔다. C씨는 "보통 출연진은 카메라가 돌아가면 마스크를 벗는다. 그들끼리 감염될 수도 있는데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거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EBS처럼 2차 감염은 없었지만 방송국 내 아찔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CBS 소속 기자, SBS 상암 어린이집 교사, Mnet '아이랜드' 청소 용역업체 직원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CBS는 '셧다운' 조치를, SBS는 상암 사옥을 폐쇄했다. Mnet은 전 출연자와 스태프를 검사하고 방역 조치 후 3일 만에 녹화를 재개했다. 당장의 사태를 수습했을 뿐 모두 이전과 같이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A씨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지금은 모든 촬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솔직히 다들 반강제로 하는 거다. 멈춰야 하는 건 모두 다 안다. 하지만 결국 돈이 문제다. 우리 스태프도 생계 때문에 일하고 있다. 방송사는 편성을 확정 짓고 광고를 준비했을 것이고 제작사의 경우 촬영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만 더해진다. 힘 있는 배우나 PD가 먼저 나서 촬영 중단을 선언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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