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프로 MC 등 '뽕끼' 충만한 신세대 트로트가수
[더팩트|강일홍 기자] 트로트 가수 소유미(27)는 걸그룹 VNT, 키스&크라이 멤버로 활동한 아이돌 출신답게 외모부터 귀엽고 발랄하다. "아이돌 시절에도 '뽕끼'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아빠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저도 모르게 트로트 가수 특유의 느낌이 생겼던거죠."
뒤늦게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가장 익숙한 장르는 트로트였다. 학창시절에도 그의 18번 노래는 늘 트로트였다. 아버지 영향이 컸다. 그의 아버지는 트로트 가수 소명이다. '빠이빠이야' 이후 '유쾌 상쾌 통쾌' '미고사' '안녕들 하십니까' '사랑하니까' 등의 곡들을 히트시킨 중견 가수다.
소유미는 트로트계 숨은 진주다. 왜 좀 더 일찍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그는 "두 차례 아이돌 시절을 밑거름 삼아 트로트 가수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트로트계 진출 과정은 선배 가수 홍진영과 닮았다. 홍진영도 걸그룹 스완 멤버로 데뷔해 실패를 거듭 맛본 뒤 전향했다.
소유미의 가족은 모두 트로트 가수다. 소명이 노래강사 출신의 가수 한영애와 재혼하면서 아빠 엄마 오빠(소유찬)까지 '패밀리 가수 일가'를 이뤘다. 가요계에서는 형제 자매가 같은 가수의 길을 걷는 사례는 있었지만 부모와 자녀까지 가족 전원이 가수로 활동하기는 작은별 가족 이후 처음이다.
트로트 가수로 감칠맛 나는 보이스와 매력적인 음색을 갖춘 소유미는 노래 외에 가요프로그램 MC로 활약하는 등 다재다능한 멀티스타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엔 MBN 예능 '라스트싱어'에 출연해 '소유하고 싶은 가수 소유미'라고 자신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청춘 트로트 가수 소유미를 직접 만났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상큼 발랄한 이미지의 실력파 가수로, 가요프로그램 MC로 다재다능한 멀티 엔터테이너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요즘엔 정말 트로트 열기를 피부로 느낄 정도예요. 덩달아 저도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같아요. MBN '라스트싱어'에 잠깐 얼굴을 비췄을 뿐인데 너무 많은 팬들이 격려하고 칭찬해주셔서 행복해요. 아이돌 시절에도 느껴보지 못한 관심이에요. '라스트싱어'에선 '첫사랑'(장윤정)과 '눈물의 부르스'(주현미) 두 곡을 불렀는데 색깔과 이미지가 너무 잘 어울렸다고요. 잠깐 맛보기 체험이긴 하지만 서바이벌 방식의 프로그램은 처음이에요. 앞으로 기회가 생긴다면 제대로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소유미는 2015년 빠르고 신나는 댄스곡 '흔들어 주세요'로 데뷔했다. 이전까지 걸그룹 멤버로 활약한 이력을 과시하듯 트로트에 EDM을 섞어 '일렉트롯'이란 새로운 장르를 연다. 이후 '명품남자' '묻지말고 해요' 등 트로트곡을 선보이며 가요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공격적인 가사와 리듬으로 2030 젊은 층을 타깃으로 출발했는데 차츰 중장년 층 팬층이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전국TOP10가요쇼' MC에 이어 최근엔 MBN '라스트싱어'에 출연해 매력의 음색과 함께 넘치는 끼를 발산했다.
-걸그룹 멤버로 활동하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다. 아이돌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는지 궁금하다.
미련은 없지만 아쉬움은 많이 남아요. 짧지만 강렬한 순간들을 보내고도 아이돌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노래도 좋았고 멤버들끼리 사이도 좋았는데 소속사와의 미묘한 갈등으로 도중 해체되고 말았어요. 그것도 두 차례나 그랬으니 너무 아쉽죠. 후회스러운 건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예요. 춤이나 랩 등 제 역할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도 있었으니까요. 트로트로 방향을 튼 이후엔 무대를 향한 모든 시선이 저한테만 쏠리잖아요. 지금은 작은 제스처나 움직임, 표정 하나까지 단 한 순간도 소홀할 수 없어요.
소유미는 안양예고 졸업 직후 걸그룹 VNT 멤버로 합류했다. VNT(Voice of Ninety Two)는 멤버 3인 모두 92년생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3개월 만에 엎어졌다. 그는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컸다"면서 "너무 실망해 솔로 활동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후 김창환의 미디어라인 연습생 시절을 잠시 거쳐 새로운 걸그룹 키스&크라이(유미 디아 헤나 보혜)로 재도전한다. 또 다시 내부적으로 불미스런 일이 불거지며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운이 안 따라주면 안되는 일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트로트 쪽으로 길을 바꾼 뒤에 오히려 잘 풀린다고 들었다. 댄스 발라드 등 아이돌 스타일 장르와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
맞아요, 트로트가 저한테 더 잘 맞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출발은 아이돌로 했지만 정작 저는 트로트로 인정을 받고 있어요. 어릴 땐 춤추고 랩을 하면서 당연히 힙합이나 알앤비 장르가 저한테 어울리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사실 아이돌로 활동할 당시에도 트로트 가수 특유의 '뽕끼'가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아주 어려서부터 트로트 가수이신 아빠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건지는 모르겠어요. 이제 보니 노래방 18번도 늘 트로트 곡이었던 것같아요. 어쩌면 트로트 가수의 DNA를 이어받았는지도 모르죠. 눈치 채셨겠지만 그래서 저는 걸그룹 시절보다 만족도가 더 커요.
소유미는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존재감을 확인한다고 한다. 그는 "쏟아지는 팬 관심이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면서 "이제서야 보답한다는 의미를 조금은 알 것같다"고 했다. 그는 또 "아이돌 시절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 됐지만 트로트 가수로 다시 태어나는데 소중한 밑거름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트로트 전향에는 아버지인 가수 소명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가족으로서 도움과 조언을 받을지언정 기댈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그는 아이돌 그룹을 떠나 트로트 기획사를 알아보는 일이나 음반 작업 등을 스스로 해냈다.
-온 가족이 모두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가요계에서도 드문 일이다. 집안 분위기는 어떤가.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트로트 열기 덕분에 저희 집도 덩달아 더 핫해졌어요. 평소엔 각자 떨어져 살아도 행사무대나 콘서트 등 한 자리에 만나면 늘 트로트 얘기만 해요. 관심사가 같으니 좋은 점도 많아요. 가장 가까이서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거든요. 또 가족이니까 서로의 부족한 부분, 아쉬운 부분은 솔직하고 가감없이 얘기해줄 수 있잖아요. 각자 색깔은 달라도 웬만한 일엔 서로 공감하는 쪽이라서 참 좋은 것 같아요. 가수는 아빠의 뒤를 이어 오빠와 제가 먼저 합류했는데, 아빠가 가요강사 출신의 새 엄마와 재혼하시면서 트로트 패밀리가 됐어요.
소유미 아버지 소명은 1978년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록 가수로 활동하다 87년 '코리아 랩소디'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진출했다. 이후 '빠이빠이야' '유쾌상쾌통쾌'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트로트 입지를 다졌다. 오빠 소유찬은 뛰어난 음악적 소질을 보이며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직접 작곡한 노래를 들고 두 살 아래인 여동생과 가요제에 출전하기도한다. 소유미는 "중학교 때 오빠가 만든 곡을 들고 나가 함께 대상을 받았다"면서 "오빠 덕분에 곁다리로 가요제를 휩쓸었다"고 웃었다. 남매는 2007년 제11회 곳고리창작가요제 대상과 2008년 제4회 현인가요제에서 연달아 대상 수상했다.
-뛰어난 가창력과 예능끼, 상큼 발랄한 이미지 덕분에 장윤정 홍진영의 뒤를 이어갈 트로트계 뉴 트렌드 여가수로 평가받는다.
과분한 칭찬이에요. 잘할 자신은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인기와 스타성은 자신감이라고 들었어요. 그런 자신감을 키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너무 잘 알아요. 두 선배님 모두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들이기도 해요. 장윤정 선배님은 '집사부일체'에 함께 출연했는데 잠시만 짬이 나도 노래를 듣고 연습을 하시더라고요. 그냥 운이 좋아 정상에 설 수 없다는 걸 알죠. 또 누구보다 긴 무명시절을 겪은 아빠를 보면서 느낀 점이기도 하고요.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는만큼 쉼없이 땀 흘릴 각오를 하고 있어요.
소유미는 트로트 데뷔와 함께 그룹 듀스 출신의 프로듀서 이현도에게 조련을 받았다. 데뷔곡 '흔들어주세요'는 이현도가 소속사 대표이자 프로듀서로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곡이기도 하다. 그는 "두 번의 걸그룹 생활을 한 저에게 가장 어울리는 곡이어서 트로트로 연착륙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소유미는 최근 직접 1인기획사를 설립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트로트 가수는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서 호흡을 맞추는 아이돌과 다르다"면서 "트로트에 올인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 음악적 프로듀싱 부분은 오랜 경험을 가진 아빠 소명이 도와준다고 했다.
-성격은 천성적으로 밝다고 들었는데 결혼이나 이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뷰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맞아요, 완전 외향적인 성격이에요. 통통 튀고 낙천적이죠. 평소 조용하고 얌전해보인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그건 아빠가 '늘 조신하고 겸손하라'고 강요하는 탓도 있어요. 결혼에 대한 생각도 좀 달라요. 저는 좋은 남자 생기면 시기와 관계없이 곧바로 결혼할 생각인데 아빠는 못마땅해 하세요. 남편이나 아이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거든요. 가수로서 입지를 다지는데도 지장이 있다는 건데, 아빠의 말씀을 이해는 하지만 괜한 간섭처럼 들릴 때가 많아요. 뷰티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많죠. 요가 헬스 등을 틈틈이 하는데 체질상 고무줄 몸무게여서 아직은 음식 조절만 잘하면 몸매관리에 문제 없어요.
소유미는 "식탐 많고 먹성 좋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게다가 먹는대로 살 찌는 음식을 좋아한다. 그는 "햄버거 피자 치킨 잡채 등 좋아하는 음식이 모두 살로 가는 것들이 태반"이라면서 "찌기도 쉽지만 양을 줄이거나 식단 조절을 하는 순간 다이어트 효과를 본다"고 했다. 폭식 또는 굶는 습관은 아이돌 시절 소속사가 강요한 다이어트 강박관념이 영향을 줬다고 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한때 복싱과 주짓수를 하기도 했다. 그는 "둘 다 효과는 큰데 제 스타일은 아니어서 중단하고 가벼운 운동 중심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신곡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그동안 주로 빠르고 신나는 곡을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이번엔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하다.
거의 준비가 완료됐어요. 이미 마스터링을 끝냈고, 뮤직비디오 편집이 마무리되는대로 5월 중엔 발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엔 정통 트로트를 표방했는데 느낌이 좋아요. 이전 분위기와 확 다른 분위기로 곡 스타일이 바뀌어 저도 기대가 되요. 불과 2~3년전만 해도 트로트 대세는 리듬이 빠른 세미 트로트였잖아요. 그 사이 트렌드에도 변화가 생긴 셈인데, 앞에서 말씀 드린대로 저한테는 '뽕끼'가 더 잘 어울려요. 노래를 들어보신 가요관계자 분들도 대체로 그렇게 말씀 하시고요. 트로트에 올인하면서부터 저절로 꺾기 창법에 익숙해진 게 저도 사실은 신기해요.
소유미의 신곡 '알랑가 몰라'는 정통 트로트 장르로 아버지 소명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 '♪♩(알랑가 몰라) 오늘처럼 산들산들 바람이 불면 내마음도 설렘에 심쿵, 터질듯 터질듯 터질 것 같은 내 맘을 그대는 아시나요(알랑가 몰라) 오늘처럼 보슬보슬 비가 내리면 내 맘도 설움에 울컥, 터질듯 터질듯 터질것같은 이 맘을 그대는 아시나요(알랑가 몰라)♬♭'. 가사 마디 마디에 연인 간 그리움과 설레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소유미 특유의 애교넘치는 목소리에 실려 강한 흡인력으로 와닿는다.
'어르신들한테는 귀엽게, 2030 동년배 세대에겐 친근하게.' 소유미는 아이돌 멤버를 거쳐 2015년 스물 넷 나이에 트로트 가수로 과감히 전향했다. 무엇보다 트로트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다. 강변가요제 출신의 장윤정이나, 걸그룹 출신의 홍진영 등 선배 여가수들처럼 스타 기질을 발산하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이유다.
"저는 늘 맑고 청량한 목소리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트로트를 하면서부터 약간의 허스키 보이스 느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트로트는 깊은 맛을 내는 감성적 보이스가 대중 소구력이 높다고 하잖아요. 아이돌 시절부터 '뽕끼' 넘친다는 말을 들은 건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같아요. 별명이 '뽕유미'였어요."
소유미는 여전히 아이돌다운 상큼한 감성을 트로트에 접목해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도드라진 비주얼로 가요프로그램 MC를 맡는 등 다양한 무대 경험도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비결 중 하나다. 그는 "정통 트로트 가수로 도약할 준비는 이미 끝냈다"면서 "국민 트로트 요정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오랜 담금질을 거친 탓일까. 그의 당찬 각오는 필자의 눈에 당돌함이 아닌 진정어린 자신감으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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