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정우성, '북' 유연석의 특별 시너지
[더팩트 | 유지훈 기자]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 단둘이서 결정할 수 없다. 양우석 감독은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남북미 세 정상을 좁은 잠수함에 납치하니 그럴싸해졌고 한반도를 전쟁 위기 직전까지 몰아넣자 긴장감이 더해졌다. 여기에 전작 주인공의 진영을 바꾸니 뭔가 또 특별하다. 2020년 여름을 겨냥한 썩 괜찮은 작품이 탄생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이하 '강철비2')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전작에 이어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은 정우성이, 북한 최고지도자 조선사 역은 유연석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북 호위총국장 박진우 역은 곽도원이, 미국 대통령 스무트 역은 앵거스 맥페이든이 맡는다.
영화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남북미 정상이 북에서 만나며 시작한다. 조선사와 스무트는 핵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평화협정은 결렬된다. 한경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두 사람의 이견 조율에 나선다. 이때 박진우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세 정상을 북한 핵잠수함 백두호에 납치한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이 야심을 드러내며 한반도는 전쟁 위기 직전까지 치닫는다.
'강철비2'는 남한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곽도원 분)과 북한의 특수요원(정우성 분)이 평화로 가는 과정을 그린 전작과 세계관을 이어가지 않는다. 북한의 쿠데타라는 출발점은 같지만 미국 일본 중국 등을 난입 시켜 평화로 향하는 과정이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로 인해 등장인물은 많아졌고 이해관계는 복잡해졌다. 하지만 영화는 친절하다. 컴퓨터 그래픽과 자막으로 충분히 설명해주고 이야기에 매료될 수 있도록 돕는다.
'진짜 정상회담은 핵잠수함에서 시작된다'는 캐치프레이즈는 다소 묘하다. 세 정상이 팽팽하게 맞서는 정상회담은 육지에서 더 강렬하다. 잠수함에 납치된 그들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시종일관 웃음을 유도한다. 좁은 공간 속 숨 막히는 설전을 기대했다면 김이 다소 빠진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영화가 숨겨 둔 특별한 재미다. 양우석 감독은 잠수함 속 그들의 언행을 남북미의 은유로 만들어냈다. 당장은 폭소를 안기지만 곱씹는 맛이 일품인 블랙코미디다.
정우성은 작품에서는 배우로, 현실에서는 시대정신의 일부로 대중과 소통해왔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맡았으니 자꾸만 몰입된다. 다만 이렇다 할 카리스마 없이 모든 위기상황을 좋게만 해결해나가려는 면면이 답답하기도 하다. 이 부족함은 북위원장이라는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한 유연석이 메운다. 날 선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미국 대통령에 맞서고 영어 실력도 출중한 반전매력까지 겸비했다. 선 굵은 캐릭터로 큰 활약을 보여주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기에, 유연석에게는 특별한 작품이다. 곽도원은 서늘한 인상으로 극의 중심을 꽉 잡고 간다.
후반부 태풍이 몰아치는 바닷속에서의 잠수함 전투도 인상적이다. 해저 깊숙한 곳에서 펼쳐지는 잠수함의 전투를 2020년의 기술력으로 맛깔스럽게 구현해냈다. 투박한 폭발음, 아비규환으로 변하는 잠수함 내부 등이 새롭다. 세트장 제작에만 두 달이 들었고 20억을 투입한 백두호답게 안팎으로 탄탄하다.
'강철비2'는 극장에서만 소비될 영화가 아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밖으로 나서면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 작품이다. 세 정상의 캐릭터 설정이 가진 의미, 한반도 평화로 가는 과정,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이해관계 등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단지 그 대화의 언성이 높아질 확률이 높다는 게 '강철비2'의 가장 큰 약점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이고 러닝타임은 132분이다.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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