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석특집 '나훈아 스페셜' 출연 확정, 이번 주 중 스태프 및 악단 등과 미팅
[더팩트|강일홍 기자] '신비주의'를 앞세워 공연 중심 활동을 고수해온 '가황' 나훈아(73)가 오는 9월 KBS 추석특집 '나훈아 스페셜'에 단독 출연, 15년 만에 안방극장 팬들을 찾아간다. 나훈아의 TV 출연은 2006년 한강 노들섬 특설무대에서 가진 광복 60주년 기념 MBC 특별기획 '나훈아 스페셜' 이후 처음이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18일 오전 추석특집 나훈아 스페셜과 관련해 "지난 2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역대급 장마 등으로 마음고생이 심한 국민들에게 민족 고유의 명절을 맞아 위로를 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나훈아 측도 이 같은 취지에 동의했다. 추석 특집 형태의 프로그램이며 이번 주 안에 무대를 장식하게 될 선곡 및 구체적인 제작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스태프 및 악단 등과 미팅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KBS가 (11년만의 컴백 이후) 나훈아 씨 측에 수차례 특집 프로그램 출연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면서 "올해는 연초부터 75주년 광복절 특집 또는 평양공연 추진 등 다양한 방식을 제시했고 스페셜 단독 무대 형식으로 조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훈아는 1980년대 후반 이후 방송에 거의 출연하지 않고 콘서트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방송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 밖에 없었다. 이런 은둔 전략은 더 많은 관객들을 끌어모았고, 그의 존재감은 전설로 상승했다. 나훈아는 2017년 11년 만에 컴백 무대를 가진 이후 지난해까지 콘서트로만 팬들과 만났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나훈아 씨가) 다른 가수들처럼 일반 방송 프로그램에 거의 출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사 차원에서 나훈아 만을 위한 단독 특집을 편성했다"면서 "희소성 등 특집 프로그램 자체가 흥행이 보장된 콘텐츠로 인정 받았다"고 말했다.
나훈아는 활동 중단 이전까지 지상파 3사 가운데 유일하게 MBC와 종종 특집 공연을 한 전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번 KBS 스페셜 출연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방송가의 반응이다. 여기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나훈아가 장기 은둔 중이던 지난 2015년 MBC는 광복 70 주년을 기념하고 '나훈아 가수 데뷔 50주년'과 맞물리는 빅 콘서트를 기획했다가 불발에 그쳤다. 당시 MBC는 나훈아 컴백 공연을 단독 녹화 중계하고, 나훈아에겐 데뷔 5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명분을 준다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은 나훈아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했다. MBC가 전 아내 정수경 씨와의 이혼 관련 내용을 방송하면서 자존심과 의리에 흠집을 낸 게 이유였다. 그로부터 1년 전인 2014년 3월 MBC는 '리얼 스토리 눈-트로트 황제 나훈아의 돌아온 편지' 편을 다뤘다.
제작진은 전 아내 정수경 씨를 만나 그의 말을 토대로 사건을 정리하면서 정씨의 주장을 상당 부분 할애한 반면 나훈아 측의 해명과 주장은 여동생 최경혜 씨의 코멘트로 간략하게 처리했다.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고 알려진 아내 측 주장에 대해서도 나훈아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점들이 MBC 대신 KBS 방향 선회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나훈아는 1966년 데뷔 이후 200여개의 앨범(정규앨범 19장)을 발표(3000여곡)했으며, 2006년 전국투어 콘서트를 끝으로 활동을 멈췄다. 2007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질 예정된 콘서트를 갑작스럽게 취소하며 긴 은둔 생활을 이어갔다. 2017년에 '남자의 인생'을 발표하며 11년만에 가요계에 복귀했다.
이번 KBS 추석 스페셜 출연은 자신의 노래가 '가요무대'를 포함해 KBS에서 가장 많이 방송된 데 대한 보답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계에서는 "히트곡이 워낙 많다 보니 거의 매주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의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만큼,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직접 출연해 이런 시청자들의 열망에 화답하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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