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마다 트로트 관심, 2030 세대는 "TV 볼 게 없다" 무관심
[더팩트|강일홍 기자] '나는 가수다'는 한때 방송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MBC TV '우리들의 일밤'의 한 코너로 출발, 최고 시청률 16%를 넘기며 1년 가까이 열기를 내뿜었다. 오락적 요소에 서바이벌 형식의 음악 경연을 가미한 것이 비결이었다. 일반인 평가단(500명)의 심사를 받아 1명이 탈락하고, 새로운 가수가 이를 채워가는 방식으로 진행된 '나가수'는 원조의 인기에 힘입어 2기와 3기까지 시리즈로 방영되기도 했다.
박정현 김범수 김건모 YB 백지영 이소라 정엽 임재범 BMK 김연우 옥주현 JK 김동욱 장혜진 조관우 김조한 자우림 인순이 윤민수 바비킴 김경호 조규찬 거미 적우 박완규 신효범 테이 이영현 이현우 등 내로라하는 실력파 가수들의 자존심을 건 승부와 결말은 흥미진진했다. 시청자들은 색다른 스타일의 음악에 환호했다. 방송이 끝나면 음원은 즉시 공개되고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고 듣는 게 당연할 정도였다.
◆ 오디션 폭발 후 "TV에 트로트 스타 안나오면 볼 게 없다" 편향된 시청 성향
비슷한 시기에 JTBC에서 방영된 '히든싱어'는 또 다른 스타일과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나가수' 시리즈가 국내 최정상급 록 발라드 가수들의 향연이었다면 '히든싱어'는 그 틈새를 파고든 신개념 음악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오랜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를 갖춘 히트가수들의 목소리와 창법을 척척 소화해내는 '모창 도전자들'의 끼와 재능, 탈락과 진출의 긴장과 스릴에 탄성을 질렀다.
'히든싱어'의 묘미는 매회 도전자들이 선보이는 완벽한 모창 외에도 '진짜 같은 가짜들'에 둘러싸인 원조 가수를 구별해내는 과정이다. 라운드마다 거듭되는 패널들(연예인 게스트 포함 100인)의 판단과 결정은 '결과의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이는 시청자들에겐 또다른 기대와 호기심으로 증폭된다. '히든싱어'는 2018년까지 5기가 방영됐고, 설운도 김연자 등 트로트 레전드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현재 6기가 진행 중이다.
◆ OTT에 익숙한 2030세대는 TV 무관심....절대 시청층 중장년 세대 '트로트 몰입'
지난해와 올해 TV CHOSUN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률이 폭발하면서 방송계 판도가 바뀌었다. 여기엔 중장년 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은 SBS 출신 서혜진 PD의 뚝심과 저력을 빼놓을 수 없지만, '미스트롯'(시청률 18.1%)과 '미스터 트롯'(35.7%)은 이전 음악예능의 전설을 다시 썼다. 종편채널의 위상마저 바꿔놨다. '30%대 시청률'은 지상파를 통틀어 이전까지 누구도 뚫지 못한 안방극장 불가침 영역이었다는 점에서 더 빛이 났다.
요즘 방송가는 트로트 스타가 등장하지 않으면 TV를 보지 않는다고 할 만큼 트롯이 대세다. 종편은 물론 지상파조차도 트롯퀸 또는 트롯맨 1~2명이라도 등장해야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인기 발라드 가수들조차 경쟁적으로 트로트 프로그램에 등장해 커버송을 부르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일부 시청자들 중엔 "TV에 트로트 가수들이 나오지 않으면 볼 게 없다"며 편향된 시청 성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편식은 쉽게 질리게 마련이다. 문제는 OTT(인터넷 기반으로 동영상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익숙해진 젊은층 세대가 더이상 TV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절대 시청층은 50~60대로 바뀌었다. 식상하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보수적 방송사들은 트로트 대세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됐다.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는 이유는 마지막 채널권을 쥔 중장년 시청층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이 중장년을 위한 '올드 미디어'로 변해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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