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도중하차 아니다"...동료 예능인 "팍삭 늙었더라"
[더팩트|강일홍 기자] 이봉주는 2000년 2월 13일 도쿄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7분 20초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20년째 깨지지 않은 한국 마라톤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2001년 보스턴 마라톤과 2002년 아시안 게임, 2007년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우승한다. 그리고 2009년 전국체전 마라톤 대회에서 1위로 결승점을 통과(41살 41번째 완주기록)한 뒤 19년간의 마라톤 인생을 마무리 한다.
그는 동갑내기 라이벌 황영조와 함께 세계적 육상인으로 대한민국을 빛낸 마라톤 영웅이다. 이봉주가 태어난 충청남도 천안시 성거읍에는 그의 이름을 딴 '봉주로'가 있다. 은퇴 후 TV 예능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하면서 지금은 '봉달이'란 별칭을 가진 예능인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익숙하다. 늘 해맑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지막 스퍼트를 하며 질주하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봉주는 '불멸의 국가대표'(채널A) '백투더스쿨' '무한도전'(MBC) '자기야 백년손님'(SBS)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JTBC 스포츠 예능 '뭉쳐야 찬다'(이하 '뭉찬') 고정멤버로 출연 중이다. 그를 포함해 김용만 김성주 정형돈 등 순수 예능인들과 이만기 허재 양준혁 여홍철 김동현 이형택 김요한 모태범 진종오 박태환 김병현 등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고, 안정환을 빼면 모두 축구에선 아마추어들이다.
◆ 올 1월 '뭉찬' 사이판 전지훈련 중 허리부상, 8개월째 근경련 고통
이봉주의 매력은 스포츠 스타 특유의 순수함과 진솔함이다. 어눌하던 말투는 시청자들과 교감하면서 갈수록 친밀도를 높여주는 정겨움의 상징이 됐다. '뭉찬'은 야구 수영 스케이팅 배구 테니스 등 왕년의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방영 1년째 시청률 5~6%를 꾸준히 유지하고 한때 두 자릿수를 넘겼을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데 이봉주는 더이상 볼 수 없다. 무슨 내막이 있을까?
"요즘 앉기도 서있기도 힘든 상황이더군요. 며칠 전 만났는데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해요. 배를 움켜쥐고 꾸부정한 자세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노인이더라고요. 안그래도 얼굴에 주름이 많은 편인데 오죽 힘들면 저럴까 싶어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뭉찬' 축구팀과 전지훈련 중에 허리 부상을 입었다고 해요. 일종의 안전사고였던 셈인데 이게 그냥 간단한 상황이 아닌 것같아요."(방송 예능인 K)
이봉주는 올 1월 '뭉찬' 팀 전력을 키우기 위해 사이판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그는 멤버 중 나이도 많은 편이어서 팀을 위해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매달렸다. 당시 다른 출연자들과 폐타이어를 허리에 끼고 질주하다 몸에 무리가 생겼다. 처음엔 부러지거나 찢어진 게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배 근육이 떨리는 근경련(틱)으로, 안타깝게도 갈수록 상태는 악화됐다.
◆ 방송사 "원조 멤버 이봉주 몸 상태 호전 되면 언제라도 복귀" 희망
치료를 위해 대학 병원 등을 오가며 한방, 양방, 그리고 경락 마사지까지 매달렸다. 여전히 호전될 기미가 없는 가운데 그는 배와 허리에 압박붕대를 감고 사는 처지가 됐다. 모든 대외 활동을 중단하면서 8개월째 수입이 끊겼고, 장기간 치료로 심신 장애를 겪고 있다. 방송을 함께한 동료 예능인 K는 "봉주가 천성이 워낙 착하다보니 어디에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봉주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금방 멈출 줄 알았는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아직까지도 멈추질 않는다. 통증은 없는데 계속 떨리니까 허리까지 굽어진다"고 털어놨다. 치료를 받으면서 몸무게가 무려 5kg 가량 빠졌다고 한다. 지난 6월엔 '뭉찬' 어쩌다FC 창단 1주년 방송에 나와 변함없는 미소를 보여줬지만, 시청자들은 그가 TV에 못 나오는 '진짜 속내'를 알지 못한다.
이봉주는 지금도 여전히 '뭉찬'의 고정 출연자다. 그는 프로그램을 함께하다 몸을 상했고 지금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을 겪고 있다. 방송사는 이봉주의 몸 컨디션이 좋아지면 다시 출연시킨다는 입장이지만 그의 남모를 고충엔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제작진도, 소속사도, 동료 출연자들도 처지는 공감하지만 '내 일처럼' 현실적 대안을 만들기엔 역부족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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