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사대주의①] 뮤지컬·클래식은 되고 가요는 안 되는 '모순'

미스터트롯, 태사자, 데이브레이크, 김호중 콘서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연달아 연기됐다. 공연이 열리는 해당 구청의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명령이 일으킨 나비효과였다. 관계자들은 사태가 계속되면 차례로 연기된 이 콘서트들처럼 공연 업계도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쇼플레이, 해피로봇 레코드, 비에프케이 엔터테인먼트,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제공

클래식도 뮤지컬도 괜찮은데 대중음악은 안 된다? 지자체의 이중잣대에 대중음악 업계가 두 번 울고 있다. 정부의 지원 사업에서는 번번이 배제되는 데다가 뒤늦은 공연 지침으로 피해만 쌓여가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소외된 현실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업계의 현 상황을 들여다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편집자 주>

"9월까지 변화 없으면 공연업계 무너질 것"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대중음악이 찬밥신세가 됐다. 코로나19에 함께 신음했던 클래식 뮤지컬 스포츠 영화 등 모든 문화산업이 관중과 함께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데 혼자 제자리걸음이다. 불만의 목소리는 성토가 됐고 이제 한 목소리로 생존까지 외친다.

공연 제작사 쇼플레이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상황을 주시하며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를 꾸준히 준비해왔다. 당초 4월 개최를 예정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무산됐고 5월에 이어 6월에도 일정을 전면 수정했다. 그리고 심기일전 끝에 7월 2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공연을 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출연진이 함께 꾸미는 공연인 만큼 팬들의 기대도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 7월 21일 송파구청이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며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쇼플레이는 당혹감을 내비쳤다. "정부가 권고하는 방역지침을 따랐고 관할구청과 공연장에서 추가로 요청하는 수칙들까지 보완했는데 개최 이틀을 남겨둔 시점에 연기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10억이 넘게 들어간 방역비용을 비롯해 공연을 위해 지금까지 투입된 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는 비단 '미스터트롯' 콘서트만의 일이 아니다.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태사자의 콘서트 'THE RETURN(더 리턴)'은 공연 하루 전 광진구의 갑작스러운 집합금지명령을 받아 공연을 취소했다. 데이브레이크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올림픽공원 야외 수변무대에서 콘서트를 준비했으나 개최를 이틀 앞둔 7월 29일 올림픽공원의 권고를 받아 무산됐다. '미스터트롯'과 같은 구청 관할이었던 '팬텀싱어3 서울'과 김호중 팬미팅 '우리家(가) 처음으로'의 경우 구청이 집합금지를 내리지 않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KBS 아레나로 각각 장소를 옮겨야만 했다.

송파구청이 사태 수습에 나서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재개됐지만 출연자 중 하나인 김호중은 일정 수정이 불가피해 총 15회 가운데 5회만 참여하게 됐다.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자체의 행정에는 공연 제작사에 대한 조금의 배려도 없었다. 집합금지 명령은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이었고 공연이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예고 없이 내려졌다. 여기저기 원성이 터져 나왔고 쇼플레이가 서울행정법원에 송파구청을 상대로 집합금지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사태는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이에 송파구는 지난 7월 31일 집합 '금지' 명령을 집합 '제한'으로 완화하고 공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오는 7일부터 23일까지 매주 금·토·일요일 5회씩 3주에 걸쳐 총 15회 진행할 수 있게 됐지만 이미 일정은 꼬였다. 출연자 가운데 하나인 김호중은 팬미팅과 '미스터트롯' 일정이 겹쳐 첫 주에만 참여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다른 출연자들 역시 콘서트 출연 때문에 다른 일정들을 전면 조정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7월 연달아 들려오는 가요 콘서트 연기 소식은 타 문화산업과 비교할 때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뮤지컬, 클래식 공연은 몇몇을 제외하면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당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관람 가능했다. 또한 최근 진행 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600여석, '모차르트'는 2000여석이라는 다소 큰 규모임에도 문제 없이 진행 중이다. 더욱이 '모차르트'를 비롯한 몇몇 뮤지컬의 경우 좌석 간 거리조차 시행하지 않고 있다. 클래식 공연인 '2020 교향악축제' 역시 1200여석으로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지난 4월 외국 국적의 배우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3주 동안만 공연을 중단했을 뿐 다시 재개됐다.

지난 7월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가운데 프로야구 팬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수용인원의 10%만 관중입장이 허용됐다. /이새롬 기자

프로야구는 관중석의 10% 규모로 입장을 허용했으나 관중이 1루 쪽에 몰려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가요 콘서트처럼 관객 입장을 금지시키지 않고 경고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영화관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 관객이 몰려있지만 위험시설로 분류되지 않았고 영화진흥위원회는 '반값 영화표' 이벤트까지 개최하며 관객 유치를 도왔다.

뮤지컬 클래식 스포츠 모두 관객 동원이 가능한 데 대중음악 콘서트만 엄격한 잣대에 휘둘리는 기묘한 상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더팩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대중음악을 얼마나 쉽게 보고 있는지 알게 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문화계에 지원금을 쾌척한다고 했으나 결국 그 돈을 나눠가진 것은 클래식이나 전통음악과 같은 순수예술뿐이었다.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클래식 뮤지컬 스포츠는 좌석간 거리두기를 지키지도 않는데 관객을 허용하고 우리는 모든 걸 준비했는데 안 된다고만 한다"고 꼬집었다.

사태는 형평성 문제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대중음악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지만 이 역시도 더 나쁜 상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낳았다. 뮤지컬 연극 등을 제작하다가 최근 대중음악 공연 기획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대중음악이 유독 힘들지만 그렇다고 타 장르를 걸고넘어질 수만도 없다. 저쪽 역시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나을 뿐 모두 힘든 상황이다. 왜 우리만 안 되냐고 반기를 들면 타 장르의 공연들마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오페라의 유령(왼쪽)은 출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3주 후 다시 공연을 재개했다. 모차르트는 좌석간 거리두기 없이 공연을 진행 중이다. /오페라의 유령 모차르트 포스터

최근 큰 콘서트가 연달아 연기되며 이제야 사태가 수면 위로 떠 올랐을 뿐 가요계는 올해 초부터 전대미문의 보릿고개와 싸우고 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47개 회원사가 올해 2∼4월 개최할 예정이었던 행사 중 73개가 연기·취소돼 약 62억 7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5~6월 역시 10건이 연기돼 약 6억 8000만 원의 손해가 났다. 코로나19 여파기간 동안 페스티벌과 중소 콘서트를 포함해 전국단위로 범위를 넓히면 손해 금액은 무려 876억이 훌쩍 넘는다. 그 우여곡절 끝에 준비했던 공연들이 명확한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무산되니 원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는 무엇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것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파구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뿐 다른 지자체 역시 다른 잣대를 들이밀고 공연을 눈앞에 둔 시점에 갑작스레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눈치를 살피며 관객 규모를 축소해도 언제 무산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정부가 관리하는 곳들뿐만 아니라 사설 공연장, 야외무대도 안 된다고만 한다. 공연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것도 문제다. 연말 콘서트 준비가 시작되는 9월까지는 가이드라인이 완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회사들을 시작으로 공연 업계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가요계는 콘서트를 온라인 생중계로 선보여 '언택트 시대에 발맞춘 변화'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상황이 지속되자 그 평가마저 무의미해지고 있다. 작은 중소기획사들, 뮤지션들이 하소연은 이제 결집한 대중음악 종사자들의 문제 제기, 지자체와의 소송, 그리고 타 문화산업 간의 싸움으로까지 번져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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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사대주의②] 지원 배제·뒷북 지침…두 번 우는 대중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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