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종영 D-DAY②] 연기 '베테랑'들과 함께한 '주 1회·시즌제'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의 흥행불패였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연달아 히트시킨 그들은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2020년 상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여기에 드라마 제작환경 변화라는 묵직한 화두도 던졌다. /tvN 제공

드라마 제작환경 변화…'전미도·장문성·곽선영'의 발견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가 선보여왔던 tvN 드라마들은 늘 특별한 시대와 장소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쳤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아이돌 태동기인 1997년, 대학 농구의 전성기인 1994년, 올림픽 개최국 대한민국의 도약기인 1988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슬감')'은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진 죄수들의 생활을 동화적으로 담아내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올해 방송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 전작들로부터 얻어낸 노하우의 집합체였다.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슬의생')'은 율제병원에서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인 이익준(조정석 분)과 안정원(유연석 분) 김준완(정경호 분) 양석형(김대명 분) 채송화(전미도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병원이라는 장소는 생과 사가 공존해 '슬깜'과 같은 동화의 느낌을 주고, 다섯 친구의 학창 시절 회상장면은 추억의 노래들과 함께해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과거의 향수를 자극한다. 제작진은 여기에 몇 가지 변주를 더해 '슬의생'만의 의미를 남겼다.

유연석 정경호 조정석 김대명 전미도(왼쪽부터)는 슬의생에서 99학번 의대 동기로서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어수룩한 복고 스타일로 추억을 자극했고, 병원에서는 환자의 생과 사를 마주하며 시청자와 함께 울고 웃었다. /tvN 제공

'슬의생'은 드라마 제작 환경의 틀을 깼다.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기존의 과정에서 벗어나 초기 단계부터 시즌제로 기획됐다. 신 PD의 '응답하라' 시리즈는 시즌제 드라마와 비슷한 인상을 주지만 그저 세계관을 공유하고 전작의 출연자가 잠깐 카메오로 등장해 약간의 재미만 첨가할 뿐이다. 하지만 '슬의생'은 시작부터 끝까지 대놓고 시즌제를 내세우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지난 3월 10일 제작발표회 당시 "이우정 작가와 제가 머리를 맞댄 지가 예능부터 15년이 되다 보니 매 회의에 나오는 게 똑같다"며 아이디어 고갈에 대한 해답을 제작 환경 변화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환경에 놓으려 했다. 드라마 형식을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애초에 시즌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끝이 정해지지 않은 드라마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치솟는 제작비 상황, 바뀌어가는 노동환경을 고려했을 때 주2회 드라마가 계속 제작이 가능할까 싶었다"는 고민 끝에 주 1회라는 파격적인 편성도 함께했다. 물론 '막돼먹은 영애씨' '우와한 녀' '식샤를 합시다' 등이 주 1회 편성이었지만 '슬의생'은 2014년 '잉여공주' 이후 6년여 만에 다시 tvN 목요드라마를 부활시킨 작품이 됐다.

과감한 선택에 뒤따른 것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이었다. 3월 12일 첫 방송은 6.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했고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려 지난 21일에는 13.1%라는 자체 최고 성적까지 달성했다. CJ ENM이 공개한 4월 다섯째 주(5월11일~5월17일)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에서도 255.8점으로 2위였다.

성적은 분명 JTBC 부부의 세계(왼쪽)의 압승이었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나름의 템포를 유지하며 특별한 의미들을 남겼다. /JTBC, tvN 제공

340.7으로 1위를 기록한 JTBC '부부의 세계'가 '19금 드라마'를 내세운 파격적인 전개들로 휘몰아쳤다면 '슬의생'은 캐릭터들의 면면을 충실히 설명하고 다은 시즌을 염두에 둔 느긋한 템포를 줄곧 유지했다. 비록 화제성 1위는 내주었을 지라도 편성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과부하 그리고 그 때문에 열악해지는 제작 환경에서 벗어나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 됐다.

메디컬 드라마라는 장르적인 요소는 시즌제 드라마라는 기획에 힘을 더한다. 주인공들은 간담췌외과 흉부외과 소아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 각자의 전공분야에서 활약한다. '슬의생'은 병원에서의 수술과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병행해왔다. 때문에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의사로서 활약할 여지는 아직도 충분하다. 또 이혼남이 된 이익준과 더불어 추민하(안은진 분)의 구애를 회피하는 양석형, 또 다른 직진 고백녀 장겨울(신현빈 분)과 안정원 등의 러브라인도 아직 진행 중이다. 12회라는 짧은 편성이지만 그래서 시청자는 더 궁금해지고 제작진은 할 이야기가 남아있는 것이 '슬의생'이었다.

전미도와 장문성 곽선영(위쪽부터)은 시청자들과 아직 친숙하지 않은 연극과 뮤지컬 배우 출신임에도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호응을 얻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캡처

신원호 PD는 매번 예상에서 벗어나는 캐스팅으로 수많은 배우를 발굴했다. 이번에도 과감한 캐스팅이었다. 의대 99학번 5인방 중 하나인 전미도를 필두로 전세 사기를 당해 짠함을 안겼던 장문성(도재학 역), 시시껄렁한 비둘기 마술로 매번 웃음을 안기는 여군 곽선영(이익순 역) 등은 모두 '슬의생'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대 위에서 수많은 작품을 넘나들며 활약해왔던 '연기 베테랑'들이었기에 '연극·뮤지컬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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