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하' 이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1위, 예상 못 했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늘 추억과 서사 그리고 음악을 한데 버무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tvN '응답하라 1997'로 시작된 '응답하라' 시리즈는 시청률과 화제성은 물론 음원차트까지 장악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김예림 '행복한 나를', 성시경 '너에게', 로이킴 '서울 이곳은', 하이니 '가질 수 없는 너' 등은 모두 리메이크 음원인데도 드라마의 감동과 맞물려 리스너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OST 제작사 스튜디오 마음C의 마주희 프로듀서는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후속작 '응답하라 1988'과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지난 5월 28일 종영한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의 OST들을 연달아 프로듀싱했다.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던 만큼 '슬의생'의 음악들도 뜨거운 인기였다. 특히 조정석 '아로하', 전미도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주요차트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의 출연자가 OST의 가창을 맡아 차트를 장악한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OST 열풍'을 넘어 새로운 OST 성공 공식이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했다.
마주희 프로듀서는 지난해 말부터 '슬의생' OST 작업을 시작했다. 연출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드라마의 톤에 맞도록 기존 노래들을 편곡하며, 그 노래를 더욱 맛깔나게 만들어줄 가창자를 섭외하느라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OST를 만들어냈던 그 역시 율제병원 의사들에게 '힐링'을 받은 모양이었다. <더팩트>와 만나 "호응은 있을 것 같았지만 이정도 일 줄은 절대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분 좋게 웃은 그는 음원차트를 뒤흔든 OST들의 제작 비하인드를 하나둘씩 꺼내놓았다.
Part. 1 권진아 'Lonely Night'
"드라마 첫 회 밴드 신에서 멤버들이 연주했던 노래에요. 신 PD님이 여자 가수를 원했고 고민 끝에 권진아 씨를 추천했어요. 바로 좋다는 말씀을 해주셨고요. 드라마가 시작하기 한참 전에 녹음을 마쳤어요. 권진아 씨의 목소리는 보석 같아요. 이 외에는 표현이 어려워요. 노래도 잘하고 톤도 좋죠. 원곡처럼 파워풀한 게 아니라 담담하게 전해주는 게 목표였어요. 감동적인 장면이나 담담하게 감정을 전해주는 병원 장면에서 주로 나왔어요."
Part. 2 조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조이 씨를 적극적으로 추천했어요. 밝고 맑고 경쾌한 목소리가 필요했거든요. 조이 씨가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 출연했을 때를 기억했어요. 목소리가 너무 예뻤죠. 보통 레드벨벳 하면 슬기 씨나 웬디 씨의 목소리를 많이 택하는 데 저는 SM에 전화해서 '조이랑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흔쾌히 좋다고 해주셨고요. 발매하고 나니 인기가 엄청 많더라고요. 조이 씨의 목소리를 발굴해낸 느낌이라 뿌듯했어요. OST에 잘 쓰이지 않았던 분이었으니까요. 노래가 너무 유명해서 편곡이 식상하지 않도록 어린 작곡가에게 맡겼어요. 멜로 장면이 나오기 직전 알콩달콩한 분위기에서 짧게 나와요. 2부 밴드 신에서 채송화(전미도 분) 선생님이 불러서 반응이 더 좋지 않았나 싶어요.
Part. 3 조정석 '아로하'
"'슬의생' 초기 기획에는 배우의 노래를 OST로 내는 게 없었어요.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노래를 OST로 발매하는 게 어떤 드라마에서도 이뤄지지 않았었고요. 이번에도 어렵겠구나 했는데 그래도 가녹음을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저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에요. 노래에 조정석 씨의 목소리가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고 녹음실에 들어가자마자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노래를 너무 잘하는 거에요(웃음). 원곡 가수 이재훈 씨가 비음을 가지고 있는데 조정석 씨도 같더라고요. 비슷하면서도 본인만의 색으로 나오는 게 정말 좋았어요. 들으면 흐뭇해지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노래에요. 잘 될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1등까지는 정말 예상 못 했어요. 배우가 OST를 불러서 음원차트 1위를 하는 건 저도 1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처음 겪은 일이에요. 아마 3회 노래방 장면이 잘 나와서 더 사람들이 좋게 들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Part. 4 규현 '화려하지 않은 고백'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OST였고 러브 테마로 낙점됐었어요. 준비하면서 규현 씨를 섭외해야겠다는 느낌이 확 왔어요. 그래서 규현 씨에 맞게 편곡했어요. 원곡의 느낌이 사리진 규현 씨만의 발라드가 탄생됐어요. 4회 방송에서 멤버들의 노래 대신 '캐논'만 연주했고 그 주에 '화려하지 않은 고백'을 출시했어요. 이 노래가 안정원(유연석 분) 장겨울(신현빈 분) 커플이랑 톤이 잘 맞더라고요. 정원이 겨울에게 과자를 쓱 건네줄 때 나와요. 그때부터 정원의 마음이 보인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노래가 '딴딴딴'하고 시작하는데 이 부분이 '슬의생' 테마처럼 쓰이더라고요(웃음). 드라마 애청자라면 이 부분이 엄청 귀에 익으실 거에요."
Part. 5 어반자카파 '그대 고운 내사랑'
"어반자카파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가창자에요. 혼성 보컬이라는 점이 특이하고 OST도 잘 부르지 않으시는 분들이라 더 작업해보고 싶었어요. 원곡이 포크에요. 그래서 어반자카파만의 스타일로 확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편곡이 엄청 잘 나왔고 녹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오랫동안 음악 하셨던 분들인데도 어디 하나 고쳐달라고 하지 않아 주셨어요. 예전 어반자카파 스타일이 그리운 분들이라면 더욱 좋아하실 거예요. 현장에서 갔는데 부스 밖으로 조현아 씨 목소리가 뻗어 나오더라고요. '아 이거구나. 정말 좋은 노래가 나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사랑 테마로 딱 맞는 곡이었고 그래서인지 드라마 초기에 러브라인을 완성한 준완(정경호 분) 익순(곽선영 분)의 달달한 장면에 많이 나왔어요."
Part.6 곽진언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신원호 PD님은 과거 향수를 자극할 때 동물원 노래를 참 잘 써요. 저도 그때마다 좋다고 느끼고요. 이건 '응답하라 1988'의 '혜화동'같은 노래에요. 99학번 친구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나왔어요. 담담한 목소리가 필요했어요. 세상엔 가창자가 참 많은데 이런 담담함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가수는 찾기 힘들어요. 곽진언 씨를 섭외했고 녹음을 오래 했어요. 곽진언 씨는 활동을 계속하면서 스타일이 조금 변했었거든요. 녹음을 진행하면서 예전 그 담담한 목소리를 함께 찾아갔어요. 왠지 5절까지 있을법한(웃음) 이런 담담한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서 곽진언 씨는 최고의 가수에요."
Part. 7 제이레빗 '넌 언제나'
"밝은 이미지의 경쾌함을 주고 싶었어요. 그럴 땐 늘 제이레빗을 떠올렸어요. 연락처를 구하느라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어요. 흔쾌히 승낙해주셨고 이 녹음 역시 일사천리였어요. 이건 편곡에 엄청난 기술이 숨어있어요. 자세히 들어 보시면 느껴질 거에요. 그리고 요즘 제 컬러링이 이 노래에요. 그만큼 애정하는 OST인거죠."
Part. 8 휘인 '내 눈물 모아'
"사연이 있는 노래였고 어떤 감성으로 누가 부를지 선택하기 정말 너무 어려웠어요. 과하지 않은 편곡. 깊이는 있지만 스케일은 크지 않은 편곡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고민 끝에 휘인 씨 쪽에 연락을 했어요. 목소리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절제미' 있게 녹음해주셨고 그걸 살리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어요. OST들 가운데 유일하게 감정에 호소가 있어요. 슬픈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들에 나왔고 마마무 팬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웃음)."
Part. 9 이소라 '바람이 부네요'
"이소라 언니는 목소리가 주는 깊이와 존재감이 최고에요. 이 노래의 완성본을 받았을 때 가장 감동이 컸어요. 이소라 씨에게 닿기가 어려웠는데 결과물은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만족스러웠죠. 율제병원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해요. 탄생의 감동과 죽음에 대한 위로가 필요해요. 이 노래는 그 모든 순간에 쓸 수 있어요. 이런 가사를 가진 곡이 가요에 별로 없어요. 주변 지인들에게 보내주기도 했어요. 힘이 들 때 눈을 감고 들으면 힐링이 될 거라고 하면서요."
Part. 10 박혁진 '넌 따뜻해', 미도와 파라솔 '밤이 깊었네' '캐논'
"OST 열 번째 파트는 애청자들에 대한 감사에요. 10회에서는 밴드 합주가 없어서 다른 노래를 들려드려야겠다 했어요. 엔딩 신에 나오는 기타 스트로크가 있는데 팬들이 정말 좋아해주셨어요. 이게 스트로크만 있는 게 아니라 완성된 노래가 있다는 걸 듣고 열심히 그 노래를 찾아다녔어요(웃음). 팬들의 발매 요청이 많았으니까 꼭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밴드는 제가 관여하지 않아요. 그래서 드라마에 쓰였던 합주가 어떤 컨디션으로 녹음됐는지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괜찮게 녹음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중에 OST로 발매되지 않은 두 곡을 뽑은 게 '밤이 깊었네'와 '캐논'이에요. 그리고 그 노래들이 내달라는 성원이 크기도 했고요. 많이 좋아 해주셔서 저도 뿌듯해요."
Part. 11 우효 '사노라면', 전미도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사노라면'은 기존 곡이 전인권 씨와 김장훈 씨였죠.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드라마의 분위기와 잘 맞지 않았고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자 가창자로 결정됐고 우효 씨를 떠올렸어요. 우효 씨 톤이 살짝 어둡긴 하지만 뒷부분에 반전을 줘서 밝은 부분을 부각했어요. 진지한 장면에는 앞부분의 미니멀한 분위기를, 속도감이 필요하면 뒷부분을 쓸 수 있게 됐어요. 여기에 유효 씨의 목소리가 더해지니까 새로운 느낌의 '사노라면'이 탄생됐어요."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아마 작가님이 오래전부터 염두에 뒀던 노래였을 거예요. 가사를 보면서 느꼈어요. 이미 선택된 노래인데 가창자가 정해지지 않았어요. 전미도 씨를 써보고 싶었는데 맡고 있는 채송화가 음치 캐릭터니까 초기에 발매하기에는 흐름이 깨질 수 있어서 뒤로 미뤄뒀어요. 이게 사실 엄청 부담됐던 노래에요. 전미도 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조정석 씨의 '아로하'가 잘 된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결과는 아시다시피 1위를 했어요(웃음). 예상하지 못한 성적이었어요. 노래를 정말 잘 해주셨어요. 애드리브 부분까지 막힘없이 진행됐고요. 뮤지컬 배우분들이 발라드를 참 잘 소화한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Part. 12 미도와 파라솔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최종회 밴드 신에 다섯 멤버들이 마지막으로 합주했던 노래에요. 제가 아이돌 쪽도 잠깐 했어서(웃음) 그 기억을 살려가며 곡을 구성했어요. 멤버들의 음역대, 그에 맞는 파트 분배, 조화 등을 체크했어요. 전미도 씨가 '너에게 난'이라고 하면서 노래가 시작돼요. 그리고 조정석 씨가 그 다음 파트에 있는 '나에게 넌'을 받아 부르죠. 뭔가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음원 발매가 안됐던 김대명 유연석 정경호 세 분을 부각해주고 싶었어요. 김대명 유연석 두 분은 고음이 엄청 잘 올라가더라고요. 녹음하면서 '고음 김대명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웃음). 정경호 씨는 저음이 멋져서 잘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신경을 더 쓰기도 하고 그랬어요. 드라마의 감동과 여운 그리고 서운함을 달래며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느낌을 잘 전달해드리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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