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89-김흥국] "다시 잡은 마이크, 초심을 되새긴다"

방송 복귀와 함께 새 출발을 벼르고 있는 김흥국의 표정은 밝고 환했다. 그는 자신을 성찰하며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낸 지 3년 만인 최근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백팔가요 DJ를 맡으며 기지개를 켰다. /이동률 기자

해병대 훈련 수료 손흥민, '사인 액자' 특별 선물해 '감동'

[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수 김흥국(61)은 천성적으로 자유분방하다. 그는 순수하고 솔직하다. 그 원천은 바로 타고난 낙천적 기질이다. 한때 그는 '흥궈신'(흥을 돋워주는 예능신)으로 불렸다. 예상을 뒤엎는 반전 매력을 발산하며 가수를 넘어 예능인으로 더 많은 대중적 사랑을 받은 멀티 엔터테이너다.

김흥국 하면 '59년'이라는 단어와도 쉽게 매칭되는 주인공이다. 그의 히트 곡 '59년 왕십리'와 연결된 상징성 때문인데 실제로 그는 59년생이고, 베이비부머 대표 세대이기도 하다. 이름보다는 자신의 인생곡이 된 '호랑나비'란 애칭으로 더 친숙하고, '59년 왕십리'까지 소위 히트곡으로 꼽히는 노래는 달랑 두 곡 뿐이지만 가수로서의 존재감은 변함이 없다.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가수의 위상은 히트곡 수와 무관할 수 없지만 김흥국의 경우는 특별하다. 히트곡이 많지 않아도 그는 가수로서 누구보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인기를 누렸다.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보다는 예능적 끼와 익살로 주가를 올렸다. 대중적 시선을 받는 인지도와 명성으로만 보면 그는 다분히 예능인에 가깝다.

그런 김흥국이 방송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은 '미투논란'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겐 날벼락이었다. 왜곡된 진실이 그가 평생 쌓아온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망가뜨렸다. 그에게 '성폭행' 혐의를 뒤집어 씌운 여성은 이미 또다른 남성 두 명을 상대로 각각 '결혼 빙자 금품 갈취 혐의'를 받고 병합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평소 보여주던 순박함이 되레 반대 이미지로 덧칠돼 더 치명타를 입었다.

최종 무혐의와 함께 억울함은 풀렸지만 '논란'에 휩싸인 것만으로 모든 걸 다 내려놔야 했다. 편견과 시선이 그를 옭아맸고, 한번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오랜 기간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그로선 억울함을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스스로 삭히고 성찰하며 시간을 보낸 지 3년,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맡으며 기지개를 켰다.

긴 어둠의 터널과 가시밭길이 험난했을텐데 김흥국의 표정은 예상 외로 밝고 환했다. 특유의 너털 웃음도 그대로였다. 필자는 미투 논란 직후에도 인터뷰한 적이 있지만, 3년 만에 본 그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마치 달관의 경지에 오른 듯 편안해보였다. 새로운 출발을 벼르고 있는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 카페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송가인 숙행 김양 임영웅 영탁 등 떡잎 시절부터 알아봤어요. 김흥국은 자신이 트로트 열풍의 시발점이라고 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 카페에서 2시간동안 진행됐다. /이동률 기자

-악몽 같은 사건에 휘말린 지 벌써 3년째다. 간간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언론에 비치기도 했는데 지난 일들에 대한 묵은 감정들은 다 털어냈는지 궁금하다.

처음 얼마간은 많이 힘들었어요. 무고의 억울함을 입증하기도 벅찬데 여론재판은 정말 견디기 힘들더군요. 팩트 확인도 없는 일방주장이 단정적으로 보도돼 좌절할 수밖에 없었죠. 대중은 제 항변보다는 센세이셔널한 추측성 얘기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고요.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은 유명세의 부메랑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니 견디기가 쉽지 않더군요. 몇 번의 숨막히는 상황을 맞을 때마다 '죽는다는 게 별거 아니다' 싶더라고요. 묵은 감정이요? 이미 다 지우고 털어냈습니다. 시련을 겪으며 진실이 밝혀진 것만으로 더 소중한 걸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그 부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저의 자존감을 되찾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김흥국은 연예계 대표 불자 연예인으로, '미투'에 휘말린 뒤 틈틈이 경기도 흥국사와 서울의 봉은사 등을 찾아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김흥국은 '논란'에 휩싸인지 1년여 만에 자신의 억울함을 풀었다. 보험설계사 출신의 미용사인 30대 여성 A씨의 실체가 확인되면서다. 지인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김흥국과 처음 만난 적이 있는 A씨는 2년 만인 지난 2018년 3월 갑자기 '성폭행'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A씨는 김흥국의 고소 사건에 앞서 40대 남성 B씨와 C씨에게 동거 중 세간살이를 훔쳐 달아나거나 결혼을 전제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병합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이후 A씨는 혼인 빙자에 의한 사기 및 절도 혐의로 구속(징역 1년10월 선고)됐다.

-잊고 싶은 지난 얘기를 자꾸 꺼내는 것 같아 유감이지만, 그래도 한 번은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에 솔직한 입장을 밝히고 매듭을 지을 필요는 있다고 본다.

괜찮아요. 입을 닫는다고 덮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보단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는 게 차라리 낫죠. 험한 일을 겪은 것도 모두 제 탓이고 업보라고 생각해요. 억울하다고 항변해봐야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대중가수의 스타일은 나훈아 선배처럼 신비주의를 고수하거나 아니면 남진 선배처럼 털털하게 사는 건데요. 저는 성격상 누구와도 거리감 없이 지내왔어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집니다. 일일이 기억을 못할 때가 더 많아요.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만난 게 전부이고, 2년이 지난 뒤 불순한 의도(돈)가 개입돼 벌어진 일입니다. 다만 신중하지 못해 빌미를 제공한 저한테도 책임이 있다는 점은 뼈져리게 후회하고 반성합니다.

김흥국은 최근 시크엔젤 라은이 발매한 랩 발라드 MY DADDY 컬래버에 참여했다. 앞서 그는 바이브의 원샷, 래퍼 보이비의 호랑나비, 래퍼 자메즈(Ja Mezz)의59년 왕십리 힙합 버전 09년 왕십리를 함께 했다. 사진은 시크엔젤 라은과 유쾌한 포즈. /리즈엔터 제공

-얼마전 시크엔젤 라은이 발매한 랩 발라드 'MY DADDY' 컬래버에 참여했다. 이전에도 종종 젊은 후배가수들과의 컬래버레이션(공동작업)을 하지 않았나?

네, 후배들과의 '콜라보'(컬래버)는 앞으로 의욕적으로 음악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신호탄입니다. 이전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내친김에 제 신곡도 준비 중이에요. 그동안 대표적인 컬래버 곡은 바이브의 '원샷', 래퍼 보이비의 '호랑나비' 등이 있고, 래퍼 자메즈(Ja Mezz)와는 작년 9월 경에 '59년 왕십리'의 힙합 버전 '09년 왕십리'를 함께 했는데요. 모두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컬래버는 대중성이나 흥행성, 인지도 등을 고려해 결정하기 마련인데 저는 후배들이 요청하면 만사를 제쳐두고라도 우선적으로 해줍니다. 뮤지션 선배로서 아량이고 배려이자 곧 의무라고 생각해요.

김흥국은 시크엔젤의 라은이 어버이날인 지난 8일 발매한 'MY DADDY'에 공동 작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음반의 콘셉트가 어린 시절의 회상으로 시작해, 세월의 흐름에 자연스레 변해가는 모든 아버지들의 모습 안에 김흥국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김흥국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라은은 딸의 입장에서 서로의 마음을 담아 공동으로 가사를 썼다. 라은(시크엔젤)은 "늘 희생만 하시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면서 "가요계 대선배님의 든든한 후원과 가르침에 깊이 감사한다"고 음반 발매 소감을 밝혔다.

-강석 김혜영이 최근 MBC 라디오 '싱글벙글쇼' 마이크를 떠나 수많은 청취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강석 씨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안다. 혹시 위로해줄 말이 있다면 해달라.

강석 형이 라디오를 떠난 날 저도 울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한테는 무명 가수시절부터 호형호제하며 지내온 50년지기 형님인데 너무 아쉬웠고 마음이 아팠어요. 감히 위로라는 표현은 저한테 가당치도 않은 얘기이고요. 말이 36년이지 한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 생방송을 한다는 건 전설 같은 얘기입니다. '국민의 목소리' '국민 DJ'란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에요. 저도 라디오 진행을 많이 해봐서 잘 알아요. 반세기 가까이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고 즐거움을 안겨준 분이잖아요. 그런 대단한 '국민 DJ'를 교체할 땐 여론을 한번 물어봐야 합니다. '전국노래자랑' 송해 선생님을 함부로 교체할 수 없는 것은 시청자들의 응원 때문입니다.

그가 강석과의 특별한 인연을 언급한 데는 데뷔전부터 이어온 끈끈한 정 때문이다. 김흥국은 서울 번동에, 강석과 코미디언 김병조는 월계동에, 방송계 유명한 DJ로 활약했던 고 이종환이 석관동에 살았다. 세 지역 모두 걸어다닐 만큼 바로 경계에 붙은 이웃이다. 행정구역도 지금은 강북구 성북구 노원구로 갈렸지만, 과거엔 같은 성북구였다. 김흥국은 "저는 강석 형님이 소개해줘서 그 분들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호랑나비'가 처음 나왔을 때 라디오 등에 앞다퉈 소개해주는 등 히트에도 결정적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그는 또 "36년이란 긴 시간을 마이크 잡으며, 저 말고도 얼마나 많은 가수들에게 도움을 줬겠느냐"며 "평생 은인처럼 여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흥국은 데뷔 전부터 바로 이웃동네에 살던 강석과 형제처럼 막역하게 지냈다. 그는 강석이 36년 만에 라디오프로그램을 떠난 뒤 함께 가슴아파했다고 했다. 강석은 김혜영과 진행해온 MBC 싱글벙글쇼를 지난 10일 특별 생방송을 끝으로 떠났다. /김흥국 장학재단

-공교롭게도 그렇게 존경하는 선배가 마이크를 내려놓는 시점에 김흥국 씨는 라디오에 복귀했다. 강석 씨가 '싱글벙글쇼'를 떠난 이후에 특별히 해준 말은 없었나.

'강석 김혜영 싱글벙글쇼 떠난다'는 기사를 강 기자님이 처음 쓰셨더군요. 사실 이제와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훨씬 이전에 알고 있었어요. 한 달 전 쯤 제작진으로부터 하차를 처음 통보를 받고 마음이 울적하셨는지 저한테 왔었어요. 그 허탈한 심정을 가족은 물론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했다면서 힘들어하시길래 제가 많이 위로해드렸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이런 저런 아픔을 많이 겪어본 당사자이고, 그때마다 강석 형님의 위로가 큰 도움이 됐었죠. 형님은 평소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 불교 경전 법화경에 나오는 말로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고, 떠나면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란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강석은 김혜영과 진행해온 MBC '싱글벙글쇼'를 지난 10일 특별 생방송을 끝으로 떠났다. 강석은 84년부터 이 프로그램의 마이크를 잡았다. 반면 김흥국은 지난 4일부터 봄개편을 계기로 불교방송(BBS) '김흥국의 백팔가요'(매주 월~금 밤 9시) 마이크를 잡으며 라디오 프로그램 DJ로 돌아왔다. 라디오 DJ 복귀는 2018년 2월 SBS 러브FM ‘김흥국, 안선영의 아싸라디오’에서 하차한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이다. 김흥국은 라디오와 인연이 깊다. '아싸라디오' 이전에도 MBC '김흥국 박미선의 특급작전', TBS '김흥국, 정연주의 행복합니다', SBS '김흥국의 브라보라디오' 등을 진행했다.

-요즘 가요계 트렌드가 트로트 일색이다. '미스, 미스터트롯'의 원조 아이템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먼저 실행했다는 얘기는 무슨 말인가.

TV조선 서혜진 본부장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대박 프로그램으로 만드시는 걸 보고 참 놀랐어요. 제가 SBS 러브FM '아싸라디오'를 진행할 때 무명 트로트 가수들을 상대로 서바이벌 대결 코너를 1년 가량했어요. 송가인 숙행 김양 임영웅 영탁 등이 참여했는데, 낭중지추라고 그 당시에도 이 가수들이 대부분 두각을 나타냈어요. 저도 TV를 통해 이들이 부각되는 과정을 보면서 스타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남모르게 오랜 담금질이 있었던거죠. 생색을 내려는 게 아니라 이들의 탄생에 저도 한몫을 했다는 걸 말씀 드리는거죠. 당시 서혜진 PD가 SBS에서 '동상이몽'을 할 때였는데 자주 라디오 스튜디오에 들러 관심을 가졌거든요.

손흥민의 특별 선물 잘 간직해야죠. 축구선수 손흥민은 해병대 9여단 훈련소에서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한 뒤, 해병대 출신이자 월드컵 가수 김흥국에게 사인 액자를 전달했다. /이동률 기자, 김흥국 장학재단 제공

-'월드컵 가수'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축구사랑이 남다른데 얼마전 손흥민 선수가 해병대 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아 화제였다. 손흥민으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고 들었다.

특별한 선물이요? 정보 빠르시네요. 이건 아직 어디에도 얘기한 적이 없는 비밀스런 비하인드인데 강 기자님이 어떻게 알았는지 제가 다 궁금하네요. 손흥민으로부터 사인 액자를 받았죠. 손흥민이 해병대 훈련을 모두 마치고 수료식날 사인한 액자를 부대에 맡겼다는 소식을 듣고, 절로 콧노래가 나오더군요. 월드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은 대한민국 축구 자존심이고, 축구를 좋아하는 저로선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죠. 축구의 지존한테 받은 특별한 사인이잖아요. 기초군사훈련 장소를 고되고 힘든 해병대 부대로 정할 때부터 알아봤어요. 세계적인 축구선수답게 파이팅도 넘쳐 뿌듯합니다.

손흥민은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해병대 9여단 훈련소에서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편입된 '체육요원 병역 특례' 조치의 일환이었다. 훈련을 마친 손흥민은 병역법상 보충역으로 별도의 군번을 받았으며, 최종 계급은 해병 이병이다. 손흥민은 정신전력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사격 훈련에서도 10발 중 10발을 과녁에 명중하는 등 전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고, 수료식(퇴소식)에서 훈련생 157명 중 수료 성적 상위 5위 안에 들어 '필승 상'을 받았다. 그가 수료한 해병대 9여단 훈련소는 6·25전쟁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던 해병들이 출전을 앞두고 훈련받은 유서깊은 곳이다. 해병대 출신의 김흥국은 해병대 응원가를 발표할 정도로 해병에 대한 자긍심이 남다른 연예인이다.

-가수로, DJ로, 예능인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대중 스타로 살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얼굴이 알려진다는 건 그만큼 책임도 무게감 있게 지는게 맞아요. 저 역시 작은 잘못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압니다. 세상 모든 일엔 인과관계가 있다고 믿어요. 어느새 환갑을 넘은 나이가 되고보니 잘 한 것보다 부족한 부분이 더 많아 보여 부끄럽습니다. 다만 같은 실수나 잘못이라도 의도적이거나 악의적 행동이 아니라면 스스로 반성하며 거듭날 수 있도록 넓은 아량으로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팬들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은 만큼 보답하며 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죠. 더 많이 베풀며 살고 싶은 소망이 간절해요.

남모르게 하는 조용한 선행이 더 아름답다. 김흥국은 다른 연예인들에 비하면 이웃사랑 선행이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그는 2000년부터 김흥국장학재단을 설립, 사비와 주변의 후원금을 모아서 20년째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어린 시절 가난하게 자란 경험이 재단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이 주 대상이지만, 가수협회장 당시에는 원로가수들에게도 매년 나눔실천을 함께했다. 특히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수혜자로 선정해 더불어사는 세상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김흥국에게 라디오 복귀는 의미가 있다. 불교방송 김흥국의 백팔가요 마이크를 잡으며 초심으로 다시 돌아간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DJ로 거듭났다. /이동률 기자

김흥국에게 라디오 복귀는 큰 의미가 있다. 지난 4일부터 불교방송 '김흥국의 백팔가요' 마이크를 잡으며 초심으로 다시 돌아간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DJ로 거듭났다. 이후 '김흥국 박미선의 특급작전'(MBC), '김흥국 정연주의 행복합니다'(TBS), '김흥국의 브라보라디오'(SBS) '김흥국의 들이대쇼'(BTN) 등에서 맹활약했다.

"다 내려놓지 않고는 새 출발을 할 수 없어요. 가진 걸 모두 포기한다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는 겪어보지 않고 모릅니다. 미련이 많고 클수록 털어내는 데 고통을 겪습니다. 억울하고 부당해도 모두 제 책임이고 제 탓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3년간 억울함을 항변하느라 불필요한 시간을 많이 허비했어요. 다시 마이크를 잡은 '백팔가요'는 저에게 다시 한번 초심을 되새길 계기가 됐어요."

한때 그는 '개그맨보다 더 웃긴 가수'로 선정될 만큼 예능인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90년대 최고 TV 예능으로 군림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게스트로 출연한 이후 점차 굳어졌다. 김흥국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대중 이미지는 축구 사랑이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 가수보다 축구인으로 더 인정받는 전국민적 호감도를 끌어올렸다.

"강석 형님의 말씀대로 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반드시 헤어질 수 밖에 없고, 떠나면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모진 풍파를 겪은 탓일까. 그의 표정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천성적인 유쾌함 속에서도 진지함이 묻어났다. 필자와 두 번의 스페셜인터뷰이로 만난 김흥국은 "이제 올라서는 노력보다 내려놓는 연습에 익숙해지고 싶다"고 했다. 비가 오면 땅은 더 단단히 굳는다. 인터뷰 말미에 털어놓은 그의 속내가 유독 의미심장하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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