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유지훈 기자] 오롯이 사적인 공간. 세상사 던져 두고 마음 편히 몸을 누일 수 있는 안락한 침대와 따뜻한 식사가 기다리고 있는 곳. 이 보금자리에 누군가가 찾아와 잠자리를 빼앗고 인테리어를 멋대로 바꾸며 등을 기댔던 가족의 마음을 조종한다니 참으로 끔찍하다. 영화는 이 수상한 사람을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여동생이라고 설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내가 안고 가야 할 혈육일까. 안하무인의 '침입자'일까.
영화 '침입자'는 서진(김무열 분)이 실종 후 25년 만에 집에 돌아온 동생 유진(송지효 분)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스럴러다. 첫 장편소설 '아몬드'로 국내 25만부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작사 손원평의 장편 영화감독 데뷔작이자 김무열 송지효가 연기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로 주목 받았다.
영화는 서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그는 동생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어린 시절의 집을 그대로 재현한 곳에서 부모와 함께 산다. 일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던 도중 아내가 뺑소니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남은 것은 엄마의 보살핌 없이 덩그러니 남겨진 딸 예나(박민하 분)다. 최면을 통해 뺑소니범을 찾으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최면 속 사고현장은 동생을 잃어버리던 순간과 자꾸만 겹쳐지고 결정적인 단서를 잡으려는 순간마다 서진을 현실로 밀쳐낸다.
"동생을 찾았다"는 한 통의 전화는 서진의 삶을 바꿔놓는다. 친자확인서는 그가 잃어 버린 동생이 맞다는 데 힘을 싣고 부모님의 속단으로 유진과 한 지붕 아래 한 가족이 된다. 유진의 등장 후 가족은 행복해 보이지만 서진은 알 수 없는 불안에 경계를 풀지 못한다. 유진을 향한 의심은 깊어진다. 이는 서진을 점점 더 고립시키고 관객들마저 무엇이 현실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여느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와 같이 숨겨진 진실은 곧 '침입자'의 알맹이고 반전이다. 중반부는 서진이 진실을 파헤치며 압도적인 긴장감을 자아내지만 유진의 정체는 다소 김 빠진다. 분위기를 살려보려 마련된 최면이라는 소재와 새로운 인물의 등장도 오컬트가 가미된 후반부를 견인하지 못한다. '집과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메시지 역시 곱씹는 맛이 없어 쉽게 휘발된다. 때때로 뱉는 문어체 대사와 필요 이상의 친절한 연출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작품 자체는 아쉬움이 남지만 김무열 송지효의 연기 호흡은 충분한 볼거리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줬던 송지효의 서늘한 표정이 특히 백미다. 비록 매듭은 아쉽지만 서진이 진실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역시 압도적인 분위기라 몸을 실어볼 만 하다. 오는 6월 4일 개봉 예정이며 15세 이상 관람가다. 상영시간은 102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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