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더킹' 끝없는 논란과 복잡한 이야기로 쓸쓸한 퇴장

SBS 금토극 더킹-영원의 군주는 방영 전부터 회당 20억이 넘는 비용과 김은숙 작가, 이민호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SBS 더킹-영원의 군주 포스터

김은숙 작가, 끝내 사로잡지 못한 시청자 마음

[더팩트|이진하 기자] '더킹-영원의 군주'가 종영했다. 배우 이민호의 군 복무 후 복귀작이자 김은숙 작가와 만남. 회당 20억 원이 넘는 제작비로 많은 예비 시청자들의 기대를 받았으나, 김은숙 작가가 지난 10년동안 대중에게 선보였던 작품 중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면서 씁쓸한 마지막 회를 맞았다.

히트작 메이커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는 SBS '더킹-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정지현 이하 '더킹')를 통해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를 개척했다. 또 김고은, 우도환, 김용지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에서 각기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1인 2역을 소화했다. 그러나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란 두 곳을 오가며 진행되는 스토리는 복잡했고, 초반 연출 논란이 이어지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에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다.

김은숙 작가의 최근 작품의 성적을 살펴보면 '미스터션샤인'이 1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도깨비'가 20.5%, '태양의 후예' 38.8%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두 자릿수(11.4%)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단 2회 만에 한 자릿수(9%)로 떨어졌다. 또 9회에서는 6.3%의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결국 두 사람은 평행세계 로맨스를 해피엔딩으로 만들며 마무리했고, 마지막회인 16회는 8.1%의 성적을 보여 김은숙 작가의 역대급 실패작이란 오명을 지울 수 없게 됐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더킹에서 이민호와 김고은의 갑작스러운 러브라인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화앤담픽쳐스 제공

◆ 복잡한 스토리· 설득력 떨어지는 로맨스에 난해한 연출까지

드라마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란 두 개의 세계를 뛰어넘는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 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같은 인물이 존재하는 평행세계는 이곤의 자리를 탐하던 역적 이림(이정진 분)으로 인해 자신의 세계가 아닌 곳으로 인물들이 혼재되면서 다소 복잡한 전개가 펼쳐졌다.

또 남녀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핑크빛 전개도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곤은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찾아 헤매다 그가 떨어뜨린 신분증의 주인 대한민국에 정태을(김고은 분)을 만나게 됐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후 이곤은 시도 때도 없이 궁을 비우는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여 지적을 받았다.

정태을은 대한민국에서 백마를 타고 다니는 이곤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싫어하다가 대한제국의 문을 한 번 열고 난 후 갑작스럽게 썸을 타고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절절한 사이가 됐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시청자가 다수다. 또 초반 복잡한 스토리에 이해할 수 없는 연출로 인해 시청자 몰입도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도 다수다.

'더킹' 시청자들은 "초반에 극이 정신이 없어서 이해가 어려웠다. 이해하기 쉽게 연출하는 것도 능력"(oeun***)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곤이랑 태을이가 왜 그렇게 절절한지 공감이 안된다. 서사가 심하게 부족하고 아무리 봐도 울고불고 절절할 내용이 없다"(이예***), "세계관은 이해됐는데, 감정선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됨"(김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은채(상단 3컷)는 대한제국의 여성 총리로 구서령과 대한민국에 구은아를 동시에연기해 1인 2역을 소화했다. 우도환은 대한제국에서 황실의 근위대 대장 조영과 대한민국에서 사회복무요원 조은섭으로 분했다. /키이스트 제공·SBS 더킹-영원의 군주 캡처

◆ 1인 2역과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두 동강 난 '만파식적'을 통해 만들어진 평행세계란 작품 속 세계관은 1인 2역으로 분한 중심인물들의 연기력이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혼란을 증폭시켰다. 먼저 여주인공 김고은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표현을 위해 강력반 형사 정태을로 묘사했으나, 연기력과 캐릭터의 디테일이 떨어져 '도깨비'의 지은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 구서령(정은채 분)은 여성 총리로 등장해 그동안 고정관념을 깨는 직업을 부여했으나, 캐릭터 표현은 고루했다. 기존에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서 표현됐던 수동적인 여성을 답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중요한 자리에 몸매가 드러나는 빨간색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황제의 여자' 자리를 노리는 구식 캐릭터에 머물렀다.

황실의 근위대 대장 조영(우도환 분)도 좀처럼 캐릭터를 살리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대한제국에서는 믿음직한 신하로 대한민국에서는 깨방정 조은섭으로 분한 모습을 크게 살리지 못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시청자들은 군 복무 후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민호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이민호가 보여준 이곤은 '상속자들'에서 보여준 김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시대를 역행하는 '직진 로맨스'도 시청자들의 고개를 꺄우뚱하게 한 요소였다. 25년간 만남을 기대해왔다는 이유로 처음 본 정태을을 갑자기 끌어안고 황후가 되어달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7년 전 철없는 청소년 김탄을 떠오르게 했다.

드라마 초반 왜색 논란에 휩싸인 더킹은 1,2회에서 보인 궁궐의 모습이 일본의 사찰과 닮아있었고 (위) 일본과 전투 중인 장면에서는 일본 군함이 우리나라 군함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SBS 더킹-영원의 군주 캡처

◆ 왜색 논란·성 상품화·임산부 비하까지

1, 2회 방송에서 타이틀 영상으로 사용된 궁궐 이미지 중 일부가 일본 건축물을 인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지난 2일 방송된 6부에서 대한제국과 일본의 해상 전투 장면이 펼쳐진 가운데 일장기를 단 일본 군함이 우리나라 군함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제작진은 궁궐 이미지에 대해 "일본 사찰의 일부 특징적인 부분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했고,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6회에서 연이은 왜색 논란이 일자 백상훈 PD까지 나섰다. 백 PD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에 연출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해명했다.

성 상품화 논란도 있었다. 1회에서 구서령(정은채 분) 총리는 자신의 몸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금속 탐지기가 울리자 "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요"라고 말했다. 또 명승아(김용지 분)의 친구 운동하는 이곤(이민호 분)을 보며 "역시 남자는 적게 입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해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1일 5화에서는 임산부 비하 발언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임신한 유 대장의 부인을 본 사람이 "너 어떻게 6개월인데 살도 안 찐다?"고 하자 부인은 "결혼 전보다 더 힘들게 관리해요. 남편이 퍼지는 거 싫대서"라고 답했다. 이후 윤서 엄마이자 강의사의 부인은 "그래 내 꼴 나지 말고 나도 윤서 7개월 때였잖아. 강의사 바람난 거"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SBS 더킹-영원의 군주는 극 중 배우들이 사용하고 먹고 마시는 것들이 PPL의 소재로 사용되면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SBS 더킹-영원의 군주 캡처

◆ 몰입도 떨어뜨리는 과도한 PPL

'더킹'은 매회 지나치는 PPL(간접광고)도 도마 위에 올랐다. PPL은 2010년 방송사의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일환으로 허용된 조치로 드라마 속 연출된 장면에 자연스럽게 제품이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나친 PPL은 극의 흐름을 방해하며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이곤 역을 맡은 이민호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오가는 인물이다. 그는 김고은과 통화하면서 캔커피를 마시더니 "영이(우도환 분)가 골라온 커피가 황실 커피랑 맛이 똑같다"며 "첫맛은 풍부하고 끝 맛은 깔끔해"라며 '조지아 크래프트' 커피를 직접적으로 광고했다.

또 정태을은 입술에 바르던 것을 얼굴에 찍어 바르며 '멀티밤'을 광고했다. 심지어 그 모습을 본 장미카엘(강홍석 분)이 "그 신문물은 뭔데 얼굴 입술 다 바르시냐"며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다. 또 대한제국 총리 구서령 역을 맡은 정은채는 갑자기 LED 마스크를 쓰고 등장해 업무를 수행하는 등 곳곳에 등장하는 PPL로 극의 흐름을 지나치게 해쳤다.

누리꾼들은 "이거 광고 모음집이야? 드라마야? PPL도 작작해야지"(rks***), "PPL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대사와 극의 흐름상 뜬금없는 부분에서 PPL이 나오니 불쾌한 것"(seo***),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노골적인 PPL은 옛날 개콘같은 프로에서 보여주던 개그 소재 아닌가요?"(nik***)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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