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업가로 돌아온 왕년 최고 예능스타의 인생고백
[더팩트|강일홍 기자] 서세원(64)은 대중스타로서는 부침이 극명하게 엇갈린 연예인 중 한 명이다. 한 마디로 색깔이 분명하다. 개성이 강한 만큼 대중의 호불호도 뚜렷하다. 그는 예능 방송인으로 출발해 영화제작자, 목사, 타운하우스 분양 등 부동산 사업가로 거듭 변신했다.
한때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예능지존'이었다. 지금은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 예능프로그램 인기판도는 서세원이 좌지우지했다. 90년대 후반부터 그가 이끈 '서세원쇼'는 예능토크 34.8%라는 전무후무한 시청률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2001년 영화 '조폭마누라'의 공동제작자로 대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이후 제작한 '긴급조치 19호' '도마 안중근' 등이 잇달아 실패로 돌아가면서 방송인으로는 물론 영화제작자로도 꼬이기 시작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영화계 진출이 예능인으로 성공한 그를 옭아맨 독이 된 셈이다.
설상가상 불미스런 뉴스의 중심에 선다. 그는 '33년 잉꼬부부'였던 전 아내 서정희와의 파경으로 일생일대 위기를 맞는다. 이전까지의 삶이 화려하고 빛났던 만큼 그의 끝모를 추락은 탄식에 가까웠다. 이혼과 재혼을 거치며 서세원은 대중적 입지가 좁아졌고, 사실상 은둔에 가까운 조용한 삶을 선택한다.
그의 근황이 다시 알려진 건 새 가정을 꾸리고 다섯 살 짜리 어린 딸을 둔 평범한 가장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덩달아 경기 용인 지역에서 최근까지 60여채의 전원형 타운하우스를 지어 분양한데 이어 캄보디아에서 3조 원대(25억 달러) 글로벌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알고보니 사업가로 캄보디아와 서울을 오가며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빛과 그림자, 실패와 성공을 거듭해온 그의 삶이 궁금했다. 오랜 기간 언론과 단절해오던 그는 <더팩트> 인터뷰 요청에 마침내 시간을 냈다. 대면 인터뷰는 영화 '도마 안중근' 제작 당시인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청담동 도산공원 인근 한 카페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캄보디아 국영스포츠 TV(CSTV)와 손잡고 방송사를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어디까지 진행 중인지 궁금하다. 해외에서 방송사 설립과 운영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다소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줄로 알아요. 물론 이 프로젝트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이뤄진 건 아니에요. 몇 년 전 홈쇼핑 론칭 문제로 캄보디아에 갔는데 정작 그 일은 틀어지고 한류 콘텐츠를 포함한 방송 쪽 제안을 받았어요. 캄보디아엔 방송사가 몇 개 없기 때문에, 2023년 SEA(동남아시안게임)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는 CSTV는 사실상 제2의 국영 채널로 운영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프놈펜 일부 지역에서 시험방송 중이고, 8월에는 전국 규모로 2차 시험방송을 해요. 현재 정부가 무상 임대해준 7층 건물(4천평 규모)에 임시 입주해 있고, 3년 뒤 새로 건립하는 신청사로 이전할 예정입니다.
서세원이 언급한 SEA게임은 캄보디아를 포함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라오스 미얀마 브루나이 동티모르 등 동남아시아 11개국이 참가하는 종합 스포츠 대회다. 2023년 대회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치러지고, 현재 15만평 규모의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건설 중이다. CSTV 신청사는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정문(MTNSC 복합스포츠몰 입구)에 위치해 있다. 해외 자본으로 건립되는 60층 빌딩(1만2천평 부지)의 빌딩에는 레지던스 및 생활편의시설, 쇼핑몰, 메디컬센터가 입주한다. 신청사 사업비로만 총 7000억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에서 3조 원대의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인다는 얘기도 놀랍다. 해외 부동산 개발 경험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거대 자본력이 필요한 사업 아닌가.
일반적인 경우와 좀 다르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캄보디아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보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방송사 운영 등과 관련해 신뢰관계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건설사업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된 사업영역이니까요. 원래는 백화점과 메디컬센터 등 생활편의 시설을 갖춘 CSTV 신청사를 건립하는 1조 원대 규모였는데, 올림픽 선수촌과 리조트 건설 등이 추가되면서 3조 원대로 커졌어요. 영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해외 자본이 투입될 예정이고, 뒤늦게 참여를 요청한 국내 중견 건설회사와도 논의 중이어서 추가로 합류할 것 같습니다.
서세원은 캄보디아 내 미디어 사업(CSTV 운영)을 시작으로 호텔 레지던스 카지노 골프장 종합병원 등의 대규모 부동산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 2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건설사들과 공개입찰을 거쳐 운영권을 따냈다. 앞서 통큰 캄보디아 문화관광부 장관의 국영 스포츠TV(CSTV) 운영 제의를 받으면서 해외 자본 유치 등에 관여했다. 방송사 운영 및 부동산 개발사업은 서세원이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현지에서 설립한 해외 법인 '소스원'(CSO DEVLOPMENT)이 사업주체로 나선다. 지분은 소스원이 70% 캄보디아 정부가 30% 선으로 알려졌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 필자와도 종종 인터뷰를 하곤 했는데 워낙 오랫동안 은둔생활을 해서인지 낯설게 느껴진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얼마 만인가.
솔직히 저도 기억이 가물거릴 만큼 오래됐네요. 안중근 소재 영화를 제작한 직후 시사매거진 주진우 기자(시사인)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악성 댓글이 많았어요. 영화는 실패했지만 인터뷰 내용은 비교적 호의적이었거든요. 당시 여러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부정적 시각으로 많이 매도됐어요. 이후론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체 하지 않았어요. 아니, 저를 향한 반감이 심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가끔 짧은 전화 코멘트가 추측성 기사로 과대포장돼 나간 적은 있어도 자의적 육성 인터뷰는 이번 <더팩트>가 처음인 것같네요. 또 얼마나 많은 악글이 붙을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서세원이 언론과 정식 대면 인터뷰를 하기는 15년 만에 처음이다. 영화 '도마 안중근' 제작 이듬해인 지난 2005년 시사주간매거진 시사 인의 주진우 기자가 쓴 '서세원을 노래하다'가 마지막이다. 2001년 서세원 프로덕션을 통해 영화 '조폭마누라'를 제작해 상업적 성공을 거뒀지만, 2004년 '도마 안중근'이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에도 음반제작 및 영화 등의 문제로 지루한 법정다툼을 벌였다. 방송은 종편 개국 직후 채널A 파일럿 '서세원 남희석의 여러 가지 연구소'에 잠시 출연한 게 마지막이다.
-혹시 그동안 언론을 피한 건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선 때문인가. 억울한 부분도 많았을 텐데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 함구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중에 얼굴이 널리 알려진 사람은 한번 미운 털이 박히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어요. 한 번의 실수가 또 다른 실수를 낳고, 갈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대중의 인기와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잘못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더 크게 질 수밖에 없어요. 그 부분은 저도 인정해요. 처신과 행동을 더 바르게 하라는 경고이자 부메랑인 셈이죠. 죄송한 부분이 많아 할 말은 없지만 저라고 왜 억울할 때가 없었겠어요. 일일이 대응하지 않은 건 모두 다 인정한다는 게 아니라 항변해 봐야 소용없기 때문이죠.
예능인으로 승승장구하던 서세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영화다. '조폭 마누라' 대박 히트로 영화사업에 올인하다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자주 송사에 휘말렸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 부부갈등까지, 불미스런 가정문제로 이어지며 대중스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는다. 서세원은 1979년 라디오(TBC)를 통해 데뷔한 뒤 '영일레븐' '청춘만만세' '청춘행진곡'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에서 20여년간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동시대의 예능 라이벌들인 김형곤 주병진보다 늘 우위를 지켰다.
-사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따로 있다. 이혼 후 새 가정을 꾸렸고 환갑 넘어 낳은 딸이 있지 않나. 기왕에 입을 연 마당이니 내키지 않더라도 솔직한 심경을 밝혀달라.
오늘 강 기자를 만나 가볍게 차 한 잔 한다는 게 그만 일이 커진 게 아닌가 싶네요. 이 얘기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한 마디로 난감합니다. 작심하고 물으시는데야 제 성격상 두루뭉실 넘어갈 수도 없고요. 이혼 후 새 가정을 만난 건 운명입니다. 더없이 행복합니다. 무엇보다 환갑에 탄생한 딸 아이는 제 삶의 전부예요. 가장 힘들고 고된 인생의 기로에서 저에게 빛을 안겨준 천사예요. 다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모멘텀(동력)이 됐어요. 저는 방송인으로 살다 한순간 모든 걸 다 잃었지만, 이 아이를 만난 걸로 개인적으론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캄보디아 사업을 따 낸 것도 알고보면 어린 딸을 둔 아버지의 절실함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서세원은 2015년 서정희와 이혼했다. 얼마 뒤 그는 해금연주자인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조용히 혼인신고를 하는 것으로 재혼 가정을 꾸렸다. 이혼과 재혼이 맞물리면서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그는 이렇게 심경을 밝혔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공인으로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헤어짐을 피할 수 없듯이 새로운 만남도 마찬가지다. 한 개인의 삶과 인생은 누구한테나 소중하다. 유명 연예인이어서 짓밟히듯 매도되는 건 부당하다. 아픈 상처가 있다고 해서 행복했던 시간과 기억들까지 모두 지워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2000년대 초까지 방송계 최고 예능인으로 군림하지 않았나. 혹시 방송활동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는지 궁금하다.
저는 말을 빙빙 돌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톡 까놓고 얘길 할게요. 출연 요청은 지금도 종종 있어요. 미련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민간인처럼 살고 싶어요. 방송은 하고 싶다고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제 마이크 앞에 설 시간적 여유도 없어요. 우선순위가 방송보다는 사업이 먼저예요. 해외에서 벌여놓은 사업 규모가 만만치 않아요. 방송 진행보다는 운영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남은 열정을 쏟아부으려고 합니다. 어제까지 강이었다면 오늘은 광활한 바다입니다.
서세원은 캄보디아에서 3조 원대 복합 건설사업체를 주관하는 해외법인 '소스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건설사들과 공개입찰을 거쳐 올 2월 캄보디아 내 미디어 사업을 포함한 대규모 부동산 건설 사업권을 따냈다"고 밝혔다. 건설 전문기업이 아닌 민간인 자격으로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을 수주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는 전 아내 서정희와 이혼 직후 경기 용인 일대에서 타운하우스 분양사업으로 탄탄히 기반을 닦았으며 현재 국내 코스닥 상장기업인 GV금빛의 해외사업 부문 총괄대표를 맡고 있다.
글로벌 사업가로 돌아온 서세원의 변신은 놀랍기만 하다. 그는 정통 코미디가 유행할 때는 콩트로, 예능이 유행할 때는 진행자로 늘 시대흐름을 앞서갔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오락방송 MC로 활동하며 2000년대 초반 '서세원쇼' 로 방점을 찍기까지 국내 토크쇼의 교두보를 마련한 주역이기도 하다.
서세원은 이혼과 관련해서도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놨다. "만남이 기쁨이라면 이별은 슬픔이다. 헤어짐이 불가항력이었다고 하면 변명이라고 하지 않겠나.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지금은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각자의 평온한 삶을 기도할 뿐이다." 그는 지난 2016년 해금연주자 김 모 씨와 재혼해 5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서세원은 전 아내 서정희와 이혼 직후 경기 용인 일대에서 60여채의 타운하우스를 지어 분양해 경제적 기반을 닦았다. 최근에도 용인 성복동에 100억대의 타운하우스형 복합빌라를 지어 분양 중이다. 현재 국내와 캄보디아에 호텔 리조트 사업 등 모두 4개의 건설관련 법인을 소유하고 있다. 덕분에 양국을 바삐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오랜만에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서세원은 소문과 달리 매우 건강해 보였다. 그는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왜 악소문만 떠도는지 모르겠다"면서 "심지어 비쩍 말라 곧 죽게 생겼다는 말까지 있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희로애락은 늘 붙어 다닙니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어요. 사랑과 기쁨, 슬픔과 미움과 용서의 반복, 그게 인생 아닐까요."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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