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 조민수 주연작 '초미의 관심사' 27일 개봉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다양한 국적을 가진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그만큼이나 맛 볼 수 있는 음식과 생활양식 종교 가치관도 각양각색인 곳. 중심가에는 화려한 간판의 식당과 클럽이 즐비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높은 언덕 위에 빌라들이 빽빽이 자리잡고 있는 천태만상의 도시. 그런 이태원에서의 추격극은 구미가 당길 만 하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는 감각적인 도시 이태원에서의 추격극을 담는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블루'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순덕(김은영 분, 가수 활동명 치타)은 갑자기 찾아온 어머니(조민수 분)로부터 막내 유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의 가겟세와 자신의 비상금을 들고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영어 못하는 흑인 정복(테리스 브라운 분)의 도움과 함께 유리 추격에 나선다.
'초미의 관심사'는 조민수 김은영이라는 '쎈' 이미지의 두 여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만큼이나 작품 내내 두 사람의 호흡은 빛난다. 모녀는 서로 거친 매력을 대결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날 선 말을 주고 받는다. 한 쪽은 데일 듯이 뜨겁고 한 쪽은 얼음처럼 차갑다. 불협화음 속 한 가지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의 호흡은 완성도 높은 한 편의 버디무비와도 같다. '대화의 맛'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개성 넘치는 모녀의 투샷은 그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히 압도적이다.
작품은 순덕과 엄마가 만나 막내를 찾아 나서는 그날 단 하루의 이야기만을 담는다. 그 하루는 모두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다. 어둑한 지하 클럽, 거리를 물들인 화려한 간판, 언덕 위의 빌라촌 등 이태원의 면면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냈다. 클럽의 빔라이트는 이태원의 감각적인 분위기를 살려내고 빽빽한 빌라 사이의 골목은 추격전의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이태원이 배경인 만큼 작품은 영어 못하는 흑인, LGBT(성적소수자를 이르는 말), 드랙퀸(남성이 예술 오락을 목적으로 여장을 하는 행위) 아티스트, 전신 타투이스트 등 대한민국의 다양한 소수자들의 활약이 한 축을 담당한다. 그들은 순덕 모녀의 추격 대상이자 조력자로 활약하며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리고 그들은 관객이 애써 외면해온 사회적 편견마저 꼬집는다.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주제는 다소 무겁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유쾌한 로드무비의 역할도 충실히 해낸다. 블루가 무대 위에서 들려주는 노래는 마음을 사로잡고 정복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면면은 촘촘히 짜인 코미디다. 소수자는 아니지만 파출소장 춘배(정만식 분)와 다른 경찰들은 모녀와 만날 때마다 폭소를 안긴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여파에 잔뜩 움츠러든 영화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초미의 관심사'가 그 숙제를 가장 먼저 풀게 됐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신작 가뭄에 시달린 극장가에 오랜만에 볼만한 영화가 등장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 않을까. 이태원에서 펼쳐지는 개성 넘치는 얼굴들의 추격전 '초미의 관심사'는 오는 27일부터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상영시간은 93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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