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언택트 시대, 달라지는 예능 프로그램

방송을 재개한 비긴 어게인은 지난 12일 방송에서 대구를 찾아 시민들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전했다. /JTBC 비긴 어게인 코리아 캡처

따로 또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달라진 방송가

[더팩트|이진하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이어지면서 예능 프로그램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방송가는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가수들이 무대에서 경연을 펼쳤던 프로그램들은 무관중으로 변경됐고, 특히 야외에서 진행된 버라이어티나, 해외 로케이션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들은 촬영을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 강제 휴식기에 들어가거나 폐지 수순을 맞이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시민의 집을 방문해 한 끼를 함께 먹었던 JTBC의 '한끼줍쇼'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녹화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방송 중단을 선언했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 여행을 하는 tvN '더 짠내투어'도 해외여행 길이 막히자 휴지기에 들어갔다. 특정 주제로 여행을 떠나는 KBS2 '배틀트립'은 4월 폐지됐다.

최근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해외에 트로트를 알리자는 취지로 지난 3월 4일 첫 선을 보인 SBS '트롯신이 떴다'는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자 포맷을 변경하게 됐다. 이밖에도 MBC every1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tvN '현지에서 먹힐까?'도 모두 국내로 고개를 돌리며 프로그램의 변화를 주는 등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해외 로케이션으로 진행됐던 비긴 어게인(왼쪽)은 이번 시즌 비긴 어게인 코리아로 돌아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전한다. 더 짠내투어는 해외 여행지에서 국내 여행지로 배경을 바꿔 전국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시청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JTBC·tvN 제공

◆ 해외 로케이션 프로그램은 '국내'로 무대 이동

국내 최정상 가수들이 해외 낯선 도시로 버스킹 여행을 떠났던 '비긴 어게인'이 '비긴 어게인 코리아'(이하 '비긴 어게인')로 돌아와 국내 팬들을 만났다.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여파로 평범한 일상이 멈춘 대한민국 곳곳을 찾아가 음악으로 위로를 전한다는 취지로 지난 6일부터 새롭게 시청자를 찾았다.

첫 방송에서는 '인천 국제공항'을 찾았고, 2회에서는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를 찾아 시민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했다. '비긴 어게인' 관계자는 "이번 시즌은 음악으로 하는 위로이기 때문에 방문을 원하는 장소에 대해 추첨을 받고 있다"며 "공연하는 장소도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해 일정 간격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이 몰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휴지기를 가졌던 tvN '더 짠내투어'가 3개월 만에 방송 재개 소식을 알렸다. '더 짠내투어' 제작진은 "국내 지자체와 함께 숨겨진 국내 명소를 소개하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전할 예정"이라며 "언택트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국내의 아름다운 풍경과 명소들을 직접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방송되는 '더 짠내투어'는 박명수, 김준호, 규현에 소이현까지 합류해 새로운 멤버로 시청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찾은 국내 여행지는 제주도로 고정 멤버에 게스트 레드벨벳 조이와 김종민이 함께 할 예정이다.

tvN 예능 삼시세끼(왼쪽)는 이번 어촌편 5를 위해 무인도를 찾아 촬영하고 있다. 바퀴 달린 집은 비대면에 최적화 된 바퀴 달린 집을 타고 전국을 누비며 지인들을 초대해 하루를 함께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tvN 제공

◆ 로컬 버라이어티 '자발적 고립' 선택

로컬 버라이어티들은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고 있다. tvN의 '삼시세끼-어촌편 시즌5'(이하 '삼시세끼'), '바퀴 달린 집'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삼시세끼'는 현 시국을 감안해 무인도인 '죽굴도'를 베이스캠프로 결정해 외부인과 접촉을 최대한 줄였다.

기본적으로 '삼시세끼'는 자급자족 라이프를 지향해왔지만, 이번에는 주민도 구멍가게도 없는 한 적한 무인도로 들어가게 되면서 더 철저해진 자급자족 라이프가 펼쳐진다. 그 속에서 보여주는 출연진들의 소소한 일상과 유머는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준다.

지난 11일 첫 선을 보인 '바퀴 달린 집'은 언택트 시대에 맞게 바퀴 달린 집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콘셉트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타이니 하우스'(작은 집)를 선보여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선사했다. 첫 방송에서는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의 3인 3색의 매력과 게스트 라미란, 혜리의 조화로 잔잔한 재미를 선사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에 터를 잡고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면서도 전국에 좋은 경치를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바퀴 달린 집'. 출연진의 케미스트리는 물론 게스트와 조합도 색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수의 음악 프로그램은 관중이 없는 무관중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외 로케이션으로 진행했던 현지에서 먹힐까?(오른쪽)는 배달해서 먹힐까?로 포맷을 바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각 방송사 제공

◆ 無(무)관중·패널 최소화, 포맷의 변화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면서 방청객과 호흡하던 공개 방송은 자취를 감췄다. MBC, KBS, SBS, Mnet에서 진행하는 음악방송은 모두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연예인 패널군단과 시민 관중들의 투표가 이뤄졌던 MBC '복면가왕', KBS '불후의 명곡', '열린음악회' 등 일반 방청객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포맷을 바꾼 프로그램도 있다.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출신 방송인이 자신의 친구들을 한국에 초대해 여행하면서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의 시선을 담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한국살이를 하는 외국인 관찰 예능으로 포맷을 바꿨다.

tvN '현지에서 먹힐까?'는 푸드트럭으로 현지 입맛 저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배달해서 먹힐까?'로 이름을 변경하고 다채로운 음식을 배달화하는 실험 예능으로 탈바꿈했다. 샘 킴 셰프를 중심으로 안정환, 윤두준, 정세운이 함께해 기존에 레스토랑에서만 먹던 음식을 배달 음식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달 31일 첫 선을 보였던 MBN 새 예능프로그램 '전국민 드루와'(이하 '드루와')는 MC 이수근과 붐이 함께 진행하며 드라이브 스루 노래방으로 시민들을 찾아간다. '드루와'는 신청자가 자동차 안에서 노래를 주문하고 가창을 선보이면 MC가 심사위원이 돼 패스 여부를 선택하게 된다. 참여자에게는 특별 상금도 주어져 연예인과 일반인 참가자의 끼와 흥을 확인할 수 있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해외 로케이션이나 야외 촬영을 해야 하는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은 큰 타격을 받았다"며 "현재는 대안을 찾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소통의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직 휴지기를 끝내지 못한 프로그램들도 상당수"라며 "더불어 코로나19로 국제적 행사인 올림픽이 미뤄져 올림픽 중계를 위해 남겨뒀던 편성에 공백이 생기기도 하는 등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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