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100-송가인] "먹고 자고 쓰는 것, 모든 게 달라졌다"

CF 출연만 20개, 초 특급 스타. 송가인은 11월 방영을 앞둔 KBS 트롯전국체전에서 남진 설운도 주현미 등과 함께 트로트 뉴페이스 탄생을 위한 조력자로 활약한다. /이선화 기자

스페셜인터뷰 100번째 주인공, 무명 설움 딛고 대한민국 '트로트 퀸' 우뚝 사연

[더팩트|강일홍 기자] 송가인(33)은 대한민국 가요 트렌드를 하루아침에 바꾼 주인공이다. 그의 등장으로 '한국 대중가요 100년사'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동화 속 주인공 '신데렐라'(Cinderella)처럼 그는 '미스트롯'을 통해 무명 가수에서 일약 '특급 스타'로 거듭났다. 마치 신데렐라가 왕궁의 무도회에서 왕자를 만나 신분 상승을 한 것처럼 그의 왕자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이었다.

알고 보면 그는 오랜 담금질을 거친 준비된 가수다. 2009년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대상에 이어 2010년 '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낭중지추, 실력만 있으면 언젠가는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마침내 그는 '미스트롯' 우승과 함께 긴 무명의 설움을 털어내고 단번에 인기를 거머 쥔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저절로 드러나게 됨을 이르는 말)

송가인의 잠재된 카리스마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빛이 났다. '내일은 미스트롯 콘서트' 전국투어에서도,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도드라졌다. '미스트롯' 이전까지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무명가수였지만, 그는 일약 가요계 판도를 바꾸며 대세 스타로 떠오른다.

송가인은 '코로나19 행사 올스톱 상황'에서도 스케줄이 늘 빡빡하다. 밀려드는 방송출연을 일일이 다 소화하기 힘든 탓이다. 올들어 임영웅 영탁 김호중 등 '미스터트롯'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 뒤에도 송가인에 대한 팬심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독보적 트로트 가창력으로 장착된 그만의 스타성 때문이다.

송가인이 이번엔 도전자가 아닌 '트로트 퀸'의 신분으로 트로트 오디션에 참여한다. 오는 11월 방영을 앞둔 KBS '트롯전국체전'은 각 지역에 숨어있는 원석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준비 중인 새로운 신인 발굴 프로그램이다. 송가인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남진 설운도 주현미 등과 함께 트로트 뉴페이스 탄생을 위한 '멘토'(조력자)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송가인과 단독 인터뷰는 지난해 5월 '미스트롯' 서울 공연 직후 예정됐지만 미팅 당일 그가 느닷없는 교통사고(호남고속도로상 추돌)로 입원하는 바람에 불발됐다. 그 사이 그는 가요계 가장 핫한 '국민 여동생'이 됐고,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 '스페셜인터뷰 100번째'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인터뷰는 지난 7월 31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먹는 것, 자는 것, 쓰는 것, 심지어 불리던 이름까지 모든 게 다 바꼈어요. 100번째 주인공으로 진행된 송가인과의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7월 31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선화 기자

-'미스트롯' 우승 이전과 이후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 대중 가수로 위상이 바뀌어 달라진 게 많을 것 같다. 가장 실감나는 대목은?

먹는 것, 자는 것, 쓰는 것, 심지어 불리던 이름까지 모든 게 달라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미스트롯' 출연 전과 비교하면 삶 자체가 완전히 뒤바뀐거죠.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써야할 만큼 스케줄이 바빠지니 만나는 사람까지 달리 해야한다는 게 슬퍼요. 자주 만나 수다 떨던 절친들은 물론 부모님과 소통조차 줄여야하는 신세가 됐어요. 스케줄에 쫓겨 밤 늦게 숙소에 돌아오면 단 1분이라도 더 자라며 전화를 끊을 때가 많아요. 밥도 제 시간에 못 먹어요. 김밥으로 이동 중 차 안에서 해결하는 건 부지기수예요.

이날 송가인 인터뷰에는 두 명의 매니저와 의상 헤어 분장 등 코디 3명까지 모두 5명이 동행했고,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팀워크는 일사불란했다. 송가인은 수년 전만 해도 소속사에서 가수로 매니지먼트를 받기보다 허드렛일을 더 많이 한 기억밖에 없다. 로드 매니저조차 없이 지방 오지 행사장을 혼자 다닌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가수들이 신인 시절엔 대부분 눈물젖은 빵을 먹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저는 유독 '자존감 제로(0)'의 불필요한 설움을 많이 당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송가인은 공황장애 직전의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과분한 사랑 받은 만큼 초심 잃지 않겠다. 송가인은 요즘 친한 친구들은 물론 부모님과 소통조차 줄여야하는 신세가 됐다며 넘쳐나는 스케줄 소화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선화 기자

-한때 TV를 틀면 등장한다고 해서 '수도꼭지'로 불렸다. 코로나로 콘서트와 대규모 외부 행사는 없어도 여전히 방송 스케줄은 넘쳐 나지 않나?

우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모두가 힘든 시기에 저 혼자 바삐 움직이는 것같아 한편으론 죄송한 마음도 있어요. 코로나로 행사가 올 스톱 됐어도 방송 스케줄은 오히려 더 많아졌어요. 콘서트나 행사에서 볼 수 없다보니 TV로 만나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아요. 강 기자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방송 출연이란 게 줄이고 싶다고 제 맘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거절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출연해야할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CF는 그동안 크고 작은 CF를 20여개 찍었는데, 그나마 고르고 선별한 게 그래요. 짧게 나오는 것만 생각하고 우습게 봤는데 은근히 시간을 많이 뺏기더라고요.

송가인은 올 초까지만 해도 매 주말마다 콘서트가 있었고, 주중엔 하루 4~5건의 행사가 쏟아졌다. 와중에도 방송 스케줄은 차고 넘쳤다. 체력이 달려 링거주사를 맞아야할 만큼 초인적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송가인은 "사람의 마음이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면서 "행사가 많아 힘들 때는 돈이고 뭐고 다 쉬고 싶었는데 막상 코로나로 올스톱 되고 보니 큰 무대가 아쉽다"고 했다. 대규모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직접 교감하고 소통하는 짜릿한 공감대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는 "TV로는 느낄 수 없는 즉흥적 피드백이 그립다"면서 "무대 위에서 팬들과 웃고 떠들며 부대끼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트로트 퀸'으로 인기가 치솟으면서 행사 개런티도 특급 수준으로 뛰었다. 이 때문에 '가요계 인기사다리'가 한방에 무너졌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경제적 형편은 확 폈죠. 그렇다고 '돈방석에 앉았다'는 말은 지나친 과장이고요. 이전 형편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경제적 여유로움이 가져다주는 안정감만으로 충분히 만족해요.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고 제 행복지수와도 거리가 멀어요. 개인적으로 모든 게 달라지고 바뀌었지만, 저로 인해 가요계 인기사다리가 무너졌다는 말엔 동의 안 해요. 존경하는 가요계 대선배님들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쌓은 게 아니듯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없어요. 가수로서 여전히 선배님들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있고, 과분한 사랑을 받은만큼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죠. 인기란 언제든 순서가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

송가인은 불과 1년 6개월 전만 해도 기본 생활이 안 될 만큼 궁핍하게 지냈다. 수공예품(비녀)을 직접 만들어 팔아 생활비를 벌기도 했다. 그는 "다행히 손재주가 많아 온라인으로 판매도 하고 지인들로부터 주문이 꽤 많았다"고 했다. 그는 또 "당시엔 무명가수로 행사 출연을 해봐야 의상비는커녕 왕복 차비도 안 돼 늘 불안하고 힘든 시기였다"면서 "하루 주문이 얼마나 들어오는가에 일희일비 하게 되니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뼈져리게 느껴봤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그는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노래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했다.

똑같은 노래라도 송가인이 부르면 깊이가 달라진다. 민요와 판소리로 다음어진 그의 구성진 목소리는 한국 전통가요에 스며든 한(恨)과 애절함을 내뿜어 애간장을 녹인다는 표현이 걸맞다. 사진은 지난해 인천남동체육관에서 가진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당시. /남용희 기자

-세상 모든 일은 상대적이지 않나. 유명세로 힘들고 어려운 점도 있을 듯하다. 부정적으로 언급되는 말들도 종종 나왔다.

네, 그런 말들은 저도 들어서 알아요. '미스트롯' 방송 직후 행사 개런티가 급상승하면서 많이 나온 얘기예요. 초심을 잃었다는 둥 태도가 바뀌었다는 둥 주로 깎아내리는 말들이죠.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듯이 스케줄에 쫓겨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잠 자고 식사하는 일도 많아요. 소속사가 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제한적으로 걸러낼 때가 있는데 그 화살이 저한테 오는 것 같아요. 스타갑질이라고요. 가요계의 어떤 분은 예전에 딱 한번 본 적밖에 없는데 '내가 키운 송가인이 만나 주지도 않는다'는 말로 폄훼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누구보다 무명의 힘든 시기를 많이 겪었는데 갑질이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에요. 일일이 항변하고 해명할 수도 없어 더 답답해요.

왜곡과 폄훼, 악의적 음해는 이미지가 생명인 대중스타에게는 치명적이다. 어느 분야든 뜨고나면 시기 질투는 생기게 마련이지만, 송가인도 이 부분 만큼은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실제와 전혀 다르거나 아예 정반대로 뒤집어 헐뜯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선배가수 진성은 "(송)가인이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심성이 착하고 인사성 밝고 의리도 있다. 거기에 노래까지 잘해 무명시절부터 유독 예뻐했던 후배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낙 짧은 기간 인기를 싹쓸이하다 보니 생긴 오해인데 그냥 체념하고 넘어가기엔 당사자로서는 너무 억울하고 터무니없는 일일 것"이라고 두둔했다.

송가인은 2011년 전국노래자랑 진도 편에서 최우수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뒤 가요계로 진출했다. 사진은 지난해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가진 미스트롯 & 백령도 평화 콘서트 당시 기념사진. /임세준 기자

-거침없는 말솜씨 등 예능프로그램에 비친 이미지만으로도 스타기질을 타고났다고 할 정도다. 호탕하고 대범하다는 평가도 듣는다. 원래 성격이 그런가?

처음부터 잘하진 못했는데 이렇게 긍정 평가를 해주셔서 우선 감사드려요. 사실은 수줍음 많고 내성적 성격이거든요.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미스트롯' 경연 당시 매 회차마다 덜덜 떨었어요. 아마 대찬 성격이었다면 그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아도 됐을 거예요. 더구나 저는 소속사와 인연이 좋지 않았어요. 자신감을 키워주기보다는 자존감을 꺾는 경우가 더 많았거든요. '그 노래를 니가 왜 불러, 너한테 안 맞아' '가수로 성공하기 힘들어' 같은 주눅 들 만한 말을 많이 했어요. 아마 그래서 노래 연습에 더 독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몰라요. 사람들한테 실제 성격과 모습까지 달라져보이게 할 만큼요.

송가인은 2011년 '전국노래자랑' 진도 편에서 최우수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뒤 가요계로 진출했다. 이후 두 차례 기획사에 몸을 담았지만 자존감을 잃을만큼 무명 신인가수의 설움을 절절히 경험하고 느꼈다. 그는 "가요계 현실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대중가수로 발돋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일인지 깨달았다"면서 "신인가수가 성장하려면 열심히 배우고 고생도 하기 마련이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일들까지 감당하는 게 서러웠다"고 했다. 그는 '미스트롯' 이후 현 소속사가 이끄는 아티스트 중심의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매니지먼트 방식에 만족한다고 했다. 현재 소속사는 포켓돌스튜디오다.

오지 낙도 등 소외 지역 무료콘서트 하고 싶다. 사진은 올초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설 특집 2020 송가인 콘서트 고맙습니다 포토행사 기념 포즈. /이선화 기자

-올 가을 KBS가 새롭게 론칭하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합류한다. 남진 설운도 주현미 등 쟁쟁한 선배가수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는데 소감을 듣고 싶다.

이 모든 건 팬들의 넘치는 사랑과 관심 덕분이에요. 다만 감사한 마음 한편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어요. 1년 6개월 전 저는 도전자로 그 분들과 같은 입장에 서 있었잖아요. 그 심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무대 위 퍼포머를 평가하는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져요. 최대한 진지한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숨은 고수들을 발굴하는데 일조할 각오예요. 한때 저도 그 중 한명이었지만 실력을 갖추고도 기회를 잡지 못해 묻혀 사는 숨은 트로트 고수들은 꽤 많아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그런 분들이 더 많이 배출돼 트로트 열기를 함께 이끌어갔으면 해요.

송가인은 오는 11월 방영을 앞둔 KBS '트롯 전국체전'에서 아마추어 신인들을 발굴하는 기성 가수 멘토로 출연한다. 지역별 대항전 형식으로 치러지는 가운데 송가인은 남진(감독) 김수찬(응원단장)과 전라도팀 코치로 활약한다. 나머지 지역 감독은 설운도(경상) 주현미(서울) 김수희(경기) 박상철(강원) 조항조(충청) 고두심(제주) 김연자(글로벌) 등이 맡는다. 또 박현빈 진시몬 신유 홍경민 박구윤 조정민 홍자 신동 조승희 허경환 등이 각 지역 코치 또는 응원단장으로 합류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한방에 인생역전을 일궜다. 국내 가요계 판도를 바꾼 주역이기도 하다. 혹시 염두에 두고 있는 특별한 소망이 있다면 밝혀달라.

오지 낙도 등 소외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을 초청해 무료콘서트를 해보고 싶어요. 비용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는 건 알지만 자비를 들여서라도 꼭 실행에 옮길 수 있었으면 해요. 저도 어린시절 '주현미 콘서트'에 가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포기한 아픔이 있거든요. 그런 저를 바라보는 부모님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거예요. 형편이 되더라도 대도시까지 공연을 보러간다는 건 쉽지 않잖아요. 제 팬들은 유독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아직 건강하실 때 한번이라도 더 그런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소속사 대표님(포켓돌스튜디오 김광수)이 지난해 '백령도 미스트롯 콘서트'를 강행하신 뒤 그 소중한 의미를 더 깊이 되새기게 됐어요.

'트로트 퀸' 송가인은 속깊은 '국민 여동생'답게 "사랑을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 몇 배로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빡빡한 스케줄 중에도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청받을 때마다 싫은 내색없이 일일이 응해주는 건 이 때문이다. 그는 "2년전 저는 '앞으로 10년 안에 인기가수가 돼 디너쇼를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다짐한 적이 있다"면서 "그 꿈을 불과 1년 만에 이뤘기 때문에 과분한 사랑을 주신 팬들한테는 평생 낮은 자세로 고마워하며 살겠다"고 했다. 그는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향 진도의 부모님 대파밭에 플래카드를 세우고 팬미팅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트로트 퀸 송가인은 속깊은 국민 여동생답게 사랑을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 몇배로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미스트롯 미국투어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당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이선화 기자

똑같은 노래라도 송가인이 부르면 깊이가 달라진다. 민요와 판소리로 다듬어진 그의 구성진 목소리는 한국 전통가요에 스며든 한(恨)과 애절함을 내뿜어 차라리 '애간장을 녹인다'는 표현이 걸맞다. 송가인이 '미스트롯'에서 부른 '한많은 대동강' '용두산 엘레지'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진한 감동과 전율로 남아있다.

송가인은 중2때부터 판소리 공부를 시작했다. 진도 문화제 중 하나인 '남도 들노래'에 학교 특활행사로 참여했다가 선생님이 "(조)은심이는 끼가 넘친다"며 칭찬을 해준 게 계기가 됐다. 국악으로만 따지면 그는 전국판소리경연대회와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잇달아 입상한 실력파다. 그리고 KBS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대중가수로 거듭날 기틀을 마련한다.

지난해 '내일은 미스트롯' 우승(진)을 거머쥐기까지 긴 담금질의 시간을 보냈다. 실력에 비하면 다소 늦게 빛을 봤지만 누구보다 화려하고 폭넓은 팬심에 둘러싸여 있다. 공식 팬클럽 'AGAIN(어게인)'은 무려 5만 7000명의 회원이 송가인과 뜻을 함께 하며 코로나19 성금을 기탁하는 등 특급 군단으로 똘똘 뭉쳐 있다.

누구나 설움 겪는 무명가수 시절은 있다. 혹시 송가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배가수는 누굴까. 필자의 마지막 궁금증에 대해 그는 "진성 선배님은 정상급 스타가수이면서도 인사를 받기보다 후배들을 찾아가 등을 두드리고 격려해주시는 가장 인간적인 분"이라면서 "(제가) 뜨고난 뒤에도 빈말이 아닌 진심어린 따뜻한 말로 축하해주셔서 또 한번 감동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경험은 한때 자신도 똑같은 처지의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여전히 주목을 못 받고 있는 동료 후배들한테 누구보다 살갑게 대하는 반면교사가 됐다. 송가인이 '트로트 퀸'으로 부상한 뒤 한때 '히트곡 없는 벼락스타'로 폄하했던 일부 기성가수들조차도 지금은 모두 '진짜 실력'을 인정한다. <더팩트>를 방문해 시종 진지한 자세로 '1년 전 인터뷰 약속'을 지킨 송가인의 의리와 진정성은 필자의 가슴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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