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선택한 배우들의 '처절' 열연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믿고 보는 배우들이 '부산행'이 만든 K-좀비 세상에 뛰어든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반도(감독 연상호)'는 전작인 '부산행' 4년 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다. '부산행'의 주인공이었던 석우(공유 분) 상화(마동석 분)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전작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연상호 감독은 무리하게 그들을 다시 영화에 불러들이는 대신 새롭게 활약할 캐릭터들을 상상했다.
고민 끝에 탄생시킨 '반도'의 주인공 역시 둘이었다. 총을 움켜쥐고 처절한 액션을 펼칠 군인 출신 생존자, 두 딸을 위해 가녀린 몸을 던지며 모성애를 뿜어낼 어머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기에 몰아넣어 긴장감을 더할 악역, 여기에 맛깔스러운 조연들도 새로 기용해야 했다. 연 감독은 대중에 친숙한 강동원 이정현을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악역과 조연에는 연기 베테랑과 '충무로 블루칩'이라 불리는 신예를 골고루 섞어 새로움을 꾀했다.
강동원은 '전우치' '군도: 민란의 시대'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등 매번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인상 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연 감독은 강동원의 이 다채로운 캐릭터 소화 능력을 보고 강동원을 캐스팅했다. 강동원은 폐허가 된 땅에 다시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 역으로 변신한다. 4년 전 전대미문의 재난을 피해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다시 폐허가 된 반도로 돌아오는 인물이다.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정석은 매형 구철민(김도윤 분)과 반도로 돌아온 뒤 살아남은 자들과 조우한 후 조금씩 변화한다. 이런 정석의 인간적인 면모는 강동원의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덕분에 더욱 입체적이다. 빠르게 질주하는 좀비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날 선 눈빛과 총기를 이용한 시원한 타격 등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정현은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특히 '명량'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군함도' 등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캐릭터의 남다른 생존본능이다. 시대극과 전쟁상황 그리고 일상까지 그는 처연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면모로 생존을 갈망했다. '반도'는 이정현에게 두 딸의 어머니 민정 역을 맡겨 모성애까지 품게 한다.
"민정 역할에 이정현 배우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는 연상호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이정현은 첫 액션 도전임에도 빈틈이 없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을 이끄는 강인한 여전사이자 두 딸의 어머니로서 강동원과 호흡하며 극을 이끈다. 가수 데뷔 초기 '테크노 전사'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이정현은 '반도' 속에서는 대놓고 맹렬한 액션을 펼치는 일당백의 전사다.
'반도'는 개봉 전 홍보 단계에서 강동원 이정현의 연기 호흡을 기대케 하는 데 공을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작품 속 그들의 호흡이 두드러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다. 시사회를 통해 엿본 두 사람의 호흡은 남다르다. 얽히고설킨 인연의 매듭을 풀고 감정을 공유하는 두 사람의 활약은 '반도'의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부산행'에서 얄미울 정도로 미운 악역을 소화했던 김의성은 관객들에게 '명존쎄(명치를 매우 세게 때린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를 해주고 싶다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반도'는 어떤 캐릭터든 맛깔나게 소화하는 김민재와 '꿈의 제인'에서 트랜스젠더 역을 소화해 각종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쓴 구교환이 그 빈자리를 꿰찬다. 두 사람은 각각 서대위 황중사로 분한다. 민간인 구출을 위해 결성됐으나 극한 상황에서 인간성을 잃은 631부대원 소속이다. 김민재는 대놓고 압도적인 악인이고 구교환은 특유의 목소리로 비릿한 카리스마를 뿜는다. 하나였던 악역이 결이 다른 두 캐릭터로 나뉘니 더욱 풍성하다.
그 외의 조연들도 각자의 개성으로 중무장했다. 전직 군 간부 김노인을 맡은 권해효는 베테랑답게 캐릭터의 의뭉스러운 면을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준이 역의 이레와 유진 역의 이예원은 어른이 아이를 구해주는 재난 영화 장르의 전형적 틀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재치와 특기로 좀비와의 사투에 적극 참여한다. 준이는 압도적인 카체이싱 씬을, 유진은 RC카로 좀비를 따돌리는 묘수를 발휘해 적재적소에서 활력을 불어넣는다.
연상호 감독은 '반도' 기획과 관련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을 그리고 있는 영화지만 휴머니즘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다름아닌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이었다. 그래서 영화 속 좀비는 그저 거들고 다양한 인간 군상이 두드러진다. 연 감독이 각자의 페르소나를 씌운 '반도'의 배우들은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생존하기 위해 열연을 펼친다. 오는 15일 개봉해 관객들을 극장가로 불러들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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