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힐링이야?"…배우 3형제의 폭소만발 여행기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아름다운 풍광, 멤버들의 케미,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지는 게스트까지. '삼시세끼'를 닮았지만 뭔가 또 특별한 재미의 '바퀴 달린 집'이다.
지난 11일 오후 첫 방송된 tvN 새 예능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은 배우 성동일과 김희원 여진구가 여행을 떠나는 버라이어티다. "또 여행 예능이야?"라고 할 수 있을 테니 특별한 요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최소화된 면적에 생활 공간을 집약시킨 이동식 주택 '타이니 하우스'다. 가성비 좋은 집으로 어디로든 떠나는 유유자적한 삶은 현대인들의 로망이니 구미가 당긴다.
주거 공간으로 만들어진 트레일러를 끌고 다니는 만큼 이동이 다소 느리다. 최대로 낼 수 있는 속력은 80km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마음껏 달리지도 못한다. 게스트보다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하는 무척이나 허술한 예능이다. '타이니 하우스'는 창문을 열면 모기가 들끓고 쉽사리 전기도 나가버린다. 하지만 짜증을 유발하기보다는 멤버들의 고군분투로 이어져 웃음을 안긴다.
멤버들의 캐릭터도 뚜렷하다. 성동일은 사람냄새 진동하는 맏형, 김희원은 아무 의욕 없어 보이는 둘째, 여진구는 형들보다 성숙하지만 또 매사가 어수룩한 막내다. MBC '아빠! 어디가?'에서의 매력 그대로인 성동일은 주름살만 조금 더 짙어졌다. 아이들은 훌쩍 컸으니 집에 두고 홀로 여행길에 몸을 실었다. 툭툭 뱉는 말이 특유의 말투로 소화되니 귀에 쏙쏙 박힌다.
특히 김희원은 일거수일투족이 코미디인 예능 블루칩의 발굴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이거 방탄유리야"라고 외치던 악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친숙하다. 유일하게 특수 트레일러 면허 소지자이기 때문에 운전은 독박을 쓴다. 마음 놓고 신나게 달릴 수도 없으니 지루하다. 그 지루함을 이겨보려 성동일에게 말을 건네지만 들려오는 건 그의 코고는 소리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해도 휴식은 커녕 요리하는 성동일의 심부름꾼이 된다. 게스트인 동생 라미란도 그가 무슨 말을 건네면 "뭐요"라며 대든다. 그 때마다 "화났냐"며 눈치를 살피고 이내 또 무표정이다. 비록 작품 속에서는 날선 카리스마를 뿜어낼 지라도 '바퀴 달린 집'에서는 어떤 짓궂은 장난을 쳐도 받아주고 리액션 해주는 최고의 예능인이다. "나랑 예능은 안맞다"며 자기 반성에 빠지지만 "오빠같은 사람이 있어야 예능이 이야기가 된다"는 라미란의 응원이 모든 시청자가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일 터다.
여진구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여성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키겠지만 막내 역할에 열심이다. 두 시간 동안 고추장찌개 하나에 매진하고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은 서툴지만 밉지 않다. 마치 '삼시세끼 어촌편' 첫 시즌의 막내 손호준과 같이 우직하고 편안한 매력이다.
'바퀴 달린 집'은 매회 게스트를 초대한다. 그리고 프로그램 공식 소개에 따르면 그 게스트는 '(멤버들에게) 소중한 이들'다. 첫회 게스트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과 인연을 맺었던 라미란 혜리였다. 소중한 인연이기에 대화도 행동도 무례함 없이 친숙하다. 성동일이 혜리를 향해 "개딸아"라고 외치는 모습을 예능에서 볼 수 있다는 게 흡족하다. 다음 게스트는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성동일과 연기 호흡을 맞췄던 공효진이라니 이미 초호화 게스트 라인업을 만들어 둔 모양이다.
'바퀴 달린 집'은 '삼시세끼'와 비슷한 인상을 안기지만 그저 과하게 웃음을 쥐어짜려 하지 않고 멤버들끼리 호흡이 두드러지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충실할 뿐이다.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출연진도 모든 것이 펼쳐질 배경도 다르다. 세 사람을 동력으로 삼은 트레일러는 앞으로 방방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브라운관에 담아 여행욕을 자극할 예정이다. 이날 첫 방송은 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작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보다 2.3%포인트 낮지만 tvN에서 올해 새롭게 론칭한 예능 '배달해서 먹힐까?'(1.8%), '삼시네세끼'(4.0%), '온앤오프'(0.9%), '대탈출3'(2.7%) 등의 첫방송 기록과 비교하면 산뜻한 출발이다.
강궁 PD는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의 '바퀴 달린 집' 입주 첫날을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다. 아직은 집을 알아가고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힐링 겸 킬링' 집들이를 선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집에 익숙해지며 더욱더 재미있고 따스한 시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 사람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 첫 집들이 손님 라미란 혜리 씨와 함께할 다음 주 이야기에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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