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박장데소'·'노는언니'로 본 여자 예능 전성시대

최근 방송가는 여성 MC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SBS 박장데소(왼쪽)와 E채널 노는언니가 있다. /SBS·E채널 제공

"식상함 벗어나 새로움에 관한 니즈 반영"

[더팩트|이진하 기자] 남성 중심으로 흘러가던 예능프로그램의 판도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 최근 2~3년 전부터 여성 MC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더니 이제 여성 출연자로만 구성된 예능프로그램이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나래와 예능감 포텐이 터진 장도연이 SBS 토요일 예능프로그램 '박장데소'의 투톱 MC를 맡았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6월 13일 첫 선을 보였으며 연애 고수들이 추천하는 데이트 팁과 요즘 핵인싸들의 놀이, 핫플레이스 정보까지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커플 맞춤형 데이트 컨설팅을 그린다.

먼저 여성 코미디언 박나래와 장도연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다른 프로그램들과 다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 MC는 남성 MC보다 비중이 낮았으며 메인이란 느낌보다 서브 역할이 강했던 것과 차별화된다. 두 사람의 활약은 과거 '일반인의 데이트'를 차용한 투톱 MC를 내세운 점에서 SBS의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1999~2000)을 떠올리게 한다.

7회까지 방송된 '박장데소'는 연애 컨설팅이라는 흔한 설정과 일반인 커플에게 데이트 장소를 추천 과정에서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와 데이트하는 모습이 연출돼 다소 불편하단 의견도 있었지만 두 사람의 예능감과 노력으로 불편함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 2%대로 시작한 첫 방송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은 4회에서 최고 시청률 5.5%를 기록했다.

두 사람은 데이트 코스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실제 여자 친구가 보일 수 있는 극단적 상황을 연출해 웃음을 유발했다. 또 김호중, 임원희, 이태환 등 연예인 게스트를 초대해 색다른 데이트를 함께 체험하면서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과거 여성 출연진 중심으로 꾸려진 예능프로그램은 MBC every1에서 선보인 무한걸스(왼쪽)와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있었다. /MBC every1·KBS2 제공

E채널 새 예능 '노는언니'가 4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제목에 걸맞게 출연진은 모두 여성 스포츠 선수들로 구성됐다. 골프선수 박세리를 필두로 펜싱 남현희, 배구 이재영, 이다영 자매, 피겨 곽민정, 수영 정유인이 그동안 익숙했던 경기장을 벗어나 제대로 놀 줄 아는 언니로 거듭나기 위해 펼치는 일탈을 담는다.

최근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반전 매력을 보여준 박세리는 지난 3일 열린 E채널 '노는언니'의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여자 선수들은 왜 예능에 노출되지 않았을까'하는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있었다"며 "('노는언니'는) 여자 운동선수로만 구성된 게 특별했고 취지도 좋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방송가는 스포츠 선수 출신의 남성 방송인의 계보가 이어졌다. 씨름선수 출신인 강호동과 이만기, 축구선수 출신 안정환, 농구선수 출신 현주엽, 허재, 서장훈 등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단순히 특정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2개 이상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진행까지 맡는 점에서 방송인으로 점차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갔다.

그동안의 통념을 깨고 여성 스포츠 선수만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노는언니'를 론칭한 E채널 방현영 CP는 <더팩트>에 "'여성 스포츠 선수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란 질문에서 시작한 기획"이라며 "방송 전 여성 스포츠 선수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 다들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비슷하게 공감하는 지점이 있어 프로그램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 선수들 개개인은 은퇴한 분이나 현역인 분이나 모두 자신의 종목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 출연하는 책임감도 남다르다. 또 선수 출신이라 매번 훈련과 인터뷰 정도의 과정만 거쳤기 때문에 생각보다 해본 것들이 많지 않았고 그런 지점에서 방송을 통해 스포츠 스타들의 새로운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밝혔다.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왼쪽)는 지난달 1일 첫 선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중년 여성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여성 MC로 구성된 MBC every1 비디오 스타는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해 4년째 꾸준히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KBS2·MBC every1 제공

이밖에도 최근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은 여성 MC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MBC '구해줘 홈즈'는 코미디언 박나래와 김숙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MBC every1 '비디오 스타'는 박소현, 김숙, 박나래, 다라 등 여성 MC만으로 구성됐다. MBC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에피소드 중 부캐릭터로 인기몰이한 조지나(박나래), 사만다(한혜진), 마리아(화사)를 따로 모아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란 웹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중년 여성들만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지난달 1일부터 방송된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배우 박원숙, 김영란, 문숙, 가수 혜은이가 함께 살면서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들은 배우와 가수로 살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소박한 일상을 경험한다. 또 솔직한 입담으로 방송 후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가 관계자들은 그동안 남성 진행자 중심이었던 문제가 점차 해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그동안 남성 출연진이 대부분의 예능프로그램을 주도해왔다. 여성 연예인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방송된 MBC에브리원 '무한걸스'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방송한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전부였다.

출연진 성비 불균형이 점차 해소되는 상황과 관련해 E채널 방현영 CP는 "방송가는 그동안 비슷한 사람으로 구성된 식상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신선한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기존에 없었던 구성을 찾게 됐고 또 여자끼리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대중들의 니즈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h311@tf.co.kr
[연예기획팀|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